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걸어라 - 조이스 럽 지음, 윤종석 옮김/복있는사람 |
누구나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의 끝은 누구에게나 같은 죽음이지만, 그 끝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모두가 다르다. 어떤 이들에게 그 길은 탄탄 대로고, 또 어떤 이들에게 그 길은 험난한 산길이기도 하다. 마지막의 목적지는 다 같은데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이미 앞서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뒤쫓으며 달려가고, 어떤 이들은 힘들지만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간다. 사실 인생의 길이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정도가 있는 것 처럼, 지도가 있는 것처럼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 길을 이탈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처럼 불안해하거나, 길의 끝 죽음을 눈앞에 둔 것처럼 생각한다. 현실에 절망하고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정답이 없는 길을 지도가 없는 길이 마치 최고의 길인 것처럼 맹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길을 100m 경주 트랙으로 생각하며 우리는 질주한다. 내 옆에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내 앞의 누군가를 앞지르기 위해서…… 하지만 그 길이 바른 길인지 아니 나의 길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고민 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길을 그냥 걷거나 뛸 뿐이다. 신해철은 "껍질의 파괴"라는 노래에서 "부모가 정해논 길을 선생이 가르치는 대로 친구들과 경쟁하며 걷는다. 각본대로 짜여있는 뻔한 인생의 결론 향해 생각 없이 발걸음만 옮긴다."라고 했다. 오래 전 노래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누군가가 정해 놓은 길을 그냥 걸을 뿐이다.
왜 우리는 누군가가 정해 놓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그냥 걷기만 할까? 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보지도 않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자신의 길을 찾거나 만들기 또한 주저한다. 길도 없고 방향을 가르쳐 줄 표식도 없는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은 두려움 처럼, 새로운 길을 향해 자신의 당당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너무 막연한 것이 아닐까? 이 길의 끝은 언제나 같은데.
또 다른 이들은 그저 편안할 길 일거라고 맹신한다. 이미 누군가가 걸었던 길이기 때문에. 하지만, 인생의 길에 편안한 길이 있을까? 단지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만 보고 그 길이 편안하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 길을 개척해 갔던 선구자들은 우리 모르게 수 많은 피와 땀을 그 길에서 흘렸을 텐데……. 누군가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나도 이렇게 해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데, 그 길은 성공의 길이요, 행복의 길이다.
우리가 우리의 길을 개척하지 못하고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 믿음이란 길을 잃었을 때 길로 안내 해줄 나침반인데. 각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나침반이 지금 우리에게는 없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어진 세상에서 경쟁에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만이 중요할 뿐이다. 나침반을 꺼내서 자신의 길을 찾아보는 것보다, 옆에 누군가를 이기는 것 앞에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특정 종교의 순례길이기는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는 진정한 인생의 길의 축소판이다. 느긋하게 걸어서 목표인 산티아고로 향하는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교훈들이 하나하나 떠올리는 것을 보면. "느긋하게 걸어라"는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온 인생의 길을 관찰하며 걸은 교훈들이 들어있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놓쳐온 우리의 길들 경쟁에만 매몰되어 잃어버린 것들. 그런 것들이 느긋하게 걸으면서 대면하게 된다. 거기서 우리에게 인생이란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고 목표점을 향해 걸어가는 것도 아니라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럽고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숙소, 샤워실, 화장실 등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환경과 비교하면서 적응하지 못하다가도 손에 든 것들을 내려 놓음으로써 카미노에 적응해가면서 삶이란 귀한 것을 움켜쥐지 말고 내려놓음으로써 삶이 순탄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밖에도 현실에서 우리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의 깨달음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서인지, 나도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뭔가에 쫓기듯 인생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의 고단함과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방황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느긋하게 걸으며 인생의 길을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그 길로 달려가고 싶다. 그곳에서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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