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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긴장감 있는 연출은 좋으나, 캐릭터의 설명 부족이 조금 아쉬운. 영화 "간기남"을 보고.

by 은빛연어 2012. 4. 13.


영화의 제목부터 묘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철저한 도덕적 관념에서 보면 거부감이 드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그런 도덕적 관념 속에서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대리 만족이라는 환상을 자극한다. 영화 초반부터 판타지와 현실의 도덕적 관념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이 간통이라는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단죄를 가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관념이 투철한 사람 같지만, 사실은 정직 당한 기간 동안 호구지책으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남의 사생활을 캐어내고 뒤를 밟아서 불륜 현장을 습격하는 그런 수준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복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맡은 일에서 문제가 생긴다. 불륜 현장을 잡아 달라는 의뢰를 받고, 모텔까지 뒤를 밟아 도착해 무시히 자신의 일을 끝내는 듯 해 보인다. 하지만, 의뢰인 사이에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장면은 바뀌어 주인공과 의뢰인이 한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으로 바뀐다. 무심결에 옆에 있는 여자 의뢰인을 흔들어 깨워 보지만, 반응은 없고 손에 느껴지는 차가운 액체의 느낌에 불을 밝혀 무엇인지 확인을 한다. 여자 의뢰인의 사체를 확인한 주인공은 옆 방의 비명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곳도 자신의 방과 같은 살인현장이다. 자신이 추적했던 남자가 피범벅이 되어 누워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 주인공을 우선 사체를 수습해 은폐하고, 사체가 발견되기 전에 범인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영화는 그렇게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범인을 찾아나서는 내용으로 펼쳐진다.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즐거움보다는 주인공도 모르게 범죄의 증거와 사실들이 하나씩 경찰에 알려지면서 주인공이 받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서 관객들은 범인 누구인지 조금씩 알아채게 만든다. 거기에 양념으로 주인공과 여주인공 사이의 성적 긴장감은 관객들로 하여금 또 다른 긴장감과 재미를 더 해준다. 이 영화의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범죄 과정의 재구성 과정에서 쫓기는 남자 주인공과 남녀 주인공 사이의 성적 긴장감이다.

 

영화 내내 주인공이 느끼는 강한 긴장감과 압박감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중간 중간에 독특한 유머 코드를 숨겨 놓고, 가끔 관객들의 긴장감을 해소해주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한다. 내용과는 별개로 이런 긴장감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 두 주인공 위주로 흘러간다. 그러다 보니 다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 부족하다. 특히 영화에서 독특한 재미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는 주상욱이 맡은 캐릭터가 그렇다. 영화 홍보 인터뷰를 보면 주상욱이 맡은 캐릭터가 융통성 없는 캐릭터라고 설정되어 있고, 그런 캐릭터에서 나오는 독특한 유머가 영화의 재미라고 설명한다. 이런 인터뷰를 듣거나 본 사람이라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독특한 유머 코드를 쉽게 이해하겠지만, 영화에서는 부족하다.

 

오히려 출연 불량이 더 작은 기풍이라는 캐릭터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다. 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라서 잠깐 등장해 말투와 행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너무나 쉽다. 그래서 주상욱이 연기한 캐릭터보다 이광수가 연기한 기풍이라는 캐릭터가 더 큰 인상을 남기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기풍과 두 주인공의 캐릭터 외에 영화 속 다른 캐릭터는 조연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의 재활용에 그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감독의 연출 역량 부족이라고 해야 할지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주상욱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 부족은 감독의 의도한 유머 코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불륜에 대한 판타지를 충분히 자극하고 그 속에 살인이라는 사건을 집어 넣고, 두 개의 팽팽한 긴장감을 잘 조합시켰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충분히 살렸고, 거기에 유머라는 코드를 적절히 배합하려는 감독의 시도는 출연 배우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캐릭터를 재활용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설명의 부족은 영화 속에 숨겨진 유머 코드를 완벽하게 이해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