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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매력적인 이야기 하지만 촌스러운 연출과 완성도. 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고.

by 은빛연어 2011. 12. 28.

 많은 부산 사람들이 최동원선수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가진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 틈만 나면 일어나는 최고 선수 논쟁에서도 많은 부산 사람들은 선동열이 아닌 최동원의 손을 들어준다. 선수시절 기록을 비교해 보면, 분명 "국보"라고 불리우는 선동열의 기록이 우위를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동원을 최고로 꼽는다. 기록 이외에 어떤 다른 가치가 최동원을 그렇게 평가하게 만든다. 나도 부산에서 태어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다른 부산팬들 처럼 최동원을 최고 선수로 꼽지 않는다. 내 기억 속에 선명한 최동원에 대한 기억은 은퇴하기 얼마 전 삼성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서 상대팀에게 난타 당하던 모습 밖에 없기 때문에. 스포츠 채널에서 시도 때도 없이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올리던 최동원의 투구 장면을 보여줘도 그것 보다는 내 어린 시절 초라하게 마운드에 있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최동원이다. 그래서 난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로 언제나 선동열을 꼽는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15회 연장 무승부를 바탕으로 영화 "퍼펙트 게임"이 만들어 진다고 했을 때도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선동열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 초라하게 존재하는 최동원의 진면목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이 경기도 기억 속에 없는 경기이지만,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15회를 완투하면서 남긴 기록들만 들어도 저절로 존경심이 생기는 대단한 경기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프로리그가 자리를 잡아가고 선수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진 선발투수가 120개가 넘는 공을 던지기 지금의 현실에서 200개가 넘는 투구는 정말 경이롭지 않는가? 거기에 당대 최고의 투수의 자존심을 건 시합,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하게 된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시 경기 내용이나 당시의 분위기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가슴 떨리는 두근거림을 느끼겠지만, 영화라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보니 단순히 야구 경기 모습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한계를 가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허구가 넘쳐 난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야구에 대해서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허구로 인해서 사실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판타지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허구가 사실성을 무너뜨리고 진실성이 가진 감동을 희석 시킨다.

 

 이 영화는 선동열과 최동원이라는 인물을 주목하고 있지만, 고 최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보여질 정도로 최동원이라는 캐릭터 아니 인간의 매력이 넘쳐나는 영화다. 어떤 야구팬은 이 영화를 보고 최동원 팬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투수 최동원과 인간 최동원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영화는 감동이라는 코드를 위해서 허구의 인물들과 이야기를 너무 삽입해 난잡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마지막 경기의 내용 마저 허구로 넣어 만들어 버린다.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들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너무 과장되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개연성을 가지기보다는 작위적이라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풍긴다. 오히려 최동원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들이 작위적 영화가 만들어낸 감동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준다. 한국 최고의 투수 최동원과 인간 최동원을 동시에 조명한 그런 다큐멘터리들은 최동원의 삶을 통해서 보여주는 진실성 그 자체로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연출이나 편집은 촌스럽기 짝이 없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연장전 장면의 편집은 내용과 상관 없이 단순히 보여주는 식의 편집이다. 차라리 양팀의 장면들을 교차 편집했다면, 오히려 극적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성을 더 확보하지 않았을까? 너무 이야기나 액션이 과장되어 있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머니볼"과 비교해 보면, 그냥 사실에 대한 잔잔한 접근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연출이나 편집은 촌스럽고, 이야기는 너무 작위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의 부족한 완성도는 부각되지 않는다. 작위적인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억지 감동도 그렇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건 고인이 된 투수 최동원의 인간적 매력과 이야기가 영화의 미흡한 완성도를 압도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선동열 최동원의 맞대결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 최동원에 대해서 집중했다면 더 큰 완성도와 감동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을지 모른다.

퍼펙트 게임 - 6점
박희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