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마이웨이". 개봉 전 시사회 반응부터 심상치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좋지 못한 반응들. 물론 좋은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혹평에 가까운 평들이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를 보지도 않고 안 좋은 소리를 쏟아내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영화의 미덕이나 장점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단점만 언급되면서 단순히 "쓰레기"라는 식의 말까지 쏟아져 나온다. 이건 마치 남들이 혹평을 하니까 나도 혹평해야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만연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과연 이 영화가 그렇게 쓴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영화일까? 영화를 보니 일면 분노가 섞인 쓴 소리를 쏟아내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가 간다. 제작비만 280억원에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흥행감독 강제규의 7년만에 복귀작이니 영화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았겠는가? 개봉 전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100이었는데, 막상 개봉해서 보니 만족도가 70이나 50이라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1000억을 가진 부자가 1억이라는 돈을 벌었을 때의 만족감이 보잘 것 없지만, 3천만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1억을 벌었다면 그 만족감의 크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것처럼.
영화라는 것이 어떤 객관적인 가치 평가 체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한 사람의 주관적 느낌이나 감상 자체가 곧 평가가 된다. 주관적 평가라는 것은 상대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상대성이란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대치나, 취향, 가치관 등에 따라서 달라진다. 결국 지금 "마이웨이"에 대한 혹평은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던 높은 기대에 대한 배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실망의 감정 차이에 따라서 미지근한 혹평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고, "쓰레기"라는 거침 없는 말을 밷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개인마다 느낌과 감상이 다르니 이의를 제기하거나 뭐라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지만, 정말 이 영화가 그렇게 까지 망작일까?
우선 스크린에 보여지는 것만 보면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영화다. 화면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실감나는 전투장면이나, 포로 수용소 장면 등은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러한 평가는 혹평을 쏟아내는 사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특히 노르망디 상륙작전 부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전쟁 영화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는 관객을 압도한다. 이런 부분의 완성도는 충분히 블록버스터 영화로써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영상을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 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이야기다. 영화는 단순히 영상 이미지를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도구이다. 영화 "마이 웨이"가 관객의 기대치를 배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영상이 아니라 바로 이야기다. 전장을 누비며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두 사람의 우정과 여정이라는 기본적인 이야기의 뼈대는 충분히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소재다. 이런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관객들은 이야기의 개연성이라는 중요하게 평가한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다.
"마이웨이"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전개를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장동건이 연기한 캐릭터는 평면적일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두 남자의 경쟁의식 또는 갈등 구조에서 우정으로 변해가는 과정 또한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노르망디에서 보여지는 두 사람의 피보다 진한 우정은 그렇게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보여지는 이야기에 감동 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상이나 다른 부분의 완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의 전개는 영화에 대한 평가를 크게 떨어뜨린 결과를 만들었다.
이렇게 된 것은 이 영화의 시장을 높이려는 욕심에서 나왔던 것이 아닐까? 강제규 감독의 흥행작들을 보면, 한국적 정서인 한을 바탕으로 그 안에 사랑이나 형제애를 이야기에 녹여내면서 세대를 뛰어넘는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관객들에게 감동과 긴 여운을 남겼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다른 나라의 시장을 고려하다 보니, 한국적 정서를 넘어서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이야기에 담으려 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선택한 것이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이었고 이러한 선택은 한국적 정서도 담지 못하고, 원래 기대했던 보편적 정서도 담지 못한 어중간한 상태에 머무른 것 같다. 결국 이야기의 개연성은 물론 보편적 공감까지 얻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면서 실망하는 관객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마이웨이 - 강제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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