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고등학교 배정을 받을 때 충격을 받았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대부분 근처에 있는 학교로 다 배정을 받았는데,
그 반에서 나 혼자 다른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전교에서도 10여명인가 나랑 같은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부모님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나름 명문이라고 불리는 학교에 배정받아서 기뻐하셨지만,
친구들과 떨어져 나 혼자만 그곳에 간다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부모님이 그 학교를 좋아하셨던 이유인 소위 명문이라는 것,
역사가 오래된 만큼 동문회가 막강하다는 것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그보다 대학가서 고등학교 선배라는 이유만으로도
얼차려를 강요하는 행태를 보고 실망해서 대학교 1학년 이후에
발길을 끊었고 동문회 관련된 것은 멀리했다.
그런 사람들이 소수일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 실망했던 것은 선거와 관련되어서다.
대학 1학년 때 마침 선거가 있었는데,
출마하는 한 선배를 위해서 몇 수십통의 편지를 할당 받게 되면서다.
그 당시 선거법은 프린트물이나 복사물로 편지를 써서 보낼 수 없고,
오로지 손으로 쓴 편지만 허용했다.
내가 순진했던 것은 부탁이라는 것을 받으면
쉽게 거절을 하지 못하게 요령을 피우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편지를 손으로 써주고야 말았다.
지금 같아서는 그냥 거절하거나 면전에서 따졌겠지만.....
물론 내가 부탁받은 사람의 정책이나 됨됨이를 잘 알고
지지를 할만 하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선배하나라도 더 당선되어야지
학교가 발전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국회의장까지 지내고 은퇴한 선배가
학교에 뭘 기여했는지는 모르겠다.
몇 년전에 모교에 운동장에 인조잔디가 깔렸다는데 그것이 학교 발전에 기여한건가?
소수의 운동부만 이용하고 일반 학생들은 제대로 이용하기 힘든
운동장이 과연 누굴위한 것인지.....
그것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먼저 기여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좋지 않을까?
독립운동이나 항일운동사에 중심에 있었던 학교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나라와 국가의 발전보다는 지금 학교와 동문만을 생각하는 행태는
자랑스러워 하는 역사에 부끄럽지는 않은지?
동문회와 거리를 멀리했어도 매년 선거철이 되면 동문회의 연락을 받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동문의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다.
그런데 올해는 안오나 싶었다.
웬걸 주말에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 동문회에서.........
동생도 같은 동문이다 보니 토요일날 온 전화는 동생을 찾는 전화였다.
동생이 외출하고 없다고 했는데, 그냥 나 한테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우리 지역구에 출마하는 xxx 후보가 동생 선배인지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나는 학연이런거 싫어하는 삐딱이인지라, 모르는데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xx고등학교 동문입니다.
동생분에게 지지 좀 해달라고 전해달라는 이야기로 전화 통화를 끝냈다.
일요일, 열심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동문회였다. 이번에는 나를 찾는 전화였고 같은 이야기였다.
이번에 그 지역구에 누가 출마를 했고, 선배이니까 지지를 부탁한다고......
그러면서 이번에는 하나 더 덧붙인다. 가족들에게도 이야기 해달라고.....
그들이야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동문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학연이라는 것으로
하나의 행태로 얽힌 것 자체가 남이 아니니까.......
나는 이런 행태가 정말 싫다.
정책과 정치적 성향 그리고 그 사람의 자질과 됨됨이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진정한 유권자의 의식이다.
이런 의식을 배반하는 전근대적인 행태의 죄악은
우리세대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확대된다.
지금 썩어빠진 지역감정과 싹쓸이 현상이 일어나며,
소수정당이 들어설 틈이 없지 않은가?
나중에는 그 정치인과 정당을 향해서 저주스러운 말과
욕설을 마구 퍼붙는 자기모순적 행동을 하면서..
다시 선거가 시작되면 자동적인 행동패턴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질스러운 정치의식은 계속 발현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썩어빠진 모대학의 총동문회가 불법 선거운동을 하면서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고 무시까지 했었다.
뭘 그렇게 권력에 줄을 대려고 아웅바둥인지 모르겠다.
학연, 지연이라는 썩어빠진 동아줄에 기대어서 무슨 큰 야욕을 보려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이런행태가 부끄럽지 않은가?
민족사학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들던 그 대학이
과연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올바른 행동을 했는가?
나의 모교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학교와 동문이라고
자랑하며 후배들에게 전수하면서....
학연의 끊을 놓지 못하고,
동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지지를 부탁하는 행태는 과연 올바른 행동일까?
ps>
우리는 계속 뫼비우스의 고리만 맴돈다.
더러운 세상을 욕하고, 비열한 세상에 한탄하고,
철옹성보다 단단한 기득권 세상에 좌절해도
스스로 나서서 바꾸려 하지 않는다.
결코 위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조금이라고 알아채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은 거짓이고 위선일 뿐이다.
나이가 들어 윗물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더러움과 부패함에 찌들었다는 것이다.
결코 그들은 젊은 세대를 위해서 희생하거나 세상을 바꾸려하지 않는다.
지금 안주하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하까....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본성이다.
스스로 깨어난 자가 붓다가 많은 사람들을 감화시키고 세상을 바꿔나갔듯이,
우리는 스스로 깨어나 세상을 바꿔야 한다.
젊다는 것이 결코 투표를 표기하고 세상에 순응하는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투표하자. 자신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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