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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검찰의 현실과 개혁을 위한 고언. 책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을 읽고.

by 은빛연어 2011. 4. 1.


검찰공화국대한민국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학일반 > 르뽀/시사/비평
지은이 김희수 (삼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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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조정래는 우리 사회를 두고 정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었으니 이제는 경제 민주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허수아비춤"이란 작품을 냈다. 대기업과 재벌이 모든 산업을 장악한 현실. 안철수 교수가 "삼성의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거대한 경제권력의 우리 안에서 아등바등 거리는 동물들이다. 우리는 비민주적인 경제가 만들어내는 양극화의 피해는 물론, 정치권력과 공권력까지 좌지우지 하는 작금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이건희가 삼성에 물러나면 삼성이 흔들리고, 삼성이 흔들려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무너진다."라는 거짓된 협박에 경제권력을 추종만 할 뿐이다. 그럴수록 현실은 더욱 암울하기만 하고, 미래는 어둡기만하다. 그런 현실을 인식하고 바꾸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에게 조정래의 바램은 바로 우리와 그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의 민주화 정도에 대해서도 저마다 생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 중 가장 급한 것이 경제적 민주화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비민주적인 경제로 일어나는 양극화와 청년실업 등 시민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도 많은 시민들은 경제를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지 않았던가. 어떻게 보면 탐욕이고 어떻게 보면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마음인데, 그 만큼 경제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많은  나라에서 왜 경제가 민주화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지금까지의 투표 행태를 보면 경제 정의나 경제 민주화보다는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의 계급을 배반한 부자를 위한 투표, 즉 경제권력을 위한 투표였다.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야합해 퍼트리는 환상, 다르게 말하면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는 망상에 속아서. 결국에 시민의 삶은 계속 피폐해지고, 미래는 어둡다.


 어쩌면 이런 사회의 현실은 깨어있지 못한 우리들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오래전부터 추악한 경제와 권력의 비리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방관했기 때문에. 추악한 경제가 정치와 결탁하는 것을 묵인했고, 공권력과 결탁하는 것을 묵인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의 노예근성으로. 그래서 수 많은 비자금 사건, 로비 사건, 분식회계 사건 등. 제대로 처벌 받은 기업인은 몰락한 기업인들이나 힘 없는 기업인들 뿐이었다. 정작 비판의 대상이자 법적 처벌의 대상인 경제권력들은 미꾸라지 처럼 법을 피해다녔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지금도 사소해보고 힘이 약해보이는 상대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정의라는 칼날을 들이대지만, 강한 상대 앞에서는 여전히 비굴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다. 결국 점점 강해진 경제권력은 정치권력과 공권력에 기생하던 것을 넘어서 이제는 또 하나의 권력으로 아니 정치와 공권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대한 권력이 되어 버렸다.


 사회의 법과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있어야 할 것은 깨어있는 시민과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시민들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정당하게 집행할 공권력이다. 시민들은 점점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이 만들어 놓은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는데, 다른 한 축인 공권력은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집단은 누군가의 시녀이거나 하수인일 뿐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검찰력이라는 것은 과거 정치권력의 시녀였고, 현재는 삼성의 장학생들이 장악한 돈의 시녀가 되어 버렸다. 박쥐처럼 정치권력에 붙었다 돈의 권력에 붙었다하며 그 사이에 있는 힘 없는 국민은 검찰권력에 짓밟히고 있는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젠 검찰권력도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 버렸다. 잘못된 법 집행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법원의 판결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법원을 성토함은 물론이고, 사법개혁에 대한 방향과 목소리에 대해서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치졸한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검찰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시녀 역활만 하던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변화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잘못된 출발이 지금의 부패한 검찰조직을 만들어내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정신이 이상한 집단들이 나타나 이승만을 국부우운하는데, 권력욕에 사로잡힌 독재자에 불과한 그가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드는지부터 이 책은 보여준다. 그렇게 시작된 검찰의 시작은 박정희 독재를 거치면서 정보기관의 심부름꾼으로까지 전락해 버린다. 그리고 조금씩 민주화가 되면서 검찰 조직이 지금의 검찰로 자신들의 권한과 위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여진다. 


 1부를 읽다보면 장동건, 유오성 주연의 영화 "친구"가 생각난다. 1인자 유오성의 친구이지만, 시다바리 역할을 하던 2인자 장동건이 검찰의 역사와 오버랩된다. 충직한 개처럼 1인자의 말에 절대 복종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어떻게든 권력을 잡기 위해서 칼을 갈고, 나중에는 유오성에게 반기를 드는 장동건의 모습이 너무나 지금의 검찰과 닮아 있다. "민주파 집권 시기에 검찰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파워 엘리트 집단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민주화의 역설이었다."라는 저자들의 말처럼, 민주파 집권 시기에 검찰은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않을 정도로 권한과 권력을 많이 가지다 보니,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대항하는 권력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의 원천인 시민위에 굴림하는 또 하나의 권력집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2부에서는 검찰의 현재 모습을 통해서 그들의 무엇을 개혁해야 될 것인지 보여준다. 외국의 검찰과 비교도 너무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우리 검찰의 모습부터 해서, 검찰이라는 조직을 넘어서 법무부의 요직과 청와대의 요직 그리고 정치권을 장악해 가는 검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검사동일체 원칙부분이다. 일사불란한 조직형태와 공동체 의식이 바로 하나의 권력으로써 성장해나가는 큰 힘이고, 권력을 장악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2부의 마지막에는 mb정권하에서 이루어진 검찰의 정치적 행태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온 일련의 사건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그 부분은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다시 이끌어낸다. 검찰을 개혁해야 될 명확한 명분과 분노를 이끌어낸다. 깨어있는 시민들로 하여금 검찰권력을 개혁하고 견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3부에는 1부와 2부에서 나온 검찰의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다. 특정한 방법을 깊이 있게 주장하지 않고, 외국의 다양한 사례나 다양한 주장들을 취합해서 보여준다. 앞에서 보여준 역사와 문제의식을 통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 개혁방향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인것 같다. 그래서 3부의 내용은 깊이 있기보다는 폭넓다. 개혁의 방향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전문가의 영역이다보니 깊이보다는 개혁의 취지나 방향에 대해서 독자에게 쉽게 인식시켜주려는 인상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제시된 방법 말고도, 사시와 연수원으로 이어지는 검찰과 법원의 폐쇄성을 먼저 개혁해야 되지 않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최근에 로스쿨 출신 검사임용 제도를 두고 음서제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임용절차의 공개를 통해서 투명성만 확보한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시와 연수원으로 다져진 폐쇄성이 검사동일체원칙으로 강화되는 검찰의 폐쇄성과 공동체의식을 끊는 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 


 지연과 학연이 사회적 네트워크로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검찰조직의 폐쇄성은 지연과 학연 이상의 강력한 네트워크 파워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넘어서 시민을 억압하는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등장한 검찰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와 법무부 그리고 타부처와 일반 기업 깊숙이 침투해 자신들의 기득권과 힘을 확장해가는 검찰권력은 이미 시민의 권한 위에 서버렸다.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다 보니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이 되어 버렸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견제할 공권력마저 또 다른 권력으로 시민을 괴롭히는 세상이다. 선거로 어느 정도 확보한 정치의 민주화에 이어 경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 올바른 법집행을 할 검찰권력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정치와 경제에서 자유로우며 시민을 위한 검찰 그리고 견제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검찰 개혁에 대한 시민의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 10점
김희수 외 지음/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