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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그림이 가르쳐주는 다른 가치들에 관한 책 "그림 읽는 CEO"를 읽고.....

by 은빛연어 2008. 4. 27.
그림 읽는 CEO - 10점
이명옥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학창시절 이후, 미술 작품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감상해 본적이 없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던 화가들의 이름과 작품은 외웠어도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 적이 없었기에,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발을 디디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과 멀어졌나 보다. 책을 읽듯 영화를 보듯 나름의 방식대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면 텐데, 작가와 작품을 외우던 암기식 교육이 만들어낸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미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마저 감퇴시킨다. 비슷한 암기식 교육을 받아왔던 이들 중에도 나와 같이 미술과 작품에 대한 무지함이 많으리라 애써 나를 위로해 본다.


 삼성그룹의 비자금 사건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나, 국내 미술 경매 시장에서 최고값을 갱신한 박수근 화백의 작품들이 뉴스를 타면서 그림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이중섭 화백의 아들 때문에 이중섭 화백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동안 많은 화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가 그들이 남긴 작품이 아니라 작품의 가격과 비자금, 그리고 사기 같은 작품 외적인 것들이다. 작품의 외적인 아름다움과 작가의 내적인 고민과 열정 보다는 인간의 말초적 욕망이 만들어낸 이기심의 결과만이 주목 받는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술 경매 시장이 활황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많은 자금들이 미술 경매시장으로 몰리면서 너도 나도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양도세나 증여세가 없다는 이유 뿐만 아니라 경기변동에 따른 급락이 적기 때문에 미술 작품은 투자에 따른 리스크가 적은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세태를 보면 예술로서의 미술 작품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 아닐까? 결국에는 정서적 풍부함보다는 물질과 돈이라는 물질만능주의의 삭막한 정신을 만들 뿐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세상의 흐름은 미술 작품과 예술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책의 저자는 "직관적인, 상상력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감수성이 풍부한, 유연한 사고를 지닌, 적응력이 강한, 통찰력을 지닌 인재" 세상이 요구하는 인재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그런 인재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미술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서 찾고 있다.


 오펜하임의 "모피 찻잔" 마그리트의 "붉은 모델" 등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의 생각과 시대상황들을 보여주면서 "사물의 성질과 재질을 바꾸어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자."라고 말한다. 그것은 잠자는 상상력을 깨우는 방법 중에 하나이며 그것이 창조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에셔의 "반사구를 들고 있는 " 같은 작품을 세세하게 읽어주면서 작품의 보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관찰력은 시각을 예리하게 만들고, 기억을 증진시키고, 집중력을 훈련시키는 가장 유용한 도구다"라는 교훈을 이끌어 내어 보여준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통해서는 작품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상황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마켈란젤로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그가 쏟은 열정과 고통이 전해진다. 그가 4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얻은 것이 휘어 버린 척추, 관절염, 근육경련과 눈병이다. 이런 사실을 통해서 소명감과 포기하지 않은 용기의 가치에 대해서 저자는 말한다.


 일을 놀이처럼 생각하며 새로운 영역에 끊임없이 개척했던 피카소의 열정과 달리의 엽기적인 행동, 전통에 도전하며 자신의 만의 명암법을 만들었던 카라바지오, 그림만 보면 이게 무슨 예술작품인지 의문이 들게 만드는 마티스의 "테라스에서" 다양한 그림과 작가들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이끌어내는 교훈들을 생각하지 않고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를 끈다. 저자가 책을 집필한 의도는 아니지만, 미술작품에 담겨진 의미와 화가들의 일화 등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넘친다. 나에게는 저자가 가르쳐주는 다양한 교훈들도 좋지만 이런 부수적인 이야기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하는 방법을 배울 있는 좋은 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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