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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혼탁한 세상을 향한 통쾌한 독설 "신해철의 쾌변독설"

by 은빛연어 2008. 4. 17.
 
신해철의 쾌변독설 - 10점
신해철.지승호 지음/부엔리브로(자음과모음)


 
신해철. 그가 무한궤도를 나와서 솔로 1 앨범을 냈을 , 그때가 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얀 피부에 곱상한 외모를 보고 기생오라비 같이 생겼다고 싫어했었다. 당시는 음악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그의 음악보다는 외모로 그를 평가하게 되었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를 좋아하게 것은 그의 솔로 2 "Myself" 통해서다. 타이틀 곡은 '째즈 카페' 였지만, 나를 사로잡은 그의 음악은 '나에게 쓰는 편지'였다. 지금도 물질만능주의 사회이지만 신해철은 곡을 통해서 물질만능주의 세계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성찰하려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가사와 노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앨범을 구입하고 앨범 전체를 듣고 그의 마력에서 벗어날 없었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의 가사를 외웠었고, 지금도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앨범의 노래들이다.


 음악보다 그를 좋아하게 것은 그의 솔직한 말투와 논리 정연한 생각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보고 독설가라고 어떤 이들은 괴팍한 성격의 딴따라에 아웃 사이더라고 말한다. 언론이 만들어낸 자극적인 기사의 헤드라인과 내용으로 왜곡되어 버린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그의 라디오 방송을 일간만 들어본다면 생각은 바뀔 것이다. 그가 내뱉은 무수한 말들 중에 진정한 독설에 가까운 말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표현의 과격함은 불합리하고 혼탁한 세상을 향한 그의 무기이자 몸부림일 뿐이다. 그는 괴팍하지도 대단한 독설가도 아니다. 그는 단지 잘못된 세상을 향해서 잘못을 지적하고 말할 뿐이다.


 그의 라디오를 매일 듣던 청취자는 아니지만, 방송을 들을 때마다 그의 생각들을 책으로 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서 그냥 공기 중으로 흘려버리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생각들이 많았다. 체벌에 반대하고, 간통에 반대하고, 대마초 합법화를 외치는 그의 말들과 생각이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사람과 그들에게 세뇌 당한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가치관에 대한 거대한 도전일 테지만, 그것은 그가 무수히 쏟아내는 생각과 말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번 "쾌변독설" 신해철의 말을 지승호라는 작가를 펜을 통해서 탄생하기는 했지만, 이제껏 그가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어했고 말했던 것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신해철은 "우리나라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근성 중에 하나가 자기 히어로를 중간에 내다 버린다" 했다.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멀리한 많은 아티스트들과 가수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도 감히 마왕 신해철의 신도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는 없을 정도 이기에 가수 신해철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그땐 미쳤었지"라고 함부로 말한 가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의 오피니언을 가지지 못하도록 교육을 받고 있는 세대들이 어른이 되어서 일으키는 각종의 문제와 부작용들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어요?"라고 반문한다. 지금의 88만원 세대, 총선에서 자신의 권리를 그냥 내던져버린 81% 20대들을 한번에 관통하는 질문을 던진다. 사육되어버린 지금의 그들 기성세대의 더러움과 추잡함에 침묵하고 방관하며 순응한다. 그들이 그럴 밖에 없는 이유는 질문하나에 담겨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을 부모님과 기성세대에 떠밀리듯 걸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은 얼마나 슬픈가?  신해철은 "껍질의 파괴"에서 이런 현실을 비판했었다. 그렇듯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악화만 되었다. 학생들의 인권보다 경쟁이 우선이고 학생의 창의력과 존엄성보다 성적이 우선이다. 나중에 커서도 삶의 목적은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이겨서 높은 승진과 돈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신해철은 "인간이 행복을 찾아 여행을 하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공포 속에서 추격자에 의해서 쫓기는 삶을 사는 가장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기독교의 힘이 막강해서 문화평론가도 시사프로그램도 함부로 기독교의 치부를 건드리지 못한다.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는 신문의 칼럼을 통해서 기독교에 대해서 비판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신해철도 그런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한국 기독교의 근본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기독교들이 이단이고, 우리나라 무속 신앙이나 기복신앙과 결탁해서 사회 기득권층을 형성하려는 강렬한 욕망을 가지고 담합하면서 기독교의 모습을 이미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라는 이름을 갖다 쓰고 있죠"라고 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방송에서 그렇게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을 비판하는 신해철이, 자신은 전형적인 O형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청소년들의 상담을 해주면서 논리적으로 비판했던 그가 인터뷰에서 자신을 혈액형의 인물형으로 정의하는 것을 보면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완벽한 논리로 무장하고 파고들 틈이 없는 철저하고 냉혈적인 인간이 아니라 그도 불완전한 인간의 하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밖에도 그의 음악과 주변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책이다. 내가 몰랐던 그의 모습도 조금씩 알게 됨은 물론이고, 그의 음악에 대한 다양한 평론가들의 평도 같이 엿볼 수가 있어서 좋았다. 동시대를 활동하던 서태지와 비교해서 신해철의 음악적 업적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들의 평은 나에게 확신을 준다. 언젠가 신해철의 팬이 아닌 친구가 "신해철은 뭔가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드러내서 좋다." 말을 했다. "쾌변독설" 신해철의 많은 것을 세상에 드러낸 책이다. 그러면서 세상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하는 책이다. 이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책으로 세상을 향해서 독설을 퍼부었으면 좋겠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암흑 같은 세상을 밝힐 조그만 촛불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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