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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기차와 영화.

by 은빛연어 2010. 11. 15.

 산업혁명의 핵심 원동력이 되었던 증기기관은 G. 스티븐슨의 개량작업을 거치면서 증기기관차로 발전했다. 말과 마차가 핵심 운동수단이던 당시에 증기기관차는 하나의 혁명적인 발명으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시간을 단축했다. 미국의 건국과 함께 광활한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중요한 수단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게 된다. 개량을 거듭한 기차는 다양한 목적으로 형태를 조금씩 바뀌면서 발전한다. 최근에는 시속 300km 이상의 속력을 내는 고속열차가 개발되면서, 자동차와 비행기에게 빼앗겼던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된다. 더욱이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해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게 되면서 기차는 녹색교통수단의 하나로 주목 받게 된다. 넓은 땅덩어리 때문에 완벽한 대중교통체계를 갖추기 힘들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자동차 공화국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친환경과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고속기차 계획을 발표하기까지 했을 정도로 21세기에 기차는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

 

 대량 수송에 용이한 기차는 대중교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쓰임새에 따라서 기차의 형태와 이름을 달리하는데 도시 내부의 수송수단인 지하철이나 경전철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인들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하철은 도시의 많은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래서 지하철에는 많은 도시인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나는 곳이다. 출퇴근 시간에 복잡한 지하철의 모습은 혼잡한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축소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하철은 많은 위험들이 내포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비관해서 철로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고, 대구 지하철 화재와 같은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하는 곳이다. 친근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위험이 내포한 공간인 지하철. 그래서 영화에서는 그런 복합적인 지하철의 특징을 활용하기도 한다.


 

 김석훈, 배두나 주연의 영화 "튜브" 복수라는 목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한 테러를 꿈꾸는 인물과 그를 저지하려는 형사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전직 국가비밀요원으로 활동하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출당한 강기택은 지하철을 통한 복수를 꿈꾼다. 이를 알게 소매치기 인경을 통해서 정보를 입수한 장형사는 강기택을 저지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영화 "쉬리"에서 공동각본과 조감독을 했던 백운학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는 지하철을 배경으로 현실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신파적인 영화의 이야기와 지금 보면 조금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 등이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다.

 

 김지윤 감독의 "놈놈놈"이라는 영화를 보면 달리는 기차를 탈취하는 강도들이 나온다. 말을 타고 따라잡아서 기차를 세우고 강도질을 하는데, 요즘 같으면 쉽게 상상할 없는 일이다. 요즘은 기차가 워낙 빨라져서 말을 타고 전력으로 달려도 기차를 따라잡기 힘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기차철로는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갈 없다. 그래서 철로에 난입해 기차 탈취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저런 식의 열차강도나 기차 탈취하는 영화의 배경은 과거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요즘은 기발한 전략과 다양한 첨단기술 등을 활용해 기차를 탈취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진다. 그런 영화들은 달리는 기차가 만들어내는 고립된 공간, 기차에서 쉽게 내릴 수도 올라탈 수도 없는 환경을 활용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유발하는 식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하게 된다.


 

 스티븐 시걸 주연의 영화 "언더씨즈 2" 제목과는 다르게 기차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미치광이 천재과학자 드래비스 데인은 테러리스트들과 규합해 호화열차를 탈취한다. 기차에 탑승하고 있던 장교들에게 정보를 빼앗아 전투용 인공위성의 통제권을 손에 넣는다. 그것을 통해 미국정부를 협박 10억달러의 돈을 요구한다. 마침 기차에 조카와 타고 있던 퇴역 해군특수부대 요원 케이시는 테러리스트과 싸움을 벌이게 된다. 영화의 1편은 퇴역을 앞둔 군함을 탈취한 테러리스트들과 그들을 저지하는 스티븐 시걸의 대결이 매력적인 액션영화였다면, 바로 영화 2편은 배경이 군함에서 기차로 바꾸어서 보여준다. 하지만, 단지 배경만 바뀌고 1편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스티븐 시걸의 멋진 액션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니토미" 인기를 얻은 캐서린 헤이글의 매력적인 아역시절 모습도 있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제까지의 영화들이 기차가 가지는 환경과 공간이라는 측면을 이용한 영화들이었다. 이야기를 치밀하게 구성하기 위한 요소나 장치로 기차를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주요한 이야기의 흐름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갈등구조가 그려지게 된다. 그래서 기차는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장치나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기차는 인간이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만들어낸 문명의 이기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가질 있는 도구다. 그래서 기차가 가지고 있는 편리함 뒤에 숨어있는 다른 이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다른 느낌을 있는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토니 스콧 감독의 "언스토퍼블"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의 영화다. 기차의 배경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제어를 벗어났을 드러나는 기차 자체의 공포스러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단순히 기차를 공간이나 배경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사투하는 대상으로 만들었다. 앞의 영화는 우리가 경계해야 대상이 테러리스트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면, 영화는 기차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공포와 무서움을 보여준다고 있다. 영화는 유해한 화학물질을 가득 싣고 있는 777 열차가 기관사의 실수로 인해서 아무도 채우지 않은 혼자 폭주하게 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기차를 세우지 않으면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 피해가 예상되는데.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와 신참 윌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열차를 세우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독은 주인공들과 대결 대상이 되는 기차의 중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기차체험교육 열차를 타고 즐겁게 떠들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평화로운 모습과 기차가 빠르게 사람을 스쳐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공포감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그것을 통해 기차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 편리함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제어하지 못할 때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그런 위험성과 인간의 통제력을 상실한 통제할 없다는 것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이 영화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하고 있는 작품이다. 교훈적 내용이나 감상 느낌보다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긴장감이 모든 것을 압도해 버리는 같은 느낌이 정도다. 그래서 앞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기차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