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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자살을 다룬 영화들...

by 은빛연어 2011. 4. 18.

 세계에서 자살율이 1~2위를 다투는 나라다보니, 우리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자살소식에는 그렇게 큰 반응을 하지 않는다. 간혹 유명인의 자살소식이 들리면 잠시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는 하지만, 자살을 일으키고 방조하는 사회적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단순히 인터넷 악플이나 자살한 사람의 개인적 문제로 관심이 쏠린다. 반짝하는 관심은 자살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가져오지 못하고, 언론이나 대중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가십거리에 대한 접근만 가져올 뿐이다. 결국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일어나지 않고, 자살문제의 책임을 자살한 사람에게 돌려버리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기에는 약해서 그렇다는 식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유명인도 아닌 몇몇 대학생들의 자살이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영재들만 모인다는 대학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자살사건이다보니, 언론과 대중들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왜 그들이 자살을 했는지 이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대학이 행하고 있는 등록금 정책이나 개혁정책에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대학의 변화를 주도했던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게 되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본 카이스트는 우리사회에 판박이라는 생각이든다. 사회구성원과 소통하지 않는 권위적인 지도자와 경쟁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사회구성원들에 대해서 배려하지 않는 제도와 분위기 등. 그래서 지금의 카이스트는 리트머스시험지라고 할 수 있다. 재학생들의 자살문제에 대해서 카이스트가 어떤 변화를 보이면서 자살문제를 예방할지 지켜봐야 한다.


 대학생들도 과도한 학업부담과 고민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마당에 청소년들 또한 그렇지 않을까? 청소년의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교통사고에 이어 2위이다. 사회구조가 학벌이라는 계급사회로 짜여있다보니 부모들도 학생들에게 지독할 정도의 학업을 강요하고, 청소년 스스로도 공부의 기계가 된 것처럼 열중한다. 거기서 나오는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아이들의 수가 많고, 이 문제는 우리사회의 큰 숙제다. 그런데 아이들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지만, 어른들과 사회는 맹목적으로 아이들에게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강요한다. 그게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은 일반 관용구처럼 많이 인용된다. 그 만큼 청소년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 이 말은 1989년에 개봉했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당시 청소년들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성적이 바닥인 봉구와 천재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봉구는 공부를 잘하는 은주를 좋하고, 천재는 양호선생님을 좋아한다. 부모님 때문에 성적에 집착하는 은주는 봉구의 순수함에 이끌려 학교와 집을 떠나 작은 즐거움과 삶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온 은주는 떨어진 성적을 마주하게 되고, 부모님의 차가운 시선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20여년전 작품이다. 당시의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에 대해서 큰 반향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지 비교하면서 고민해 볼만하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8점
강우석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자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문제를 고민하지만, 사실 자살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차이는 왜 다를까? 같은 자살인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청소년이나 젊은층에 대해서는 그 문제가 사회적문제로 기성세대의 책임성에 대해서 공감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기성세대의 자살에 대해서는 사회의 책임이 없는 것일까? 복지제도나 다양한 사회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보면 사회의 책임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에 대해서는 당신이 무능해서 그렇다는 식의 야멸찬 시선이 그 바탕이다. 노력만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낸 뒤틀린 시선이다.


 코메디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 "수상한 고객들"은 우리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험왕이던 배병우가 어느날 자살방조혐의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찜찜한 고객들의 계약을 떠올리게 되고 그들을 찾아나서게 된다. 우울모드의 기러기 아빠, 까칠한 소녀가장, 욕설을 입에 달고사는 꽃거지 청년, 네 명의 자식을 둔 억척 과부. 자칫하면 한 순간 한강물에 뛰어들 기세인 그들의 생명연장을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병우가 찾아나선 사람들은 단순한 가상의 인물들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 속의 인물들이다.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동시에 포함되어서 나타난 문제로,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웃기보다는 사회적 현실과 문제를 인식하고 기성세대의 높은 자살율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수상한 고객들 - 8점
조진모
 

 개인적으로 자살이라는 소재를 다뤘던 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 영화 "자살관광버스"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작품으로 친구의 손에 이끌려 봤던 작품이다. 별 기대도 없이 봤었는데, 심각한 주제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2박 3일간의 투어를 가는 관광버스가 승객을 기대리고 있다. 그런데 예정에도 없던 승객 미츠키가 나타나 삼촌을 대신해서 왔다고 말하고 투어에 참가한다. 하지만, 미츠키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은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투어에 참여한 것으로 미츠키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호텔에 도착한 그들은 자살이라는 공통된 목표의식 때문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가까워진다. 그러던 중 미츠키는 이 투어의 목적이라는 것이 자살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다음날 아무일 없다는 듯 모두 버스에 탑승하고, 이제 원래 목적을 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이 미츠키를 보면서 죽음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한다. 

자살관광버스 - 8점
히로시 스미즈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앞의 두 영화와는 관점을 달리한다. 앞의 두 영화는 자살이라는 문제를 사회적현실이나 문제로 보고 있다면, 이 영화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미츠키와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삶에 대한 의지를 통해서 죽음에 대한 회의로 바뀌는 사람들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살의 문제를 개인적 책임으로 몰아붙이면서 사람을 더 벼랑 끝으로 모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삶의 의지나 희망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회의나 삶의 기쁨을 알게 해준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질책이 아니라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반전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건 뭥미"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거기에 대한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맏기고, 중요한 것은 자살에 대한 경멸적인 시선보다는 삶의 의지나 희망으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