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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복합적인 설정과 작위성이 감동을 줄인 영화. 영화 "챔프"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1. 9. 30.

 여기저기 널려있는 화려한 색깔의 간판, 휘황찬란한 네온 사인, 도시의 복잡함은 가끔 사람을 어지럽게 만든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복잡한 마음을 진정 시키고 싶지만, 높이 솟은 빌딩은 그런 작은 소망마저 막는다. 복잡하고 화려한 것은 눈에 즐거움을 주지만, 마음을 채워주지 않는다. 잠시 화려함에 환호하고 좋아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가면 우리는 또 다른 화려함과 복잡함을 쫓는다. 그러나 마음에 남는 진정한 감동이나 감정은 없다. 더 새롭고 더 화려한 것만을 갈망할 뿐이다.


그렇다 보니 작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에 끌릴 때가 있다. 화려하지도 복잡하지도 않고, 긴 여운을 남기는 단순함과 고요함에. 그런데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화려함과 복잡함에 우리는 마음 어딘가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더 많은 상처 더 큰 상처를 바라는 것 같다. 단순함과 고요함을 통해서 상처를 치유하기 보다는 단순함과 고요함을 참지 못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화려함과 복잡함을 추구하며 마음의 상처를 키울 뿐이다. 단순함과 고요함은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기고 우리가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치유하게 만들어준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영화나 소설도 단순한 이야기가 가지는 감동이 더 큰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이야기의 단순함보다는 너무 작위적으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이 큰 것 같다. 더 큰 감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억지 설정에 짜증이 나게 된다. 영화 “챔프”도 그런 면이 강하다. 교통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력을 잃어가는 기수와 같은 교통 사고로 새끼를 잃고 절름발이가 된 경주마가 만들어 내는 영화의 스토리는 처음부터 너무 작위적이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되지만, 만들어진 우연에 만들어진 우연이 겹치면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풍기게 마련이다.

그런 인공적인 느낌은 가끔 거부감으로 작용한다. 영화에 몰입해 느끼는 감동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데, 이런 인공적 감동은 “이런 설정과 이야기에 감동 안 받을 수 있겠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속 아역배우의 뛰어난 연기에 진한 감동을 느끼지만, 그 여운은 길지 않다. 조금만 작위성을 줄이고 단순하고 심플하게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더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재미있게 이 영화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위성과 대비되는 영상을 영화 마지막에 삽입해 놓고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실제 주인공의 루나의 은퇴경기 장면이다. 그 영상은 뛰어난 영화적 연출 없는 단순한 경기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어떤 의도로 그 영상을 삽입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 영상은 영화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가 되고 말았다. 복잡한 장치로 만들어낸 억지 감동보다, 단순한 것이 만들어낸 감동이 더 인상적이라는 사실을. 관객과의 두뇌 게임에 몰두해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보다 단순함이 진실함을 더 전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가 루나의 이야기를 그냥 심플하게 보여줬다면 더 큰 감동과 여운을 관객들에게 남겨두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