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로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부터 많은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임수정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뮤지컬을 보지도 못했기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김종욱이란 이름을 가진 역할이 많은데, 같은 배우가 1인 다역을 해야 한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다. 임수정에 대한 기대가 높았을 뿐인데,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포함된 유료시사회 소식을 접했다. 영화도 전혀 모르고, 배우에 대한 관심을 빼면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영화가 아닌데, 배우 얼굴 하나 보겠다고 덜컥 영화를 예매해 버렸다. 배우에 그렇게 목매는 사람은 아닌데, 영화도 보고 무대인사도 보면 1석 2조라는 생각이 앞서는 바람에…
임수정을 보러 간다는 생각에 영화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까?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원래부터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탄탄함과 짜임새는 원작이 뮤지컬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를 충분히 알게 만들었다. 그냥 단순히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서 임수정이 연기한 서지우와 공유가 연기한 한기준이라는 캐릭터들의 성격들을 조금씩 드러낸다.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의 성격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이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 같은 느낌이 든다. 서지우와 한기준이라는 캐릭터와 내가 친구가 되어간다는 느낌이랄까?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처럼, 서지우의 첫사랑에 안타깝고, 한기준의 새 사랑에 두근거리고 안타깝기도 하다.
임수정을 보러 갔지만, 공유의 매력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임수정의 털털함도 나름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하지만, 공유의 연기는 그것보다 더 매력적이다. 서지수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떠올리는 인도의 김종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온갖 멋진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여성이라면 멋있다고 환호 할만 하지만 나 같은 남자가 보기에는 밥 맛 떨어지게 만든다. 그런데 공유가 한기준을 연기할 때는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많은 캐릭터로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다. 한 영화에서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를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없다. 인도의 김종욱의 경우 대사나 감정표현이 있는 장면이 거의 없고 이미지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영화의 절반 이상의 재미는 공유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뻥뻥 터지게 만드는 웃음의 대부분은 공유가 연기한 한기준이 보여주니까. 그런 공유가 매력적인 것은 잘 망가져서도 있겠지만, 과장된 연기가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맞는 완성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유 만큼은 아니지만 임수정의 변신도 매력적이다. 연약한 역할을 많이 했던 임수정이 이번에는 털털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화려한 옷 대신 점퍼와 바지를 주로 입고 등장하고, 말투에서도 털털함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이 조금은 어설퍼 보이기는 하지만, 그 어설퍼 보이는 장면들이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서지수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연약함을 가리려는 행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임수정은 서지수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연약함을 외면으로 감추려는 어색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뮤지컬이 원작인 영화들은 뮤지컬의 느낌과 감동을 전해주기 위해서 영화 속에서도 그 장면을 많이 재연한다. 하지만, 영화와 뮤지컬은 표현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매체로 다른 방식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는 것이 쉽지 않다. 니콜 키드만, 케이트 허드슨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앞세워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나인"의 경우는 뮤지컬을 영화로 만드는데 실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적 매력도 뮤지컬의 매력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 영화도 그런 위험성을 내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뮤지컬적 요소를 최소한으로 했다. 서지수가 일하고 있는 공간으로 그것을 한정함으로써 영화 속에 뮤지컬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이 영화에서는 서지수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서 뮤지컬을 활용할 뿐이다. 서지수가 가지고 있는 직업인 무대감독, 그리고 과거에 유명했던 꼬마가수였다는 사실과 그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수단으로써만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전체 내용과 어색함이 전혀 없이 멋진 뮤지컬 무대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뮤지컬 무대를 통해서 서지수라는 캐릭터가 내면의 연약함이라는 껍질을 파괴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는 힘이 있고, 무대의 열정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원래 기대하고 갔던 이쁘고 화려한 임수정의 모습도 바로 이 장면에서 확인 할 수가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카메오들이 출연해서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뮤지컬은 보지 않았지만, 원작 뮤지컬에 출연해서 명성을 쌓았던 눈에 익은 배우들이 영화에 잠깐씩 비치는 것도 재미있다. 원작 뮤지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도 영화는 영화 나름의 재미를 만들어 준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로써 즐거운 웃음과 사랑의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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