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소설과 영화.

by 은빛연어 2010. 11. 23.

 하드파워보다 소프트파워가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공산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문화 상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컨텐츠로써 성공을 거둔 소재들은 다시 다른 형태의 컨텐츠로 변환된다. 드라마가 영화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성공한 영화나 드라마는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문화상품은 다른 형태의 문화상품과 캐릭터 상품으로 재생산된다. 때론 처음부터 다양한 형태의 문화상품을 만들어 내려고 치밀한 계획으로 하나의 문화상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말로 그러한 현상을 표현한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기는 심형래 감독의 경우 테마파크와 캐릭터 상품 등을 고려해 영화를 제작하는 사업가의 모습도 보여주는데, 바로 그것이 "원소스 멀티유즈" 대표적인 형태라고 있다.

 

 요즘 영화가 개봉할 서점에 가보면 개봉영화와 관련된 책들이 같이 출간되는 것을 쉽게 수가 있다. 영화의 원작이 이미 출판된 소설이라면 책의 표지를 영화의 장면으로 바뀌어 재발간 되기도 하지만, 원작이 없이 새롭게 창작된 작품들은 영화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아니면 영화의 내용을 소설 형태로 출간되어 관심을 끈다. 유능한 소설가의 경우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창조하기도 하는데, 소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유명한 작가 브라운은 영화화가 적합하게 소설의 구성하고 묘사한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 머리 속에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느낌이 정도로 생생한 묘사와 치밀한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

 

 영화계의 상상력 고갈 때문인지 아니면 소설이나 만화책 같은 장르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많다. 이미 원작이 유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영화화 되면서 원작이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 보이" 경우 영화가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원작 만화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경우다. 박찬욱 감독이 원작의 모티브만 활용하고 내용이나 이야기는 자신이 새롭게 만들기 때문에 영화를 이미 봤다고 해도 원작은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것은 영화에 각색이라는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원작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영화적 표현에 맞추어 가공될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처럼 원작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원작의 훼손이 거의 없는 작품들도 있기도 하다. 그래서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통 영화화된 작품을 봤을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원작보다는 영화를 먼저 접하고 원작을 접하게 된다. 2시간이면 하나의 컨텐츠를 소비할 있는 영화에 비해서 원작들로 불리는 소설이나 만화책은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에 특별히 관심이 없다면 원작보다는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같은 경우도 보통 영화를 보고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원작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영화면 충분하니 원작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가 강한 인상을 남겼을 수도 있고, 그냥 영화에 충분히 만족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데 가끔은 원작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 있다. 그래서 가끔 원작 소설들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원작 소설들을 읽다 보면, 영화와 원작이 거의 같은 작품들도 있고, 영화의 공간의 메워주는 원작도 있고, 영화보다는 원작이 좋았던 경우도 있었다.


 

 케이트 윈슬랫 주연의 영화 " 리더" 경우 영화나 소설이 거의 차이가 없는 작품이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소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속의 내용이나 영화의 내용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10 소년 마이클이 열병으로 구토하는 장면을 지켜본 30 한나가 도움을 주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사람의 관계는 운명적 끌림이랄까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관계를 가지기 전에 마이클에게 책을 읽어 달라던 한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불안감을 느끼고, 마이클의 곁을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법대생이 마이클은 우연히 전범재판소에서 한나를 보게 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받는 한나를 묵묵히 지켜만 본다. 감옥에 한나를 위해 마이클은 책을 읽는 것을 녹음한 테이프를 꾸준히 보내면서 관계를 계속 이어가게 된다. 케이트 윈슬렛의 뛰어난 연기고 매혹적인 영화이고, 한나의 말할 없는 비밀과 마지막 선택이 가슴 곳을 저미게 만든다.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본다면, 눈으로 문장을 읽어가면 영화 장면이 그대로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다.

 

 스웨덴 영화 "렛미인" 처음 봤을 , 신비로움과 몽환적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원작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본지 거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원작을 읽게 되었다. 원작은 스웨덴 영화 속에 관객의 상상에 맡겼던 장면들의 공간들을 채운다. 그저 내가 상상만 했던 이야기의 공간을 원작이 채워주다 보니 영화도 원작소설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영화와 원작의 관계가 이렇게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원작소설의 작가가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번에 개봉한 헐리우드판 "렛미인" 경우도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활용한다. 공간적 배경이 바뀌고, 이야기의 순서도 바뀌고, 감독이 의도한 연출기법들이 조금씩 다르기에 스웨덴 영화와는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 졌다.

 


 헐리우드 "렛미인" 뉴멕시코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소녀와 남자가 이사를 온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부모님의 이혼 등으로 학교와 가정에서도 외로운 오웬은 놀이터에서 만난 소녀에게 끌리게 된다. 소녀 애비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비밀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다가, 결국에 그녀가 사람의 피를 필요로 하는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애비와 같이 남자는 어느 죽음을 맞이하고, 애비는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서 그곳을 떠나게 되는데, 애비를 사랑하게 오웬은 모습을 자기방 창문을 통해 묵묵히 바라만 본다. 헐리우드 판은 오웬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오웬 어머니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도 오웬이 망원경과 창문을 통해서 몰래 훔쳐보는 외에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감독은 오웬을 통해서 군중 속의 고독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헐리우드 "렛미인" 스웨던 영화만큼 원작과 상호연관적인 관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경우 2009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영화로써 탄탄한 명성을 쌓은 작품이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자말이 최고 인기 퀴즈쇼에 출연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보여준다. 통신사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던 자말은 처음부터 무시를 당한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자말은 최종라운드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학력와 출신을 봤을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한 경찰에 의해서 체포되는데, 경찰서의 취조과정을 통해서 자말이 어떻게 퀴즈를 맞추게 되었는지를 자말의 삶을 통해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는 자말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이야기의 흐름에 필요한 존재들도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원작에는 없는 자말의 형이나 원작에는 자세히 등장하지 않는 자말의 연인 라티카가 영화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이끈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었을 경우 작품은 소재만 비슷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원작이 좋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영화가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영화적 표현의 한계를 생각한다면 원작의 변형이 많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내용에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어느 것이 좋다고 판단하기 위해 비교해서 읽는 것보다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고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