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20~30대의 좀비다. 다른 좀비들과 다른 것은 그래도 나는 나의 권리이자 의무인 선거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것으로 나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지만, 나 또한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겨 살 수 밖에 없는 좀비다. 그래서 익명성이라는 인터넷 속에서만 찌질이 같은 글을 써 갈기지만 현실세상에서는 그냥 침묵한다. 하지만, 나보다 더한 좀비들은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마저 상실했으며, 돈이면 도덕과 사회 정의라는 것을 그냥 짓밟아 버린다. 그나마 난 비판정신은 살아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반만 좀비라고 애써 위로해 본다.
20~30대들의 좀비들이 자신들이 좀비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항변한다. 비정규직으로 이리저리 내몰리며 윗 세대들의 착취를 당하고, 백수에 실업자로 남아서 자신의 이상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대학 등록금은 1000만원을 돌파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공부할 기회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있다. 그 뿐인가? 학벌사회가 만들어 놓은 높은 장벽아래서 그저 좌절만 할뿐이다. 우리가 좀비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다 사회의 탓이다.
암기식 교육을 강요하고 학교라는 사육장 속에서 사회의 비판의식마저 키우지 못한 좀비들이 사회를 탓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저 세상에 대해서 순응하는 것만 배워온 우리 좀비들이 반항이나 꿈꿀 수 있겠는가? 가장 민주적인 의식을 가진 386세대들 조차 쉽게 변심해버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 밑의 20~30대 좀비들은 롤모델마저 찾을 수가 없다. 윗 세대에게 찍혀서 사회진출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보다 그냥 좀비로 사는 것은 다음을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 안전할 뿐이다.
지금의 우리 좀비들이 사회의 주도층으로 부상했을 때 만들어질 좀비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일관성의 법칙으로 자신들이 좀비로써 살아온 길들이 언제나 최적의 길이고 최선의 길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밑의 세대와 자식들을 물어서 그들 조차 좀비들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좀비가 되어야지만 좀비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세상을 바꿀 방법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나도 좀비이지만, 이런 좀비들이 정말 싫다. 세상을 한탄하며 불쌍한 척하는 좀비들이 정말 싫다. 나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좀비가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의식은 몸서리 칠만큼 싫다. 좀비가 좀비 일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자신들이 좀비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
반면에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붉어진 촛불집회를 보면서 우리 밑의 세대들은 좀비가 아님에 나는 그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좀비가 아니였다. 2mb 탄핵 서명을 주도하는 네티즌은 10대이고 촛불집회에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참석해서 사회문제를 비판한다. 그들은 사회에 관심조차 없고 의식조차 하지 않은 좀비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좀비 처럼 살아가는 내가 부끄럽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을 열렬히 사랑하게 만든다. 그들은 2002년에 애국심이라는 이유만로 뭉친 20~30대의 좀비들과는 전혀 다르다. 사회의 비판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좀비 처럼 변해가는 세상을 향해서 당당하게 그들의 소리를 외친다.
비겁한 20~30대의 좀비들은 그들을 향해서 말할 것이다. 아니 세상을 좀비 세상으로 만들고 있는 기성세대들은 그들을 향해서 말할 것이다. 학생들은 공부나 하라고, 어린 것들이 뭘 알겠냐고 말이다. 비겁한 좀비들의 옹졸함과 편협함은 좀비정신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들 좀비가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졸렬함의 표현일 뿐이다. 나이라는 편협한 숫자로 자신들보다 못할 것이라고 여기는 편협함은 좀비 정신의 또 다른 발현으로 것은 좀비들만이 가지는 정신이다.
지금의 10대들이 세상과 차단 당한 채, 좀비교과서가 만들어내는 편협한 세상을 공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공부이고 학습인가? 그것은 좀비들이 그들을 물어서 같은 좀비로 만드는 범죄일 뿐이다. 10대들도 당당하게 정치의식을 표현하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공부고 학습이다. 자신들의 인생에 대해서 부모 좀비들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당당하게 주인이 되는 것이 올바른 학습이고 공부다. 앞으로도 좀비교육에 대해서 아니 좀비들의 공격에 대해서 당당하게 맞서는 10대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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