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 하 진 지음, 김연수 옮김/시공사 |
수험생들은 초조하고, 걱정하며 시험날을 기다리고, 시험이 끝난 후에 발표날을 기다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제나 저제나 올까하는 설레임과 기대로 연인을 기다린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초연할까? 아니면 하루라도 더 살고자 하는 희망으로 넘칠까? 각자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따라서 그 기다림의 태도는 다르겠지만, 다가오는 죽음을 빗겨가지 못하고 그저 기다릴 뿐이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은 기다림 자체가 아닐까? 세상을 향해 울기 위해 어머니의 뱃속에서 10달이나 기다리며 인생을 시작하지 않는가? 나이에 맞는 과정과 길을 거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나이를 먹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다 자란 어른처럼 말 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는 것 처럼. 그 나이가 되어야만 누릴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다.
남자와 여자라는 반쪽으로 나눠진 우리는 서로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또 기다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와 그녀가 서로를 하나라고 인식할 때, 서로의 반쪽이라고 인식할 때를…….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 그것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사랑에 확신은 사랑의 기다림보다 더 긴 기다림이 된다. 사랑에 대한 의심과 의심,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의심은 긴 사랑의 기다림에 대한 미련이거나 혹시나 하는 기다림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이 아닐까?
하진의 소설 "기다림"은 서로가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한 그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며 하나가 서로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기다림과 18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사랑 받기 위해 기다린 기다림. 두 사랑에 대한 기다림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다. 어느 사랑이 더 빛나고 아름다운지 어느 것이 하나가 되기 위한 사랑인지 내가 쉽게 재단해 버릴 수 없다. 그저 하나 하나의 문자를 따라 가면서 나 또한 기다릴 뿐이다. 어느 사랑이 완성되는지를……. 의심과 확신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랑과 그저 확신만으로 기다리는 사랑이 다 안타깝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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