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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리메이크 된 추억의 홍콩 영화.

by 은빛연어 2011. 5. 10.

 이승기, 신민아 주연의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성동일이 맡은 반두홍 감독이라는 캐릭터의 외모는 특이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런 모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의상협찬을 못받아서 썬글라스와 바바리 코트만 입고 연기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80년대 홍콩 르와르 영화에 빠져있던 사람이라면 그 복장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반두홍 감독이 왜 그런 복장으로 등장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만, 이미 눈치빠른 사람들은 반두홍 캐릭터는 바로 영화 "영웅본색"의 주윤발에서 차용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본다.

 당시 주윤발이라는 배우가 우리나라의 CF에 출연할 정도로 "영웅본색"이라는 영화와 주윤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런 인기는 홍콩영화 전반으로 이어졌고, 다양한 장르의 홍콩 영화가 우리나라에 수입되었다. 질이 떨어지는 영화도 많았지만, 홍콩 영화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작품들과 배우들이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배우가 출연하거나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흥행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홍콩 영화가 쉽게 개봉하지 않는다. 

 홍콩 영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감독들과 배우들이 헐리우드로 진출과 함께 홍콩 영화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창의성은 고갈되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다 보니 변해가는 관객들의 취향을 맞추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IMF를 겪었을 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자조했던 것처럼, 홍콩 영화도 헐리우드에 진출하는 자국 영화인들의 모습을 보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려 버렸다. 결국 홍콩 영화를 사랑했던 많은 관객들은 새로 만들어지는 홍콩의 영화보다는 과거의 빛나던 홍콩 영화들을 더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무적자 - 8점
송해성한언재
 
 홍콩 르와르의 대표작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이 송해성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그 영화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했던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 어린 시선으로 영화가 완성되기를 기다려왔다. 시대적 상황이나 대중의 정서가 그 시대와는 다르다보니 송해성 감독은 설정을 원작 영화와는 다르게 변형시킨다. 우리나라의 현실과 정서를 반영해서 주인공들의 상황과 갈등구조를 만들어 놓는다. 영화는 자신과 엄마를 북한에 놔두고 탈북한 형에 대한 분노를 가진 철과 혁이 초반부터 갈등한다. 철은 혁을 잡기 위해서 경찰이 되고, 혁은 몸담았던 조직에 버림을 받는다. 

 송해성 감독의 원작에 자신만의 색깔에 입힘과 동시에 원작의 명성과 힘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 원작에는 못 미치는 작품으로 보인다. 과거의 추억으로 영화관을 찾았던 사람들에게 조금은 실망스러운 작품이지 않을까. 대신, 혼자서 영화의 주연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네임 벨류를 가진 주진모, 김강우, 송승헌 같은 배우들을  한 영화에 나와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눈이 즐거운 작품이다. 

천녀유혼 - 8점
엽위신
 
 "영웅 본색"이 남성다움을 드러냈던 홍콩 영화였다면, 장국영, 왕조연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은 여성스러움을 대표했던 당시 홍콩 영화였다. 귀신과 인간의 사랑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남성을 유혹해 기를 흡수하는 귀신을 연기를 했던 왕조연은 스크린 밖의 믓 남성들의 마음까지 홀렸던 작품이다. 이 작품이 엽위신 감독에 의해서 다시 리메이크 되었다. 두 주연 배우가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보니 장국영의 매력에 빠졌던 여성팬들은 새롭게 리메이크 되는 영화에서 장국영을 대신할 배우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진다면, 남성팬들은 왕조연을 대신할 배우에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엽위신 감독은 장국영의 캐릭터가 워낙 강하다보니,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서 이야기의 내용을 바꿨다고 한다. 원작에서 주변인물에 머물렀던 퇴마사 연적하를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놓는다. 원작에서는 장국영이 연기했던 영채신과 왕조연이 연기했던 섭소천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사랑이야기였다면,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섭소천과 퇴마사 연적하의 숨겨진 이야기가 더해진다. 엽위신 감독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천녀유혼"의 이야기와 함께 섭소천 역을 맡은 배우 유역비의 매력이 과연 왕조연을 넘을 수 있을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

정무문 - 8점
진가상
 
 홍콩 영화에 대한 추억은 대부분 80~9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들로 형성된다. 그 때가 홍콩 영화의 황금기이다 보니 워낙 많은 작품들이 개봉했고, 사랑도 받았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때 활동했던 홍콩 스타들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은 신세대 스타가 거의 없다. 여전히 주윤발, 성룡, 유덕화 같은 배우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홍콩 스타는 이소룡이 아닐까?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한 활동을 하고 의문의 죽음을 당하보니 거의 신화적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영화 "정무문"은 워낙 인상적인 작품이다 보니, 90년대 홍콩 액션스타 이연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리메이크 되었다. 소림사 출신의 이연결은 출중한 무술실력까지 갖춘 배우로 당시에 많은 액션영화의 주연으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헐리우드에서 액션배우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독살당한 사부의 소식을 듣고 유학중이던 진진이 귀국해 사부의 죽음을 파헤치는 동시에 몰락해가는 정무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는 이야기의 이 영화는 원작이 가진 이소룡의 카리스마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른 재미를 만들었다. 최근에 견자단 주연으로 다시 리메이크 되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니, 세 명의 역션스타의 저마다 매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