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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써의 돈에 대해서 알기.. 책 "돈의 본성"을 읽고.

by 은빛연어 2011. 6. 16.

 우리가 재미있는 소설로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는 실제로 많은 정치적 경제적 의미가 함축된 작품이라고 한다. "달러"라는 책을 보면 "오즈의 마법사"는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의 정치적 시대상황을 담고 있다는 것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당시와 같은 논쟁이 일어나는 것 같았지만, 잠시일 뿐 이러한 논쟁은 쉽게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달러라는 돈의 발행 기관과 속성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은행이라는 국책은행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돈을 발행하고 유통 시킨다. 미국에서 우리의 한국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연방준비제도이다. 그곳에서 달러를 발행하고 유통 시킨다. 그런데 연방준비제도의 조직과 한국은행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행은 국책은행인 반면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민간은행 연합체이다.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조직이 아니다. 

 이러한 차이는 화폐의 발권력이 누구의 손에 있는 것인가라는 차이로까지 나타난다. 연방준비제도가 세계경제의 상황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막강한 기관임에는 분명하지만 민간은행일 뿐이고, 미국 연방 정부가 화폐의 발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연방 정부는 시장에 달러를 더 많이 유통시키기 위해서 연방준비제도에 빚을 지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반대로 한국은행의 경우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필요에 따라서 원화의 유통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정부는 빚을 지지 않고 발권력을 동원해 화폐의 유통을 늘릴 수 있는 형태다. 

 결국 우리나라는 정부가 원화에 대한 발권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 즉 연방준비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민간은행들이 달러에 대한 발권력을 가지고 있는 형태다. 이런 차이로 미국 내부에서는 민간은행이 아니라 정부나 국책은행이 발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한 화폐에 대해서 "그린백"이라고 불리며, "오즈의 마법사"는 "그린백"과 "달러"의 논쟁을 은유적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 당시 그 논쟁의 핵심 당사자들이 등장인물로 상징적으로 묘사 되어 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읽어도 매력적인 소설인 "오즈의 마법사"이자만, 이런 사실을 안다면 깊은 이해와 재미는 더 배가 된다. 

 책 "보이지 않는 주인"은 시장과 우리의 내면을 지배하는 것은 "코포라티즘"이라고 주장한다. "코포라티즘은 기업이 정부와 결탁하여 노동을 비롯한 사회 문제 전반에 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체제와 그 이념"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국민 대다수는 스스로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조나 노동자들을 대할 때 기업의 논리로 그들을 바라보는 경향을 보면 된다. 노동자의 처우개선이나 임금문제에 당사자들보다 더 잘 안다는 식으로 연봉이 어쩌내 기업의 손해가 어째내 하면서 떠들어 댄다. 인간은 사라지고 기업이 중심이 사고를 대체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환율에 대한 서민들의 이중적인 인식을 보면 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좋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인상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는 고통이 수반된다.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한 시민이라면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게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서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서 좋다는 논리다. 대기업의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전혀 없고, 오히려 수입물가의 상승으로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 지는데도 코포라티즘의 논리로 그것을 정당화 해버린다. 

 그 책의 저자는 대안이나 해결책 중에 하나로 지역화폐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지역화폐의 활성화를 통해서 기업이 아니라 끊어진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대를 강화함을 물론 이고, 경제의 흐름을 지역 내부로 끌어들여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저자의 그런 주장은 자세한 방법론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저자의 그런 생각의 핵심은 "코포라티즘"으로 끊어진 공동체와 인간의 유대관계를 더 강화하자고 말한다. 기업의 논리로 인해서 파편화 된 소비자가 된 사람들이 다시 소비자가 아니라 인간으로 돌아가지는 것이다. 

 "돈의 본성"이라는 책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 "달러"와 "보이지 않는 주인"을 이야기 한 것은 "돈의 본성"이 이러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고 포괄해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 두 책의 내용들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을 다시 하게 만든다. "돈의 본성"에서는 지역화폐가 화폐로서 제대로된 역활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적 설명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돈과 화폐에 대한 더 깊은 성찰로 이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문득 칼 폴라니라는 경제학자가 떠 오른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으로 탄생하는 전지전능한 시장이라는 존재를 추종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에 반해서 칼 폴라니는 시장이나 경제체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속하는 하나의 제도라고 말한다. 폴라니는 사회와 제도라는 것을 통해서 시장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돈의 본성"의 저자가 주장하는 돈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구성된 약속이라는 주장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돈도 시장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언제부터 인지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이고 전지전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쉽게 굴복 당하는 것 아닐까? 돈이라는 것은 인간이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수단인데, 어느 순간에 우리의 삶에서 돈은 목적이 되어 버렸다. 시장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인데, 어느 순간에서 인가 우리는 시장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 전지전능한 신처럼 만들어 버렸다. 결국 우리는 사회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돈의 본성 - 10점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삼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