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위기 - 오마에 겐이치 지음, 지희정 옮김/국일증권경제연구소 |
소설가를 제외한 일본 저자의 책 중에서 다치바나 다카시 작품과 함께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의 저자는 오마에 겐이치다. 마음에 든다고 해도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이 몇 달 전, 단 한 권의 책을 보고였다. "보이지 않는 대륙"이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그의 통찰력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몇 일 전에 신문광고를 보고, 작년에 출판된 "부의 위기"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대륙"을 통한 좋은 인상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의 소제목은 "중류층이 끝장난다"다. 작년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일본의 하류사회화를 예상하는 책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최근의 일본경기가 살아난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 중류층이 끝장난다는 소제목에 얼핏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저자는 경기회복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경기 지표는 향상되어도 서민들의 생활경제는 향상되지 않고 오히려 하락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더 이상 경제학적 상식이 일본에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의 경기회복상황은 중국특수에 힘입은 것일 뿐 중국특수가 아니라면 이익을 낼 수 있는 일본 기업이 없는 상황임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1000조 엔이 넘는 정부채무, 44조 엔의 세수의 2배 가까이 되는 82조 엔의 세출을 지적하며 일본 경제의 불안요소라고 한다. 그러면서 변화한 사회 구조를 주목한다. 양극화로 인해서 중산층이 붕괴되고 중하류층의 증가를 주목한다. 이런 양극화의 원인으로 비정규직의 증가와 기업간의 격차, 그리고 연공서열주의의 붕괴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한다. 우선 기업의 입장에서 주목해보면. 백화점 매출과 할인점의 매출변화를 통해서 소비자의 소비패턴 변화에 주목한다. 중하류층이 증가하면서 백화점의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할인점의 매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패션도 고급브랜드 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들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을 보면 소비자들은 값은 싸면서 세련된 상품을 소비하는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이런 소비자의 변화를 주목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된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의 실용성을 강조하고, 싼 가격의 메리트와 함께 소비자의 감성까지 만족시킬수 있는 상품을 도입해서, 정체된 소비를 활성화 시켜야 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중하류층의 의식에 대해서 지적한다. 연공서열시대의 생활패턴이 무너진 상태에서 더 이상 내 집 마련에 매달리지 말 것을 충고한다.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좀 더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사고를 주문한다. 자동차도 더 이상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도시의 경우 대중교통만으로 충분한 이동편의를 얻을 수 있다.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낭비하는 금전적 낭비보다는 공부에 돈을 투자해서 연봉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지출이라고 충고한다. 자녀 교육에서도 돈보다는 시간을 투자하라고 한다. 자녀들과 대화를 하면서 인생관과 인생철학을 길러주는 것이 험난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근성을 길러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충고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을 충고한다.
국가의 입장에서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책은. 우선 시장을 개방해서 물가를 낮추고 삶의 질을 바꿔야 된다고 한다. 저자가 중하류층으로 구분한 연봉액수는 600만 엔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5천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상당히 큰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높은 물가로 인해 중하류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저저의 제안 중에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은 외국에 토지를 구입해서 그곳에서 쌀 농사를 하면 물가를 많이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산물을 수입한다는 생각에서 토지도 수입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은 재미있으면서도 기발하다. 뿐만 아리나 호주의 조립식 주택도 수입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서 일본 소비자의 폐쇄성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삼성가전이 일본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철수 했다는 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소비자들의 폐쇄성은 물가를 낮추는데 장애가 된다고 지적한다. 그 밖에도 뒤쳐져 있는 각종 인허가제도와 각 종 구조의 개혁도 필요하다고 한다.
사실 이 책에 일본이라는 말을 한국으로 고치면, 내용의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현실에 그대로 직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몇 몇 부분은 일본의 정치 상황을 비판하는 부분도 있어서 우리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우리사회도 최근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칭하는 것 처럼 소득의 양극화 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정규직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비정규직을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눈 더미 처럼 불어나지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에는 인색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통제하고 덜 개방된 시장 정책으로 인한 높은 물가로 고통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어떤 조사는 일본보다 높은 기록적인 물가를 가지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일본보다 사회 안전망도 없고 그렇다고 경제규모도 크지 않고, 국민의 소득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는 일본보다 더 심각한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이런 좋지 않은 지표와 현상들이 계속된다면 경제의 활력을 잃음과 동시 많은 국민들이 삶의 행복감마저 잃어 버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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