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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묻는 영화. 영화 "하트브레이커"를 보고

by 은빛연어 2012. 4. 29.

시놉시스만을 보면 이 영화의 기대치는 뻔하다. 다양한 상황을 조작해 남녀가 연애 감정에 빠지도록 만드는 내용을 영화로 만든 것이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면,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커플을 갈라 놓는 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조작의 목표가 다를 뿐, 조작의 대상이 사랑이라는 점은,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영화는 크게 차이가 없다. 즉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상대 평가의 대상은 그렇게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 단순하게 이야기 하면 편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 정도.

 

모험심 강한 여자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남자 커플을 깨어놓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유쾌한 로멘틱 코메디 영화의 시작을 연다. 여성과 남성을 다 같이 속이는 작전의 치밀함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감탄하고, 작전의 이면에 드러나는 허술함에 웃음을 자아낸다. 아무리 치밀한 작전이라도 주변환경과 사람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한계를 영화는 코믹스럽게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어쩌면 남녀 사이의 연예 감정이라는 것을 단순히 누군가의 작전과 연기로 갈라놓을 수 있다는 발상에 대해서 은유적으로 비웃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은유적으로 현실을 비틀면서 이 영화가 단순히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런 가상의 이야기는 단순히 관객들을 판타지 속으로 몰아 넣지 않는다. 프랑스 사회의 단면이라고 할까? 아니면 서구적 사고의 단면이랄까? 그런 가치관이 영화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주인공 남녀의 감정에 몰입해 따라가는 것도 사랑스럽고 때론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영화 속에 보여지는 낯설어 보이는 문화적 단면들이 더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초반에 눈에 띄는 것은 여배우의 얼굴이다. 그녀의 매력적인 얼굴이야 이미 알고 있어서 별 다른 감흥은 없었지만, 대사를 하고 미소를 지을 때 입술 사이로 보여지는 벌어진 앞니가 인상적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미에 대단히 집착하는 우리 같은 사회적 시선으로 본다면, 배우가 어떻게 관리를 안 하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주인공은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매력을 풍긴다. 그런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배우의 매력이라는 것이 단순한 미가 아니라 다른 요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너무 미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냐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단순히 배우의 모습만을 가지고 신선한 가치관이 담긴 영화라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가 된다.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함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의문을 전해준다.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딸의 약혼을 파기하려고 하는 걸까? 보통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은 남자친구가 나쁜 놈이거나 뭔가 결함이 있어서 반대한다. 하지만, 이 영화 속 주인공의 약혼자는 어디 하나 흠 잡을 때가 없다. 돈도 많고, 학벌도 뛰어나고 가문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어디 하나 흠잡을 때가 없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공개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런 일반적인 이유 말고 관객들을 놀라게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궁금증을 버리지 못하게 만든다.

 

이 궁금증의 실체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그녀의 내면에 점점 더 가가면서 조금씩 드러난다. 영화 초반에 스치듯 대학교 입학하고 갑자기 사라진 그녀의 흔적으로 시작해서, 결혼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주변과의 갈등이 그녀가 보여주지 않았던 실제를 보여진다. 지금 현실의 모습은 가면을 쓴 모습이고, 자신을 현실에 가두어 두고 있는 현실이다. 딸을 생각한 아버지는 딸의 실제를 너무나 잘 알기에 딸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딸이 결혼 상대자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아챘던 것이다.

 

우리의 관점에서는 그런 것은 참으면 된다는 많이 들 말한다. 그런 것은 한 순간이고 살다보면 현실에 적응한다고. 그냥 그렇게 약혼을 하고 결혼을 한다. 오히려 다수의 보모들은 그런 결혼을 더 강요한다. 무엇이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일까? 너무나 뻔한 대답이지만, 우리는 세속적 물욕 앞에서 뻔한 대답을 틀린 답으로 생각한다. 영화가 전해주는 우리와 다른 문화적 단면들은 영화의 표면적 재미보다 더 큰 재미를 전해준다. 뻔하게 정해진 표준적인 대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 다른 대답을 하는 세속적인 현실에 이 영화는 묻는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남녀의 사랑만이 아니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까지 포함해서 묻는다. 우리는 쉽게 정답을 말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