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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코믹한 수컷들의 영역 다툼. 영화 "미트 페어런츠 3"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1. 4. 3.


미트 페어런츠 3
감독 폴 웨이츠 (2010 / 미국)
출연 로버트 드 니로,벤 스틸러,제시카 알바,오웬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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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남자들의 성향은 아직 수렵시대의 습성이 남아있어서다. 수렵시대에는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일사분란하게 조직을 움직여서 사냥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위계와 질서를 상당히 중요시 하게 된다. 여성들이 수평지향적 관계 성향이 강한 반면, 남성들은 수직지향적 관계 성향이 강한 것이다. 친구들과 만나 하는 대화를 잘 관찰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남성들의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행위나 대화를 많이 하는 반면, 여성들의 경우는 공감하는 대화와 행위를 많이 한다. 남성들의 이러한 성향은 여성에 비해 승진이나 출세지향성이 강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은 가족관계나 제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그 중 가부장적 가족관계라는 것이 대표적으로 남성적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요즘 남성들도 많이 바뀌긴했지만, 남자들의 경우는 조직에는 위계라는 것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 위계가 있으면 그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관계에도 예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은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다보니 한 가족내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과 자신을 대신 대표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이해의 충돌이 바로 얼마 전까지 남녀의 갈등으로 비쳐줬던 호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미트 페어런츠3"는 가족관계 내에서 존재하는 남성의 수직지향적 사고나 관계를 코믹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수적인 장인이 가문의 가장자리를 사위 그레그 퍼커에서 물려주려고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하는 사위와 장인의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이 영화는 남성의 수직지향적인 특성을 매우 잘 잡아내고 있다. 그레그 퍼커라는 캐릭터의 경우, 장인인 잭 번즈에 비하면, 상당히 수평지향적 성향을 보이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신의 아이들의 잘못이나 고칠점에 대해서 권위를 내세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수평적인 관계로 접근해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그레그의 딸이 아빠에게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레그는 권위를 내세우며 억지로 관계를 형성하려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장인 잭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사람이 갑작스럽게 변한다. 가문의 가장으로써 "갓퍼커"가 되어 달라는 잭의 전화에 그레그는 갑작스럽게 권위적으로 변한다. 보통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레그는 가문의 가장이라는 자리라는 말을 듣고는 바로 자신의 위치에 맞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감독은 이 후에 코믹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가부장적 권위라는 것을 쉽게 뭉게버린다. 세대가 다른 두 사람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 코믹적인 장면은 가장의 권위라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는 두 가장, 잭과 그레그의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발버둥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잭은 자신의 영역을 그레그의 가족까지로 설정한다. 그리고 그 영역이 누군가에게 침해받지 않기를 노심초사하면서 경계한다. 잭은 특히 그레그를 유심해서 감시한다. 전직 CIA라는 설정이 남을 감시하고 의심하는 것이 직업적 설정인 것 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잭의 그런 습성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수컷본능이다. 영화는 잭의 그런 본능이 살아나도록 다른 사위와 딸의 이혼이라는 설정을 심어두고 있다.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다른 암컷으로 인해서 딸은 상처를 받고 단란하던 가족이라는 영역이 깨어진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족이라는 영역을 지키려는 잭의 본능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잭은 자신의 가족이라는 영역에 두 가지 침범을 받는다. 하나는 잭이라는 장인의 침범이다. 자신은 분명 아내 팸과 두 아이를 가진 한 가정의 가장인데, 장인 잭의 간섭은 바로 자신의 가정에 대한 침임으로 인식한 것이다. 거기에, 자신보다 자기 아이들과 더 친밀한, 아내의 전 애인이자 친구인 케빈의 등장은 또 하나의 침범이다. 그렇게 잭은 두 침범자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라고 아등바등 거린다. 거기에 제약회사 영업사원 앤디가 끼어 들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앤디는 발기부전제를 파는 영업사원인데, 남성에게 상징적 약까지 등장해 잭과 그레그 두 수컷의 영역다툼을 더 상징성 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마지막에 가면서 수컷들의 영역다툼은 점점 강해진다. 잭과 그레그의 주먹다툼 장면은 수컷들의 영역다툼에 대한 치열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영화 죠스를 패러디하는 등 상당히 코믹하게 연출되어 있는데, 아마도 수컷들의 영역다툼이라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잭과 그레그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그렇게 아등바등 거리지만, 결국에 남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각 가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수평적 관계를 더욱 중시하는 여성들일 뿐이다. 딸과의 관계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그레그는 자신의 어머니 로즈 퍼커의 설득에 아빠와의 관계를 새로 정립한 딸을 만났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사위를 의심하던 잭이나, 장인의 심한 간섭과 감시에 시달리던 그레그는 싸움으로 결론을 얻지 못한다. 사위와 장인이라는 관계는 다시 확인했지만, 자신의 영역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 관계를 명확하게 해 준것은 바로 두 사람의 아내 다이너와 팸이다. 


 결국 이 영화는 두 수컷들의 치열한 영역 다툼이 얼마나 소모적인 낭비인가를 보여준다. 변화한 시대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컷들의 처량함을 보여준다고 할까. 관객들은 그저 영화 속 코믹장면들을 보면서 웃고, 허황되고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적 권위의식을 비웃으면 된다. 잘 짜여진 설정이나 이야기가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전해준다. 하지만, 화려한 이름 값을 가진 배우들에 비하면 아쉬운 완성도랄까, 영화가 너무 가볍다고 해야할까.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든 아쉬움이 남는다.

미트 페어런츠 3 - 8점
폴 웨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