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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인 듯한 영화의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발레라는 공연예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거의 본적이 없어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이 더해진 그 장면은 발레의 아름다움과 앞으로 펼쳐질 영화의 긴장감 또는 주인공 니나의 강박적인 모습을 동시에 축약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한 마리의 백조가 우아한 날개 짓을 하는 듯한 나탈리 포트먼의 매혹적인 연기도 영화의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렇게 시작한 이 영화는 주인공 니나의 심리를 영화 전체에 풍긴다. 영화의 초반부터 니나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강박적인 모습을 빠른 편집과 연출 그리고 음악까지 어우러지면서 시종일관 관객을 니나의 강박 속으로 몰아넣는다. 처음부터 이유도 모르고 그런 강박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은 당황스럽다. 관객이 니나라는 인물을 제대로 파악하기 전부터 니나의 강박 속에 빠져들다 보니 조금은 불쾌감까지 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어두운 영화를 좋아라 하는 편이지만, 처음부터 시작해서 영화 전체를 심각한 강박관념으로 일관하는 이 영화를 보면 볼수록 사람을 더 불쾌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영화 속 강박관념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연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는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개그 콘서트의 "발레리노"라는 코너에서 우스운 장면에 익숙할 뿐, 진짜 발레에 익숙지 않은 나에게 매혹적익 아름답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발레 장면 등이 더해지면서, 영화에 표현되는 강박관념이 만들어 내는 불쾌감은 어느새 잊혀져 버린다.
영화가 점점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심해는 니나의 강박관념은 영화 이야기의 전개 속도와 빠른 편집이 더해지면서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백조의 호수" 공연은 니나의 강박관념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는 다른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백조를 연기할 때는 안타까움과 니나의 연기에서 보여지는 불안함이, 흑조를 연기할 때는 백조와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풍긴다. 흑조를 연기하는 니나를 보면 강박관념을 뛰어넘어서 자신을 자유롭게 만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흑조로 변신한 니나는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자신의 강박관념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영화 후반에 흑조가 등장하면서 보여지는 무서울 정도로 관객을 압도하는 공연모습과 니나에게서 보여지는 카리스마는 나탈리 포트만이라는 배우에 경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거기에 시종일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트리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하는 연출력과 그 분위기를 잘 표현한 음악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강렬한 영화의 여운이 길게 남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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