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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시민들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통계를 찾아서. 책 "GDP는 틀렸다."를 읽고.

by 은빛연어 2011. 6. 16.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을 실패로 규정한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은 경제의 양극화였다. 잘 사는 사람들은 점점 더 잘 살지만, 현실이 팍팍하기만 한 서민들을 비롯해 중산층이라고 불리었던 사람들마저도 경제적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사회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론을 보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 정부의 경제 성적을 두고 같은 점수를 매겼지만, 채점의 기준은 서로가 정반대인 것이다. 

 보수주의(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보수주의를 보수주의라 생각하지 않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쓰니...) 쪽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 실패를 낮은 경제성장률 즉 흔히 말하는 낮은 GDP성장률을 두고 경제의 현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노무현 정부 연 평균  GDP 성장률 4~5%이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 급속한 경제 성장을 구가하던 시절의 GDP와 비교해 제시하면서, 그들은 낙수효과 또는 트리클 다운 이론을 끌어 들였다. 그들은 낮은 경제 성장률로 인해서 서민들에게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업의 규제를 풀고 세금을 감세하는 방식으로 가진자들이 더 많은 돈을 쓰거나 투자하게 되면 더 많은 돈을 소비하거나 벌게 될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나중에는 서민들의 생활 전반까지 온기를 전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747이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매년 7%의 GDP성장률,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그리고 세계 7대 경제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다음 해 대선에서 보수주의 쪽은 정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경제 정책을 보면 그들의 경제 정책은 구시대적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과거의 토목경제식 경제 패러다임을 그대로 적용해서 4대강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전 국토 곳곳에 포크레인 소리가 멈출날이 없을 정도로 국가예산을 쏟아 부었다. 결국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이 내세웠던 7%의 경제성장률은 허황된 것으로 들어났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해서 마이너스 GDP 성장률을 기록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이러한 정책으로 나마 우리나라의 GDP성장률은 선방하지 않았냐고 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토목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의 규모에 비하면 실질적으로 나타난 경제성장률 기여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과거의 국가예산 투입양과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이런 식의 정책들은 현재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고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향수와 영광만을 기억하는 국민들과 위정자들은 과거의 행태, 즉 많은 국가예산을 토목에 투입하는 정책을 여전히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이러한 정책에 혹 하는 시민들이 너무나 많다. 여전히 그들은 GDP성장률에 대한 환상과 부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진실이라고 믿으면서.

 이 문제를 제대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양극화의 문제가 가지는 진실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객관적 기준(이것이 객관적인 기준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으로 볼 때 지금 우리의 삶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 1달러도 벌지 못하는 나라도 아니고,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넘쳐나는 나라도 아니다. 노동 할 의지가 있다면 굶어 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 정도의 경제 환경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양극화 문제의 대해서 분노가 점점 누적되고 있다. 

 결국 객관적인 관점에서 양극화의 문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니, GDP가 얼마니 하는 것들은 그러한 사실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자료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양극화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다. 왜 일까? 이 문제는 객관이 아니라 주관이라는 관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 그 비교를 통해서 상대적 우월감에 기뻐하기도 하고, 때론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기도 한다. 양극화의 문제를 바라보는 핵심은 바로 이런 인간의 심리가 전재되어야 한다.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바로 상대적 박탈감이다. 

 아무리 우리보다 못 사는 아프리카의 빈민국과 비교한다고 한 들, 현실에서 우리가 비교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의 이웃이거나 우리나라의 국민들 자신들이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그 비교 자체를 공감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무리 GDP 같은 객관적인 수치를 내세워서 현실을 설명한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해 현실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설득 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정부가 국민을 설득 시켜야 될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정부가 국민들의 현실을 인식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정권의 치적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크다. 정부로 하여금 국민들의 현실과 주관적 관점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정부가 국민들의 주관적 체감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한다. 747이라는 허황된 공약이 남발되고, 오히려 필요한 복지정책과 예산에 대해서 의미 없거나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적 색깔을 덧 씌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많은 학자들은 GDP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통계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주장에 대한 실천적 움직임의 결과물이자 진행형이다. 수 많은 학자들이 참여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의 과정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전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지는 것은 추상적인 모호함이랄까? 

 이 책은 새로운 통계방식의 완성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아직도 완전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있어 보이고, 전문적으로 더 깊이 설명하는 것은 이 책의 발행 목적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기는 하겠다. 하지만, 명확한 결과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새로운 통계방식의 가이드 라인 정도에 머무른 한계는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GDP의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GDP의 환상에 잡혀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제공해 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GDP는 틀렸다 - 8점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