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크리스마스가 많이 남았지만, 사랑이 충만한 사람들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그날 만큼은 순수한 사랑이 넘쳐나는 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화이트 크리마스를 바라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사랑이 충만하지 않듯 누군가는 그날이 괴롭고 우울하기도 하다. 그래서 화이트 크리마스와 반대되는 말로 블루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사용한다.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비가 내려 칙칙한 크리스마스를 말하기도 한다. 가을의 청명한 파란하늘을 보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왜 블루라는 말이 우울한 의미로 사용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푸른색을 뜻하는 블루는 그런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영화 “푸른 소금”도 그런 푸른색의 의미나 느낌을 영화 전반에 담고 있다. 방파제에 홀로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두헌의 모습은 웬지 모르게 우울하고 쓸쓸해 보인다. 푸른색 바다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그 장면은 이 영화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푸른색 영상톤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감독의 영상미 또한 푸른색이 가지고 있는 우울함에 감염되게 만든다. 이런 우울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매력적인 영상미도, 내면의 감정을 절제있게 보여주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도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감독이 보여주는 푸른색에 감염된다면 이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빼어난 영상미를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절제된 감정을 보이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누군가는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조심스러운 두 배우의 감정의 변화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빈약한 스토리를 채워넣는다고 생각한다. 두 배우의 조심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조금씩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삶이 가지고 있는 우울함의 푸른색 속에서도 다양한 푸른색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푸른색이라는 일관적인 영상톤으로 이현승감독은 관객들을 우울함에 감염시키지만, 그 속에서도 차가운 우울함도 있고, 우울함에도 따스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삶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삶의 절망속에서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한 줄기의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속의 우울함과 절망적인 느낌 속에서도 그게 끝이나 절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든다. 청명한 푸른 하늘을 바라 봤을 때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할까?
안타까운 것은 영화의 색감이나 느낌을 일관적으로 끌고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어떤 결말이 나올지 예상되는 뻔한 결말의 전환은 실망스럽다. 갑작스러운 영상의 색감변화도 일관성을 한번에 깨뜨린다. 푸른색의 우울함이 언젠가는 밝은 색의 따뜻함과 희망으로 변한다는 희망이나 당위성을 바라는 사람도 있고, 감독도 그런 희망을 전하고 싶었겠지만, 푸른색의 우울함을 유지한 채 희망이나 따뜻함을 전해줄 방법이 없었을까라는 안타까움이랄까? 탕웨이와 현빈이 주연으로 나왔던 “만추”의 결말이 진한 여운을 남기며, 인상적인 엔딩이었는데,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을 유지했다면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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