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면, 의래 영화 배우들은 쇼프로그램의 게스트로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배우들도 그렇게 영화 홍보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는지 TV에서 좀 처럼 활동하지 않지만, 자신의 영화 홍보를 위해서는 기꺼이 쇼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그런 배우들 중에 참 의외랄까? 정진영이라는 배우가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다. 흔히 말하는 예능감은 좀 부족해보이지만,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성실함이라고 표현해야 될까? 자신의 부족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잘 출연하지 않던 쇼프로그램에 나와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너무나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그가 자신이 쇼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를 밝힌다. 이준익 감독의 강요아닌 강요에 못 이겨서 활동한다고 한다나. 툭 터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영화 망하면 안되는데"라는 말과 함께 내쉬는 한숨에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준익 감독의 어떤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가 망하면 상업영화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허투르 말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리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감독이라고 해도, 계속되는 흥행실패는 상업감독으로서의 위치를 크게 흔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인가 보다. 좀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준익 감독이 와신상담하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영화 "황산벌"의 성공을 토대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처음부터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결연한 의지만큼 철저하게 흥행을 목표로 만들어 졌다는 것도, 성공한 영화의 후속편이라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수가 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영화의 속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오래된 영화란 기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황산벌"에서 보여줬던 기발한 상상력이 바탕이되는 사극영화라는 특성이 지금의 트랜드에는 뒤쳐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에서 말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 사투리가 교통과 통신이 불편했던 시대에는 의사 소통에 장애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만들어졌던 영화적 재미는 수명을 다해서 관객들에게 새롭게 어필하기 힘들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
감독도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한 것 처럼 보인다. 사투리와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 "황산벌"의 가장 큰 재미와 이야기의 축이 완전히 바뀌면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해서 색다른 재미를 부가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의 흔적을 잘 찾을 수가 없다. 사투리와 의사소통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대체할 다른 상상력은 없고 단순하게 사극 코메디라는 장르로 머물러 버렸다는 생각이든다. 거기에 전쟁과 정치적 상황이 부각되면서 영화 "황산벌"의 "거시기"같은 캐릭터가 죽어 버렸다. "평양성"의 거시기는 "황산벌"의 거시기 만큼 강렬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전작이나 이번 작품이나 사실 거시기라는 캐릭터 설정에는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거대한 전쟁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휘말리는 소시민의 삶을 대변하는 "거시기"는 같은 거시기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규모가 커져서 그런지 몰라도 "거시기"가 영화의 규모나 전쟁에 묻혀버린다. "갑순"이라는 캐릭터를 더해서 러브라인을 부각시키고, 개인의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거시기"의 매력은 숨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더 마음에 안드는 것은 감독이 "거시기"라는 캐릭터를 이용해서 말하려고 하는 전쟁에 관한 메시지다.
전쟁이라는 것이 웃대가리들의 치적놀음이고 소시민의 삶과는 상관없는 것이라는 감독의 생각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너무 그런 생각을 부각함으로써 개인의 삶과 정치를 분리시켰다는 인상이 더 크다. "거시기"를 통해서 정치나 현실적 상황에 대한 허무주의와 이기심만을 부추긴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정치무관심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당연한 것이며 개인의 삶 많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영화 "평양성"이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을 본다면 국가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개인의 삶만 중시한다고 해도 별 어려움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적 시스템과 사회라는 거대한 테두리가 개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준익 감독이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주는 메시지는 그런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지독한 개인주의나 무관심이 개인의 삶에 더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것 같다.
결국 이 영화에는 눈에 띄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개성 있는 캐릭터가 살려주는 영화의 감칠맛이 사라지고, 웃기려고 만든 코믹한 몇 몇 장면들은 우습다는 생각보다 민망하다는 생각이 우선든다. 개인적인 웃음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같이 본 친구도 웃지 않는 것을 보니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의 문제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전작 "황산벌"에서 보여줬던 기발한 상상력과 소소한 재미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마디로 규모가 커지면서 화려함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기존에 영화가 가지고 있던 매력들이 완전히 죽어 버렸다. "이준익 감독의 마지막 상업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라는 어느 네티즌의 글에 웃기도 했지만, 내가 그 글에 공감했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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