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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소녀의 추억을 통해보는 역사와 사람의 변화에 대한 "프라하의 소녀시대"

by 은빛연어 2007. 12. 15.
프라하의 소녀시대 - 10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마음산책
 

 머리 , 깊은 곳에 고이 숨겨 놓았던 추억상자를 다시 여는 것은 언제나 설레인다. 상자를 열어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면, 추억에 행복하고 즐겁고, 추억 속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돈과 물질로 억매이기 시작하는 지금보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는 시절의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친구들을 찾기 위해 추억을 찾기 위해서 친구 찾기 사이트가 인기를 끌었고, 해피 투게더라는 오락프로의 친구 찾기 코너가 인기 끌었다.


  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넘는 만남 만큼, 추억 속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장벽의 벽은 쉽게 무너진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시간이라는 것은 무의미 해진다. 친구가 지금 무엇을 하건, 친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같은 교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짝꿍이고, 친구라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누구나 가지던 학창 시절의 추억과 친구들을 더듬으며 현재를 만나가는 이야기다. 일본인 저자가 프라하의 소련학교에 다니면서 만났던 다른 나라 친구들을 하나 하나 만나면서 추억과 현재를 비교한다. 책에서 3명의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스, 루마니아, 유고라는 각기 다른 국적의 친구들이다. 사람의 개성이나 특성이 시대나 역사적 상황의 영향을 받듯이 그들의 삶과 변화가 그런 역사적 사건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스출신의 친구는 조숙한 친구다. 성적지식은 해박하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배우를 꿈꾼다. 그랬던 친구가 의대를 졸업하고 체코를 떠나서 독일에서 의사를 하고 있다. 저자는 친구의 삶의 궤적을 조금씩 추적하면서 그녀의 삶을 조금씩 재구성한다. 공부를 싫어했고 성적도 좋지 않았던 친구가 의대에 진학하고 의사가 것에 대해서 아버지의 배경이 많이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구를 만나고 친구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루마니아 친구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귀족처럼 살아온 친구다. 루마니아 순혈이 아니라 유대계라는 콤플렉스 때문인지 어렸을 적에 공산주의와 루마니아에 대해서 아주 열성적이던 친구다. 그랬던 친구가 외국인과의 결혼을 막았던 루마니아를 탈출해서 영국의 귀족과 결혼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신념이 바뀌어 버렸다. 그런 변화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저자는 많은 의문을 제기하며 변화한 친구를 조금씩 받아들인다.


 유고의 친구는 유고연방에 속했던 보스니아의 무슬림이다. 그리고 보스니아의 대통령의 딸이기도 하다. 유고내전 당시 친구를 찾아가는데 과정을 통해서 당시 유고의 상황과 시민들의 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황에서 친구의 국적과 신분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친구가 전쟁의 복판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베오그라드에서 얼마 전까지도 외교부에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만나게 된다.


 3명의 친구들은 모두 역사적 사건의 순간과 공간에 있다. 그래서인지 책은 단순한 친구 찾기가 아니라,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속에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저자의 가치관과 친구들의 가치관이 충돌하거나 혼란스러운 것들이 많다. 대화를 통해서 단절되었던 시간을 조금씩 이으며 추억과 우정을 하나씩 재조립한다. 평범한 소녀들을 추억을 통해서 역사적 사건까지 이어주는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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