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유명인들의 자살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부와 명성이라는 것 만으로도 유명인들의 삶 자체가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기에. 그런 그들의 자살이라는 선택에 대해서는 많이 안타까워 하지만, 그들의 선택 이유에 대해서는 그저 가십거리로 입에 올릴 뿐이다. 그들의 실제의 삶과 모습보다는 만들어진 그들의 모습에 익숙해서 그런 극단적 선택에 대해서 가면 아래의 또 다른 모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려 하기보다 이유를 찾으려고만 하기에 가십은 점점 확대되어 사실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2009년 11월. 이제 20살의 어린 모델이 자살했다는 소식에 시끄러웠다. 전도 유망한 모델이었기에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이름을 알았던지 몰랐던지 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나오는 가십거리들이랄까?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남자친구와 불화설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고, 수명이 짧은 모델세계의 경쟁에 대한 심각한 압박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잠시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유를 둘러싼 다양한 말들이 오고 갔고, 또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기억 밖에 남지 않았고, 그녀의 선택에 대한 이유와 그 당시 가십들에 대한 기억은 이제 사라졌다. 유명인의 죽음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은 일반인의 죽음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대중들은 또 다른 유명인의 죽음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슬퍼할 것이며, 그리고 그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죽음의 이유에 대한 가십거리를 만들 것이다.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관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무대 뒤의 모습과 실생활의 모습에 대해서 대중들은 쉽게 알지 못한다. 대중들은 그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모습에 취해서 그들에 관심을 보이고 사랑할 뿐이다. 다른 모습을 쉽게 이해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떤 모델들은 체중감량을 위해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거식증으로 죽기도 하고, 어떤 모델은 감당하지 못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약물 중독으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모델들이 많이 있다. 무대가 아니라 무대 밖의 그들의 진짜 삶을 그린 영화들을 통해서 그들을 이해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극장용 영화가 아닌 미국의 케이블 방송사 HBO의 TV 영화로 제작된 "지아"는 "슈퍼모델"이란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하다시피 한 "지아 마리 카린지"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한 때 유명 모델이었다가 마약과 동성애에 빠지면서 추락해 26세의 나이로 HIV로 죽은 그녀의 짧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금은 섹시스타로 명성을 쌓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하고 있다. 이 작품 이전까지 졸리 그저 그런 배우로 가능성만 인정 받았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그녀의 연기는 대중과 평단에 인정받게 된다.
시놉시스 - "평범한 식당 직원이던 지아는 뉴욕에서 모델로 데뷔를 하게 된다. 그녀는 곧 유명해지기 시작하고, 화려한 모델 생활을 하게 된다. 패션쇼와 마약에 찌든 파티장, 슬럼가 등을 오가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사진 촬영장에서 만난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다를 만나게 되고, 자신 안에 있는 동성애적 기질을 알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모델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지 못해 마약과 난잡한 성생활에 빠진다."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중에 한 명인 앤디 워홀. 그의 뛰어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뮤즈가 있었다고 한다. "에디 세즈윅".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모델 일을 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앤디 워홀을 만나게 되고, 그의 뮤즈가 되어 자신과 워홀의 명성을 쌓는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녀는 밥 딜런과도 염문설을 뿌리기도 하고 술과 마약에 집착했다고 한다. 그러다 28세의 나이에 약물중독으로 사망한다. 영화 "팩토리 걸"은 에디 세즈윅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앤디 워홀과의 팩토리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놉시스 - "앤디 워홀은 어느 사교파티에서 춤을 추고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발견하고. 그녀의 독특한 스타일과 매력에 끌리게 된다. 앤디는 에디를 자신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팩토리'에 초대하고. 자신의 실험영화의 주인공으로 에디를 발탁한다. 그로 인해 에디는 앤디의 예술적 동반자이자 뮤즈로서 명성을 쌓게 되지만, 자신이 팩토리의 일원이 아니라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그녀 앞에 빌리라는 록스타가 나타난다."
앞의 두 편의 영화가 조금은 어두운 영화라면, 지금 소개할 영화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사막의 유목민으로 태어나 세계적인 모델로서 성공한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키워낸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녀의 자서전 "사막의 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와리스 디리의 역할을 맡은 리야 케베데라는 아프리카 출신의 톱모델이 맡음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작진은 한 모델의 역사만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에도 존재하는 불법이민문제와 여성의 할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유명 모델의 생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 또한 같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놉시스 - "아프리카 유목민의 딸로 태어난 와리스 디리는 13살이 되던 해 강제 결혼을 피해서 도망쳐 나온다. 이곳 저곳을 떠돌다 우연히 런던에 도착하게 된다. 소말리아 대사관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사춘기를 보낸 와리스는 강제 송환될 위기에 놓이게 되자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되고. 우연히 만난 친구 마릴린의 도움으로 영어도 배우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일도 하게 된다. 우연히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모델 일을 제의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본격적인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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