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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실을 탐구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탐구의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진실을 탐구한다. 그렇다고 그런 진실의 탐구과정이 언제나 정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떤 것이 화려한 껍데기에 휘감겨 거짓으로 사람들의 눈을 속일 때, 끝까지 진실을 탐구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언젠가 껍데기는 벗겨져버리고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짓을 진실로 믿었던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 진실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는 격렬하게 진실을 부정하고 거부한다. 자신이 진실로 믿어왔던 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존심이란 놈은 그런 역할을 한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이라는 놈에게 커다란 상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라리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그 진실을 강하게 받아들인다. 이전에 진실을 탐구했던 그 열망으로.
천안함 사태를 두고 한쪽에서는 진실을 요구하고, 한 쪽에서는 정체성을 들먹인다. 정체성이란 놈이 뭐 그렇게 대단한지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불명확한 진실, 의문이 가는 사실에 대해서 진실을 탐구하고 요구하는 것이 왜 정체성이라는 문제로 옮겨가야 하는 것일까? 아마르티아 센은 정체성이란 놈을 이분법적 사고나 하나의 특정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다원적인 정체성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대한민국 국민, 기독교인, 불교도 등과 같은 종교인적 정체성도 같은 복합적인 것들, 왜 사람들은 특정한 정체성을 강요하냐고 묻는다. 그렇게 강요된 정체성은 다른 정체성과 대결적인 구도를 형성하게 되고 자칫 폭력으로까지 흐르게 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같이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북한의 정체성을 옹호하는 것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지, 명확한 사실과 진실로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바라보자고 하는 것인데.
진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한 순간에 잃기 때문일까? 자신들의 중대 범죄에 대한 죄값을 받기 싫기 때문일까? 천안함이 사건이 아니고도, 우리는 많은 진실게임들에 살고 있다. 스폰서 검사들과 성매매 검사들에 대한 진실 게임은 진행 중이고, 최근에 고문 경찰들을 두고도 진실게임은 진행 중이다. 권력과 돈이 결합해서 진실을 묻어버린 김용철 변호사가 고발한 삼성의 비리도 진실게임의 하나였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불투명한 사회라서 그렇다고 생각하려다가도 미국에서 일어난 고문사건 등 뒤늦게 밝혀지는 진실공방을 보면 우리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권력과 돈이 결합하여 이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곳에는 진실보다는 거짓이 우선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진실보다 거짓이 더 필요할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진실이 알려졌을 때의 혼란과 분노가 만들어내는 광기와 미망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최근에 나왔던 "크레이지"이다. 원래는 주인공과 동료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살기 위해서 몸부림 치는 과정을 매우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영화의 내용 중에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을 격리했을 때 나타나는 혼란과 광기 장면은 무섭도록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장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생존을 향한 처절한 동물적 본능의 묘사는 짧은 장면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진실이 만들어 내는 대중의 광기와 미망과는 다르지만, 러셀 크로우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도 진실에 대한 탐구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멋지게 모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기자가 한 사건을 취재하면서 거대 군수업체와 권력의 밀착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가 밝혀낸 또 다른 진실로 인해서 그는 우정과 진실을 탐구하고 전하는 기자의 사명감 사이에서 고뇌하게 된다. 결국에는 그는 우정보다는 기자의 사명감 즉 진실을 추구하게 되고 그는 자신의 취재 내용을 기사로 내보낸다. 어떻게 보면 진실이라는 것은 인간관계마저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무서움이 감춰져 있다. 진실을 밝혀 달라고 주장하는 참여연대에 대해서 매국노라고 매도하며, 파괴적 시위를 일삼는 현실을 보면, 수 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극히 일부의 파국 쯤이야 우습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20여년 전에 했던 성추행 범죄로 인해서 스위스에서 가택연금 당한 로만 플란스키의 새 영화 "유령작가"도 진실을 탐구하는 한 인물의 집요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영국 수상인 "아담 랭"의 처지가 가택연금 당한 감독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아담 랭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을 비판하는 작품이 아니냐고 해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런 가십거리를 빼고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익이라는 것을 두고 펼치는 전직 수상 아담 랭과 전직 내무부 장관의 갈등과 이야기들도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전임자의 죽음으로 대신 유령작가로 고용된 주인공이 수상의 자서전을 대신 집필하면서, 전임자의 죽음에 의문을 갖게 되고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권력과 관련된 사실을 조금씩 추적하게 된다. 진실을 숨겨야 하는 권력집단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팽팽한 긴장감은 진실의 내용에 상관없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거기에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주는 반전은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속 진실은 권력을 넘지 못한다. 진실의 힘보다 권력의 힘이 더 큼을 보여주는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의 비리에 대한 진실이 돈과 권력이 결합해 진실이 묻히는 현실, 검찰의 비리가 흐지부지 묻혀버리는 현실이 쉽사리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진실이 담고 있는 무서운 이중성을 알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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