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되었다고는 하지만, 시놉시스만을 봤을 때는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진부한 내용이라도 감독의 연출력에 따라서 그 영화의 매력이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큰 기대를 했던 것은 매력적인 두 주연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부한 이야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감독의 역량보다는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이 불어넣을 영화의 생동감에 더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영화의 기대감을 고정시켜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의 초반에 영화의 이야기나 영상미 연출보다는 큰 스크린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라면서 세상에 받은 상처와 자신이 저지를 범죄에 대한 죄의식으로 살아가는 철민을 연기한 소지섭은 캐릭터에 맞는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풍긴다. 죄의식 이면에 숨겨져 있는 분노가 정화와 얽힌 사건으로 폭발할 때 보여준 살기에 찬 눈빛, 살기를 넘어서는 악 그 자체 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함과 공포감을 야기하는 눈빛 연기는 정말 압권인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봤던 한효주의 매력은 익히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 속 정화의 캐릭터를 통해서 정말 매력적으로 풍겨진다. 큰 스크린에서 웃는 모습과 사랑에 빠진 모습들이 비춰질 때 정말 사랑스러운 배우라는 느낌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드라마를 통해 표현되었던 한효주의 매력 이상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소지섭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린 연기를 통해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다면, 한효주는 정화라는 인물 자체가 한효주 자체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두 배우의 매력에만 기대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상처로 마음을 닫고 사는 철민과 시력을 잃어가지만 세상의 사람에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정화라는 인물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가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과 육체에 상처가 있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의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편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진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에서 철민의 감정 변화는 영화의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화로 인해 변해가는 철민의 감정 변화를 천천히 따라가면, 철민이 가진 내면의 분노와 증오 같은 감정을 이해하며 공감한다. 단순한 분노와 죄책감으로 살아가던 철민이 삶에 희망적이고 열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복잡하게 얽힌 철민과 정화의 과거가 공개되면서 철민의 복잡한 감정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여주고 영화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꾼다. 앞 부분에서는 달콤함과 사랑스러움이 묻어 난다면, 이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쓸쓸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변하듯, 영화의 분위기도 그렇게 변한다. 서로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지만, 이전에 가진 상처가 만들어낸 지금의 현실은 그렇게 차갑고 쓸쓸하게 다가온다. 엇갈리는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점점 더 쓸쓸하게 다가온다. 영화 "오직 그대만"은 진부한 이야기를 그렇게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과 느낌의 변화와 영상미는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을 같은 영화랄까? 철민과 정화의 매력적인 사랑 이야기는 이 가을에 정말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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