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3D영화의 첫 발. 영화 "나탈리"를 보고...

 3D 영화 붐과 함께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3D영화 제작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아직까지 성과로 나온 것은 거의 없지만, 3D영화가 앞으로 영화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지금의 3D영화 붐에 대해서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영화라는 것은 기술의 전시장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3D가 보여주는 영화의 특수효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3D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야기가 바탕이 되지 않은 3D영화는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직 3D기술에 대한 노하우와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서 3D영화 제작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제작발표를 했던 3D기대작 중에 몇몇은 제작기간이 길어지거나 3D촬영을 포기하고 2D촬영 후 3D변환이라는 과정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현실적 어려움들로 인해서 3D영화의 혁명이라는 "아바타" 같은 높은 질과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진 한국형 3D영화의 등장은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와중에 이모션 3D를 표방한 "나탈리"는 한국형 3D 영화의 가능성 모색이라는 점에서 실험적인 작품이다. 100억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다는 3D영화 "현의 노래" 제작진이 3D기술 축적을 위해서 중간에 제작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인데, 3D 영화에 대한 기술축적의 의미가 더 큰 작품이랄까?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이모션 3D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헐리우드의 자본과 특수효과 기술을 따라갈 수 없는 한국 영화시장의 한계 때문에 차별화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상상한 것 그 이상을 보여주는 헐리우드 영화와 대적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모션 3D는 3D를 통해서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기존의 헐리우드 3D영화들이 색다른 체험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특수효과와 결합해 관객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놀라움을 선사했다면, 이모션 3D가 목표로 하는 것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감독이나 영화 제작사 측에서는 배우들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3D촬영기술에 많은 노력을 한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영화의 초반에 3D로 촬영된 정사신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이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현재까지 개봉했던 영화 중에 내 기억으로는 아직 영화 속에서 3D로 그런 신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으니까.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들의 에로스적 감성을 충분히 자극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쉬지 않고 반복되는 몇 몇 정사신들. 하지만, 첫경험만이 색다를 뿐이지, 두 번째, 세 번째는 경험은 그렇게 새롭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아무리 정사신에 나오는 여배우들이 바뀌어 조금씩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고 해도 식상함에 밀려오는 하품을 막을 수가 없다.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는 것이 정사신만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장면에서 3D효과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몇 장면에서는 사람과 배경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고 합성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배경과 사람이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몇몇 헐리우드 3D영화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가끔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이 영화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더 큰 단점은 3D촬영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남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진다. 색다른 카메라 워크를 통해서 신선한 카메라 구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런 카메라 워크로는 두 남자의 대화가 만들어내는 정적인 이야기와 지루함을 완전히 덮어버리지 못한다. 하품을 하면서 영화를 끝까지 보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바탕이 되지 않은 3D영화의 한계를 체험한 작품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이 영화 하나에 한국형 3D영화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이런 실험적 작품이 쌓이고 끊임없는 도전이 쌓여서 언젠가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작품이 나오리라. 첫 걸음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나탈리 - 주경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