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장난감보다는 TV나 컴퓨터 그리고 게임기 같은 전자제품들과 어린 시절을 많이 보낸다. 장난감을 가지고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틀 속에 갇혀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영상에 쉽게 반응하는 반면 쉽게 실증을 내고 오랫동안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도 속도를 강조하면서 빠르게 변화다 보니 아이들이 깊은 생각을 하는 능력을 빼앗아 가고 있다. 아무리 창의성이라는 중요한 세상이 되었어도, 창의성이라는 것이 쉽게 보여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셀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놀이"를 생각의 도구로 설명하면서 "창조적인 통찰은 놀이에서 나온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과 다르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장난감에 대한 향수랄까 아니면 뭔가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아련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억들과 감정을 잊지 못해서 아이들처럼 장난감을 사서 모으는 어른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바로 장난감과 함께 놀이의 즐거움과 추억 때문이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장난감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보면, 아이들이나 봐야 할 영화라고 치부하면서도 쉽게 외면하지 못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붙이고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 자신 또한 어린 시절 추억에 잠겨서 즐거워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10여년 동안 우리들을 즐겁게 했던 "토이 스토리"라는 애니메이션도 그런 맥락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어른들도 같이 빠져서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아니 어떻게 보면 어른들이 더 열광했던 작품이 아닐까?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놀라운 애니메이션 작품이라는 기술적 관점도 많은 주목을 받았었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기술적 관점의 완성도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그 영화의 3편이 개봉했다.
영화 "토이 스토리 3"는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버린 주인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제는 다 커버려서 장난감들과 놀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앤디가 대학으로 떠나야만 하는 순간이 된다. 장난감들은 여전히 앤디와 놀고 싶고, 그 시절 추억을 기억하며 사랑 받고 싶지만, 그들의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앤디는 장난감을 다락에 보관하기 위해서 봉지에 담아 두지만, 어머니는 쓰레기 봉투로 오인해 버리게 된다. 화가 난 장난감들은 앤디를 떠나기로 하면서 이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장난감들의 관점에서 다 자란 아이와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프기도 하고, 이별에 아련하기도 한 작품이다.
이와는 반대로 색다른 관점의 장난감 영화가 있다. 어린 시절의 판타지를 자극한다기 보다는, 색다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난감이 살아나서 인간을 공격한다는 내용의 "스몰 솔져"는 어린 시절의 상상과 어른들의 욕심이 결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은 장난감을 무섭게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인간 캐릭터 장난감을 적군으로 외계인 캐릭터 장난감을 따뜻한 감성을 가진 장난감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스파이더 맨"의 히로인 커스틴 던스트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군사용으로 제작된 인공지능이 내장된 장난감이 개발되면서 시작한다. 코만도 앨리트의 대장 해저드는 고고나이트를 제거하기 위해서 부대를 소집하게 된다. 고고나이트를 찾기 위해서 수색을 하다가 우연히 고고나이트의 대장 아처와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앨런이라는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코만도 앨리트는 고고나이트 뿐만 아니라 인간도 제거대상으로 생각하게 되고, 고고나이트에 협력하는 주인공과 주변사람들을 공격하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영화는 장난감에 대한 좋은 추억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장난감의 공격이 조금은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하는 작품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장난감을 통해서 우리 안의 잔혹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장난감에 대한 욕심이 많다 보니 방안 전체가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반면 부모님들은 어지러이 널려 있는 장난감은 스트레스 일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적당한 타협을 통해서 아이들의 욕심을 적당히 충족시켜준다. 그러다 보니 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속의 백화점을 보다보면 대리 만족이랄까. 마법이 깃들어 있는 장난감들의 생생한 모습보다도 온갖 장난감들이 넘쳐나는 그 공간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려서 영화 속의 마고리엄이 보여주는 동심은 없어도 말이다.
영화는 오랜 동안 장난감 백화점을 운영해온 마고리엄이 이제는 자신의 가게를 매니저 몰리에게 물려줄 때가 되었음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마고리엄은 마법의 비밀이 담긴 상자를 몰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떠날 준비를 하는데. 어느 날 백화점 상속을 위해서 회계사 헨리가 찾아오면서 장난감 가게에 조금씩 이상한 변화가 생기게 된다. 장난감들은 활기를 잃어가고 아이들을 괴롭히기까지 하면서 점점 것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몰리는 장난감 가게를 원래의 모습을 돌리려고 고군분투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마고리엄과 몰리가 주요인물들이기는 하지만, 회계사 헨리에 더 쉽게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지금 헨리처럼 동심을 잃었기 때문에. 그래서 한마디로 정의하면 잃었던 동심을 일깨워 주는 영화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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