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11년에 본 추천하고픈 영화 3편.

by 은빛연어 2011. 12. 30.

 내가 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의문을 가질 때가 많다. 가끔 열정적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단순히 영화를 즐기기 위한 오락의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영화를 보려고 노력은 한다. 하지만, 시놉시스나 영화의 예고편이 주는 첫 느낌이 좋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그 영화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꼭 봐야 될 명작이라고 해도 끌리지 않으면 철저히 외면하고, 볼 필요가 없을 정도의 졸작이라도 뭔가 끌리게 있으면 꼭 보게 된다. 그래서 가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에 대해서 뭐라고 쉽게 말하지 못할 경우가 생긴다. 그냥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선택해서 실망한 작품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 아직도 웬만하면 남의 리뷰를 읽지도 않고, 남의 짧은 평점도 잘 보지 않으며, 영화 포스터나 짧은 시놉시스가 주는 첫 인상을 여전히 중요시 한다. 올해도 그렇게 선택해서 실망한 작품도 있었고, 그렇게 선택했지만 큰 기대 없이 봤다가 의외의 재미와 감동을 느꼈던 작품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3편의 작품을 뽑고 싶다. 순전히 개인적 느낌과 감상이니 선택에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올해의 첫 시작은 정성일 감독의 데뷔작 "카페 느와르"였다. 198분 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괴롭긴 했지만, 더 괴로운 것은 감독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함이었다. 느낌으로 뭔가 잘 짜여진 구성과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은유와 모호함이 넘쳐서,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표현할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다시 한 번 보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관람을 했었지만, 198분을 견뎌내는 인내력만 다시 한번 더 테스트 했을 뿐 영화에 대한 이해는 전혀 하지 못했다. 내 영화적 지식이 백지처럼 얇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탄하면서, 새해의 시작부터 작품 선택에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그래도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꾸준히 봐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 본 독립영화 중에 "혜화, ", "파수꾼", "무산일기", 3편의 영화는 짧은 식견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작품들이다. 웬만한 상업영화 이상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카페 느와르"와는 다르게 쉽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이 세 편의 영화 중에 어느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모두 추천하고 싶지만, 이 중에서 "혜화, "을 추천하고 싶다. "파수꾼"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중적인 인기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 이 작품이 더 주목 받고 있다. "무산일기"의 경우는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휩쓸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작품이라 여기서 추천하지 않아도 충분히 주목 받고 있는 영화다. 반면 "혜화, "의 경우 앞의 2편의 영화에 비해서 덜 주목 받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어서 여기서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다.

혜화,동 - 10점
민용근

 

영화 "혜화, "은 유기견을 돌보는 혜화 앞에 고등학교 때 사랑했던 한수가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혜화와 한수 사이에 일어났단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 때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혜화와 한수의 상처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혜화의 상처가 드러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작품이다. 특히 "혜화" 역을 맡은 유다인은 마치 자신이 혜화 자신인 것처럼 혜화가 가진 내면의 상처를 매력적으로 표현해 낸다. 유다인의 섬세한 연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고백 - 10점
나카시마 테츠야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일본 영화
"고백"이다. 일본에서 개봉했을 당시에 신드롬이 일어났을 정도로 일본 영화계에도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다. 영화 "도가니" 같이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정도의 충격이 아니라, 기존 일본 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영화라는 점에서 커다란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다. 원래 일본 영화계에서는 어둡고 암울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기 때문에 잘 제작조차 되지 않는데, 영화 "고백"은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음으로써 일본 영화계의 변화의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나토 가네에의 소설 "고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다. 소설 자체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만으로 상당히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문제는 원작의 강렬한 느낌과 분위기를 어떻게 살려서 매력적인 영화를 만드느냐는 것인데, 영화는 원작 소설의 분위기와 느낌을 거의 완벽하게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유코가 종업식날 아이들에게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이 안에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법 때문에 그들의 죄에 대해서 처벌 할 수 없지만, 자신 만의 방법으로 그들을 벌을 주겠다며 이야기하면 영화는 시작된다. 그러면서 영화의 주요 인물들의 관점에서 각자의 고백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주요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가 소설만큼 탁월하며, 어두운 분위기의 영상과 음악이 참 매력적인 작품이다.

청원 - 10점
산제이 릴라 반살리


 다음 작품은 단순히 예고편만 보고 마술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있었다
. 예고편의 느낌이 좋아서 시놉시스 조차 보지 않고, 극장에 갔다가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초반에 당황했던 작품이다. 느낌 하나로 영화를 선택하다 보니 이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는 마술사 이야기, 인도 영화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영화 "청원"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우리가 흔히 쓰는 "어떤 일을 청하는"의미가 아니라 다른 의미를 뜻하는 것인 줄 알았었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대해서는 초반에 당황하긴 했지만, 뛰어난 영상과 배우들이 매력적인 연기는 이네 곧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영화는 마술쇼 도중에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 마술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전신마비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거동이 불편하지만, 유명 라디오 DJ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전해 이튼이 어느 날 갑자기 안락사에 대한 청원을 하게 된다. 막대한 재산과 마술사로 활동은 못하지만 DJ로써 또 다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이튼의 이런 행동은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 조차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튼의 친구들은 이튼의 청원을 위해서 법과 사회에 힘겨운 투쟁에 기꺼이 동참한다. 영화는 마술사로 명성을 쌓았던 이튼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튼이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법원에서 최후 진술을 하면서 이튼이 보여주는 마지막 마술은 특별한 기교가 없어도 이튼의 심정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준다. 안락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튼이 보여주는 마지막 마술은 공감능력을 상실해 가는 현대인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