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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한 뮤지션의 삶과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 영화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

by 은빛연어 2011. 8. 29.


매니아처럼 큰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 보고 음악을 찾아 듣지는 않지만, 국악 크로스 오버 음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이나 꽃별, 강은일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간간히 들었다. 꽃별 같은 경우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즐겨들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 국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닌데, 크로서 오버 음악들은 웬지 모를 친근감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 같다. 꽃별의 음반을 접하면서 그 당시 몇몇 국악 크로스 오버 음악들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 접했던 또 한명의 뮤지션이 정민아다. 꽃별이나 강은일은 해금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알게 해줬다면, 정민아는 가야금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알게 해줬다.


주말이면 채널을 우연히 돌리다가 가끔 보게 되는 국악프로그램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이들 국악 크로스 오버 음악들은 지루함이 없다고 할까? 개인적인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막 귀로 듣기에는 그랬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나면 국악 크로스 오버 음반들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들의 음악은 들어도 어떻게 생긴 연주자들인지, 그들의 프로필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찾아본 기억이 없다. 이쁜 것을 좋아하는 속물 수컷이다보니 연주자들의 얼굴이나 프로필을 보면 웬지 모를 편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가야그머 정민아라는 이름은 알았어도 정민아의 얼굴을 보게 그녀의 독특한 이력을 알게 된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다. 낮에는 전화상담원으로 밤에는 홍대에서 연주를 하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독특한 이력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음악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녀의 지금 음악이나 매력은 국악고를 나오고 대학에서도 가야금을 전공하면 보통 국악단 같은 곳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경로 외에 전혀 다른 정민아 만의 길을 개척해서 얻은 것이다. 일반적인 경로에서 실패를 맛보고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자만이 누리는 달콤한 열매랄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조금 아픔과 상처가 있어보이는 모습 외에 힘겨운 투어기간에 시종 일관 미소를 띤 얼굴은 그녀의 음악과 삶에 대한 열정을 아름답게 보여진다.

이 영화는 정민아의 전국투어를 담은 영화다. 말이 전국투어지 무명에 가까운 밴드를 이끌고 전국을 돌면서 거리 공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단 한명의 관객도 없는 곳도 있을 정도로 덜 알려진 밴드, 그 만큼 거리 공연에 많은 관객들이 몰리지 않지만, 단 한명의 관객이 있더라도 웃으면서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영화에서는 이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덜 알려진 뮤지션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국투어를 하면서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들의 자동차의 외형이 그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래된 프라이드 승용차, 뒷 범퍼는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떨어져 나갈 것처럼 너덜너덜하다. 이동하는 중간에 차를 세워 검은 색 테이프로 범퍼가 떨어지지 않도록 임시 조치를 하기도 한다. TV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연예인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그 이면에 꿈과 열정으로만 사는 이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렇게 열정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서 사는 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영화는 보여준다. 그래서 삶의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영화 속의 음악은 진실함으로 마음에 다가온다. 그냥 들었으면 듣기 편한 음악으로만 생각을 것을 이야기가 더해진 음악은 마음에 울림이 된다. 한 뮤지션의 열정적인 삶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음악이 아름다운 영화다.

환타스틱 모던가야그머 - 8점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