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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용서에 대한 진지하게 묻는 영화. 영화 "오늘"을 보고....

by 은빛연어 2011. 10. 30.

 가끔은 우리 사회가 용서라는 것을 너무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용서의 가치에 너무나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분노를 표출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용서라는 가치를 너무 신성시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과정을 초월해 용서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용서를 해야 될 당사자는 정작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아직 치유하고 있지도 못한 상태에서 우리는 용서를 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용서의 가치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용서만이 자신이 가진 분노와 상처를 치유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용서가 가지는 신성함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과연 그렇게 행해진 수 많은 용서 중에서 진정한 용서는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더 신뢰가 가고 믿음직해 보인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내면을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했으니까.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은 강요된 듯한 용서 또는 용서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겉으로는 모든 것을 용서한 듯 하면서 살지만, 자신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pd의 내면을 섬세하고 그리고 있다.

 

1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는 용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여러 사람의 인터뷰를 하면서 용서하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피해자들의 솔직한 이야기와 부모님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친 친구 여동생 지민의 이야기에 자신이 한 용서라는 것에 대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약혼자를 죽인 가해자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찾아본다. 그 과정에서 다시 다른 사람을 죽이고 소년원에 들어가 있는 가해자 소식은 자신이 용서를 해줬다는 것에 진심으로 후회하게 된다.

 

영화는 다혜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통해서 용서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드러낸다. 브라운과 큰 스크린에서 이쁘게만 보였던 송혜교는 다혜의 복잡한 심리 변화를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면에서 이쁘게만 보였던 배우에서 인물의 깊이 있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송혜교는 이뻐보이지도 사랑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약혼자를 잃은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다혜의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용서로 인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겼을 때, 자신의 용서에 대한 회의와 분노를 표현하는 격렬한 감정의 폭발신은 배우 송혜교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다혜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지민은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다혜의 정적인 모습에 역동성을 부여해준다. 특히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언급할 수 없는 관계에서 용서를 바라는 그녀의 애절함 심정은 용서라는 문제에 대해서 복합적인 의문을 더 해준다. 다혜만으로는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송혜교가 다혜의 매력적인 심리변화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면, 남지현이라는 배우는 처음부터 극렬한 분노를 표출하는 지민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용서라는 주제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인물이 지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지민이 내뱃는 대사는 진정한 용서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해주는 것 같다.

 

어느 글에서 진정한 용서란 "용서를 할 때는 이미 용서한 잘못뿐만 아니라, 용서 자체도 잊혀져야 한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지민의 대사는 정확하기 이런 의미의 용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민이 고민했던 용서의 해답과 저 문장의 의미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지민과 다혜를 통해서 보여지는 용서에 대한 갈등과 의문 등은 결국 진정한 용서였다기 보다는 자기만족과 위안을 위한 위선에 찬 거짓 용서였지 않았냐고 통렬하게 묻는 것 같다.

 

오늘 - 8점
이정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