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 얼간이”는 얼핏보면 유쾌한 코메디 영화다. 톡톡 튀면서 살아있는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재미는 영화가 끝나도 즐겁고 유쾌한 기억을 남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코메디 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사회현실에 대한 상당한 비판을 담고 있다.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함에 대해 통쾌하게 비웃는 모습이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는 단순한 코믹적 요소보다 더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루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우리의 현실과 겹치면서 코믹함에 웃으면서도 현실에 대한 답답함은 떠나지 않는다.
영화는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친구를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대학 졸업과 함께 소식이 끊긴 소중한 친구를 찾아가면서, 영화는 대학시절의 소중한 기억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인도의 명문대학에 입학한 날 선배들의 짓궂은 환영회에서 란초는 선배들을 골탕 먹인다. 그날 처음 서로를 알게된 란초, 파르한, 라주는 이 때부터 죽마고우가 되어 학문에 대한 탐구보다 치열한 경쟁을 판을 치는 대학의 모순에 대해서 저항한다. 영화는 마치 얼마전에 우리 사회를 드끓게 했던 카이스트 사태가 생각나게 만든다. 학업부담을 견디다 못해서 몇몇 재학생들의 잇따른 자살했던 것이 떠오르게 만든다.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잘하는 것에 빠져서 미처 졸업학점을 완전히 채우지 못한 학생이 졸업하지 못한다는 충격으로 자살하는 장면은 지독한 학업의 굴레에 짓눌려 사는 우리 사회현실에 대해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 온다. 카이스트와 서남표 총장 사태의 경우는 카이스트라는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위상으로 인해서 더 부각된 면이 있지만, 학업과 경쟁을 최고라고 신봉하는 영화 속의 총장의 모습은 서남표 총장을 안 떠올릴 수가 없다. 원래 서남표란 인물은 원래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한 개혁가 이미지가 강했었다. 그가 내뱄었던 발언 등은 학업의 경쟁에 짓눌린 청소년들과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서남표라는 인물도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간직한 인물이었다.
과장되기는 하지만, 영화 속의 대학총장은 바로 서남표 같은 인물들로 대표되는 우리 나라의 교육시스템과 위정자들이다. 경쟁을 최우선으로 학생과 서민들을 몰아 붙이는. 그런데 이런 사회적 모순과 한계에 대해서 저항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 속에서도 “란초”라는 천재적 인물 홀로 저항할 뿐이다. 란초의 두 친구들은 란초의 생각에 동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이렇게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불합리와 모순에 소극적 저항이 클텐데, 사실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신입생 환영회 장면이 대다수 대중의 인식을 바로 보여준다. 가혹하고 불합리한 인습에 대해서 저항하기 보다는 그들은 복종한다. 선배라고 말이 가지는 권위에 그냥 순응해 버리는 것이다. 어떤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모습,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사회의 불합리에 대해서 저항하는 사람을 비웃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오히려 욕하는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자신은 “란초”라도 되는 것처럼, “란초”가 비웃고 저항하는 사회의 인습과 문제에 대해서 같이 비웃는다. 얼마나 모순적인 모습인가. 영화는 허구가 만들어내는 판타지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는 이중적 사고의 행태가 바로 이런 행태를 보인다. 결국은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웃고, 조롱하는 대상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유쾌한 사회 비판 속에서 그저 웃지만 말고, 우리는 자신을 정면으로 대면해야 한다. 영화 속 “세 얼간이”는 우리가 아니다. 내용도 의미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무조건 암기만하고, 정답만을 찾아서 경쟁에 몰두하는 영화 속 인도 대학생들이 바로 우리다. 영화를 보면서 세 얼간이들에 자신을 감정을 이입해 보지말고, 얼간이들이 비웃는 대상에 대해서 감정을 이입해 봐야 한다. 연설문의 뜻도 모르면서 암기해서 연설을 하고, 그렇게 해서 비싼 집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그 멍텅구리가 바로 우리기 때문이다.
세 얼간이 - 라지쿠마르 히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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