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 불리는 책이나 작품들의 제목만 들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 고전을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고전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워낙 많이 사람들의 입이나 다른 책 또는 작품을 통해서 언급되다 보니, 직접 보지 않아도 누구나 대략의 내용을 술술 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전 자체의 재해석이나 재발견보다는 기존의 원전을 새롭게 해석해 재창조해낸 작품들이 새롭게 선보이고 대중들은 고전보다 그런 작품들을 소비한다.
그런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고전 중에 하나가 "서유기"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힘은 어린 시절에 가졌던 판타지적 환상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서유기" 원전을 제대로 본적이 없다. "서유기"라는 고전이 원전 그대로 번역되어 10권의 책으로 출간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니, 대중들의 가장 사랑을 받는다는 중국고전 "삼국지"와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을 제대로 본 사람은 많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삼국지"의 경우 다양한 소설가들이 자기만의 해석을 붙여서 완역한 작품들이 많지만, 서유기의 경우는 현재 단 두 종류의 완역본이 국내에 나와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고판이나 축약된 한 권짜리의 책으로 "서유기"라는 고전을 접했을 뿐이다.
현재 많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서유기"의 모습은 만화가 허영만이 그린 "날아라 슈퍼보드"다.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하는 성대모사나 개인기로 가장 많은 이용하는 캐릭터의 특징들이 바로 그 작품에서 나왔다. 그 작품에서는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던 손오공이 보드를 타고 날아다니고, 저팔계는 바주카포를 쏜다. 사오정은 귀가 어둡고 뽕망치를 무기로 들고 다닌다. 만화가 허영만은 "서유기"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재창조해 재미와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개봉한 "서유기 리턴즈"의 캐릭터들은 바로 허영만의 "날아라 슈퍼보드" 속 캐릭터적 특성을 활용하고 있다. 원전의 재해석해서 캐릭터를 창조하기보다는 가장 대중들이 친근한 캐릭터들을 활용해서 익숙함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는 작품이다. 영화는 손오공 일행에 의해 호리병에 갇힌 사악한 무리들이 서울의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손오공 일행의 유물과 함께 봉인에서 풀려버린다. 사악한 무리들은 세상을 활보하게 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손오공 일행의 유해에서 DNA를 추출해 그들을 되살려 낸다. 되살아난 손오공 일행은 사악한 무리와 대결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평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가족이나 아이들이 볼만한 영화가 부족한 현실에서 아이들과 가족관객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작품이 아닐까..
"서유기"를 재해석한 작품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주성치 주연의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이 아닐까. 주성치 특유의 코믹연기가 가장 절정에 달한 작품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는 물론 영화의 재미까지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주성치의 많은 팬들이 주성치의 최고 작품으로 주저 없이 손꼽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작품이다. 그 중 "월광보합"은 손오공의 패악질에 분노한 관세음이 500년 뒤에 손오공을 인간을 환생시키면서 시작된다. 산적무리의 우두머리 지존보로 환생한 손오공은 당삼장을 찾는 두 명의 여자요괴와 만나게 된다. 요괴들은 당삼장과 손오공이 만날 것으로 생각하고 발바닥에 점 세 개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당삼장을 노리는 우마왕까지 나타나면서 지존보는 위기에 처한다.
"서유기"의 주인공하면 누구나 손오공을 생각한다. 손오공이 아닌 "삼정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색다른 영화가 있다. 홍콩 영화 "정전대성"이다. 인터넷에서 먼저 입소문이 난 영화로 엉성해 보이는 cg가 아쉽지만, 홍콩식 코메디와 삼장법사의 애절한 사랑이 진한 감동을 남기는 작품이다. 영화는 악마로부터 삼장법사 일행이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힘에 부친 손오공은 여의봉과 함께 삼장법사를 탈출시키지만, 악마의 손에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잡혀버린다. 간신히 탈출한 삼장법사는 우연히 만난 추녀 미염과 함께 손오공 일행을 구출하려 간다. 이야기는 삼장법사와 미염을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그 둘 사이의 애절하고 진실한 사랑이 긴 여운을 남기면서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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