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그리스 신화 중에 별자리와 관련된 것들만 엮어서 만들어진 별자리 이야기에 관한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져서 쓰여진 책이었는데, 밤하늘의 빛나는 별에 대한 신비감 또는 호기심과 어우러져서 그런지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신이나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씩 알게 되고, 그리스 신화 속의 매력적인 이야기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적장 우리나라 신화와 그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지금 잘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제우스니 헤라니 아폴론이니 하는 신들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이가 들면서 신화에 대한 관심이 줄고, 학업이라는 핑계거리가 생기다보니, 어린시절에 푹빠져있던 그리스 신화 밖에 알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신화가 북유럽의 신화다.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베오울프"를 통해서다. 원래 베오울프는 작가 미상의 영웅 서사시다. 에즈데오우의 아들로 태어난 베오울프는 고귀한 성품과 억센 힘을 가진 용사다. 덴마크의 왕궁을 습격한 그렌델과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를 거둔다. 그렌델의 복수를 위해 다시 궁을 습격한 그렌델의 어미와 또 싸워서 승리를 거둔다. 고향으로 돌아가 왕이 덴 베오울프는 거대한 용과 싸우게 되고, 이기게 되지만 큰 상처로 입고 죽게 된다.
베오울프 -
로버트 저메키스
영화 "베오울프"는 이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로버트 저메키스가 포퍼먼스 캡쳐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감독의 전작 "폴라 익스프레스"에서도 같은 시도를 했었는데, 부자연스러운 인물의 묘사로 평이 좋지 않았었다. 절치부심하면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먼저 공개된 안젤리나 졸리가 물속에서 나오는 매혹적인 모습은 저메키스의 기술력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 줌은 물론, 안젤리나 졸리의 섹스어필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영상은 믓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 "베오울프"가 나올 때 기술력과 지금의 기술력의 격차가 크다보니 지금보면 영화의 영상이 조금은 미숙해 보이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신화를 재해석한 저메키스의 연출은 충분한 재미를 선사할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베오울프의 서사시가 가지고 있는 내용을 영화의 스토리로 그대로 하고 있다. 호르트가르 성에 밤마다 침입해 용사를 살해하고 사람을 납치해가는 그렌델이라는 괴물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 베오울프가 등장하고, 베오울프는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기 하기 위해서 그렌델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간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그렌델의 정체와 황금용의 정체다. 서사시에는 그렌델과 그렌델의 어미는 황금용과 관련이 없지만, 영화에서는 그렌델과 황금용은 모두 그렌델 어미의 자식들로 나온다. 영화 속 괴물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사회에 있는 괴물들이 무엇 또는 누구인지 생각하면서 본다면 더욱 재미있다.
토르: 천둥의 신 -
케네스 브래너
마블 코믹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 "토르"는 마블 소속 다른 영웅들과는 다르게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이다. 토르는 천둥과 번개, 비를 관장하는 신으로 신화 속 인물 중에 힘이 가장 세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오딘과 부자관계로 설정되어 있는데 처남매부지간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토르는 묠니르라는 마법의 망치를 들고 다니는데, 이것으로 얼음산을 부수면 얼음이 녹으면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다고 한다.
영화 "토르"는 이런 신화적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다. 단순하고 우직한 토르는 신의 왕국 아스가드르를 침략한 요튼하임에 대해서 분노한다. 아버지 오딘이 보복을 만류하지만, 토르는 이를 무시하고 요튼하임에 보복을 가한다. 이로 인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이에 대한 벌로 토르는 모든 힘을 봉인당한 채, 묠니르와 지구로 떨어진다. 우연히 마주친 제인 일행의 도움으로 인간사회에 적응한다. 하지만, 아스가드르에서는 왕위를 노리는 로키에 인해서 혼란이 일어나고, 지구에도 그 혼란이 옮겨 오게 된다.
영화 "토르"는 만화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매력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전의 마블코믹스 원작 영화들 처럼, 영웅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아쉬운 것은 3D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연출로 인해, 비싼 돈을 주고 3D로 본다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3D 연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냥 3D 카메라만 촬영한 영화는 관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영화 "토르"가 그런 3D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나오는 북유럽신화 속 신은 영화 "토르"에도 등장한다. 영화에서 큰 사건과 갈등을 일으키는 핵심인물로 토르와 왕위 다툼을 하는 로키다. 북유럽 신화의 로키는 계락의 신이다. 원래는 오딘의 친아들도 신족도 아니다. 영화 "토르"에서도 그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로키는 세상을 여행하던 오딘을 우연히 만나 의형제를 맺고 신이 된다. 로키는 장난꾸러기에 간사하고 거짓말을 잘한다고 한다. 영화 "토르" 속의 로키도 신화 속 성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장난꾸러기에 간한 로키의 캐릭터를 조금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영화가 있다. 짐 캐리,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마스크"의 성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마스크2"다. 말만 "마스크"의 속편이지 전혀 다른 배우들과 내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스크는 로키의 마스크다. 그 마스크가 만화가 에이버리 집에 흘러들어가게 되고, 그의 갓난 아이는 마스크의 영향으로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로키는 마스크를 찾아오라는 아버지의 명을 받고 에이버리를 찾아가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이 영화는 전작의 명성에 비하면 형편없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힘도 약하고, 등장하는 배우들의 이름조차 미약하다. 단순히 전작의 명성만 기대고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와 로키 그리고 아이의 유쾌한 장난과 소동은 시간 때우기 영화로는 나름 재미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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