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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심플한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큰 감동의 영화. 영화 "내 이름은 칸"을 보고...

by 은빛연어 2011. 3. 29.

내 이름은 칸
감독 카란 조하르 (2010 / 인도)
출연 샤룩 칸,까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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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갈등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그런 거리에서 어른들이 내뱄는 분노의 말을 들은 칸은 의미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어머니 앞에서 내뱄는다. 칸이 내뱄는 말에 놀란 어머니는 칸을 불러놓고 말한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고, 힌두교니 이슬람교도니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거라고. 칸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한 사람을 구분하는 이 단순한 기준은 영화전체에 흐르는 이야기의 핵심을 이룬다. 미국을 흔들었던 9.11과 어우려지면서 종교가 그 사람의 선악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준다. 


 영화는 착함과 나쁨을 나누는 단순한 구분만큼 단순한 에피소드들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에 맞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이 진실하게 표현된다. 원래 인간이 복잡한 존재이고 그런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는 영화들이 주목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반대로 표현한다. 어쩌면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들과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주인공 칸을 비교를 하게 되는데, 칸의 그런 모습이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못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정표현에 서툰 칸, 하지만 그는 우리와는 다르게 세상을 아주 착하게만 바라본다. 그런 착한 시선이 영화를 따뜻하게 만든다. 


 복잡계로 이루어진 세상을 이해하고 알게되면서 각자의 감정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복잡성을 내포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이해받고 싶어하고 위로받고 싶어하지만, 상대방을 그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위로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낀다. 나 혼자만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외로움. 그래서인지 단순한 이야기에 따른 솔직한 감정이 표현되는 이 영화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배우들이 표현하는 직설적인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는 "칸"을 연기한 인도의 국민 배우라는 "샤룩 칸"보다 "만디라"를 연기한 "까졸"이 더 눈에 들어온다. 사랑을 할 때는 사랑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고, 아들이 죽었을 때의 슬픔과 분노는 또한 솔직하게 표현한다. 분명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칸"이기는 하지만, 영화에 필요한 솔직한 감정표현은 "만디라"를 통해서 풍부하게 표현된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는 복잡한 갈등없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화의 본격적인 갈등은 9.11 테러 이후 시작된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구분하는 칸에게는 9.11 테러 이후에 일어나는 종교에 대한 편견과 박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 자신은 테러리스크가 아니라는 것을 대통령에게 알리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칸의 단순함과 세상의 복잡함이 본격적으로 충돌한다. 사람의 착함과 선의를 의심부터 하는 세상은 칸이 보여주는 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칸은 고생을 하게 되지만, 칸의 선함을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칸의 선함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진다. 


 이런 갈등을 통해서 영화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그 사람의 가진 내면의 본성을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만으로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시선에 대해서. 이런 주제의식은 관객에게 아주 쉽게 알수 있으며, 영화 속에 표현되는 진실한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와 감정의 표현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그래서 더 빛난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이고 주제의 힘이지 않을까.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자리에 앉아 오래도록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내 이름은 칸 - 10점
카란 조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