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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인간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의 시작. 책 "뇌의 거짓말"을 읽고.

by 은빛연어 2010. 9. 1.

뇌의거짓말:무엇이우리의판단을조작하는가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감정/학습심리 > 인식과사고
지은이 마이클 캐플런 (이상미디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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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라고 많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는 절대성을 가진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종교나 신에 대한 믿음은 아니고, 지식이나 과학에 대한 절대성이라고 표현하게는 정확하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이 추구했다던 통합이론 세상의 이치를 하나의 이론으로 있다는 생각에 많은 호감을 가졌었고, 불확실한 세상에는 반드시 확실성이나 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쯤인가 고등학교 때쯤인가에 유행했던 카오스 이론이 그런 생각에 커다란 자극을 주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문적인 지식이라고는 만큼도 없는(지금이라고 폭넓고 깊은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놈이 말끝마다 객관성이라는 것을 강조했었고, 남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는데, 지혜가 깊은 어른들의 눈에는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시간의 흐름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세상의 다양한 면들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어리석은 것인가를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몰랐다는 , 알지 못했다는 ,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은 없으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 내의 생각이 옳다고만 주장했던 맹목적인 믿음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가끔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아는 척하면서 오지랍 넓게 해대는 댓글질을 보면 아직 나는 많이 모자란 하다. 웬만하면 참견하지 않고 타인의 글만을 읽자고 다짐하고 다짐해도, 생각과 다르거나 틀리다고 생각되면 어느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나의 생각 나의 지식이라는 것은 나의 인생과 생활의 내에서 생성된 지극히 한정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얼마 전까지 내가 세상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봤던 것이나, 세상사에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은 객관식시험과 주입식 교육으로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이 아닐까? 여전히 감정이 들어가는 길에 대해서 이분법적 사고로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기는 하지만. 다행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잃지 않아서 책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폭넓은 이해와 관용적 태도를 조금씩이나마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히 관용적이고 이해심이 넓은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는 그렇다는 것임.)

 

 그래서 나는 요즘 절대성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자연을 과학적 수식으로 모두 설명할 있으리라 믿었고, 지금도 열렬한 종교인들은 여전히 신이라는 존재는 믿겠지만. 나는 말을 때도 "절대" "절대로" 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로 절대성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삶이라는 , 사회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고, 상호작용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상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전문가라고 명성을 날리고 자신의 지식이 마치 절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순간에 그를 둘러싼 껍질들이 하나 벗겨지면서 추악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라 명성에 근거하고 권위에 근거한 사람들의 완전성이나 절대성은 더욱 믿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전문가도 사람이기에 실수를 한다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실수라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양심 없는 전문가들이 많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들의 전문지식으로 일반인들을 홀리는 사기꾼들이 전문가를 사칭하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마케팅이라는 것도 사실 소비자를 속여서 많은 물품을 팔기 위한 것임을. 요즘 주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경제라는 것도 사실은 대기업이나 기득권자를 위한 경제학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비판적인 전문가들이 등장해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고 모순을 파헤치고 있지만, 주류 경제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그것이 절대로 옳다는 절대적 믿음 앞에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지식이라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문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이비 전문가들을 제외하고, 우리는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고 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뇌의 작용에 의해서 그런 실수를 범한다는 것이다. "뇌의 거짓말"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인간이 범하는 모순과 실수 등을 광범위하게 파헤치는 책이다. 앞에서 나에 대해서 언급했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책을 보면 보통 사람들이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잠자코 있지 않으려고 하고 자신의 무지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나, 무작위성에 대해서 거의 상상하지 못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돈에 대해 많이 생각할수록 공동체, 협동, 미덕과 같이 훌륭한 가치를 쉽게 외면해버리고 인색해졌다. 이렇게 '가난하지만 마음이 따뜻한'이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것임을 있다."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가끔은 혼란스러운 인간의 모순을 던지기도 한다. 단지 뇌와 호르몬의 작용으로 관용적으로 생각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바로 대목이다. "당신이 권력을 쟁취하거나, 강자의 인정 혹은 약자의 존경을 받음으로써 주어진 권력을 잡는다면 당신의 세로토닌 수치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원천이 무엇이든 권력은 권력자의 뇌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에 따라 행동도 바뀐다." 완장 하나 찼다고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거드름 피우는 인간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세로토닌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니.

 

 거기에 현명한 권력자에 대한 부분에서는 절대성을 암시하는 말보다 상대성을 암시하는 말을 사용한 관리자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한다. 그래서 확정적이고 단호한 어휘들을 구하는 정계 고위직은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저자는 정치인들은 상황에 따라서 공약의 반대편에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권자들은 반대로 절대적이고 확정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데, 모순적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신뢰를 중요시 하는 우리의 문화에서 정치인들의 바꾸기는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절대성을 암시하는 말을 하는 정치인은 위험하다고 하니.

 

 절대성을 추구하는 인간은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존재들이다. 원래부터 이렇게 모순적이기에 반대로 절대성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완벽해 없는 자체의 모순을 그대로 간직한 완벽함은 쉽게 무너질 밖에 없는 모래성이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면 완벽이나 절대성에 대한 생각보다 상대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진실 조차도 상대적일 있다는 것들을. 책은 완벽에 대한 추구보다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뇌의 거짓말 - 10점
마이클 캐플런 & 엘런 캐플런 지음, 이지선 옮김/이상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