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꾸준히 관람을 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우연히 친구와 메신저를 하던 도중에 영화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piff쪽으로 이야기를 옮겼다. 그 친구도 영화제에는 별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야기 방향이 같이 영화제를 보러가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그래서 무슨 영화를 보러 갈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을 하고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취향이 비슷해서 인지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한 의견 일치는 쉬웠다. 그래서 1순위로 선택한 영화가 우에노 주리가 출현하는 "구구는 고양이다."였다. 10월 3일에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되어 있기에 10월 3일 영화를 선택하기로 했다. 예매를 하지 않았기에 현장 구매를 해야 되었기 때문에 나는 해운대 메가박스의 임시매표소로 그 친구는 롯데 센텀의 임시매표소로 목적지를 정하고 움직이기로 의논을 모았다. 대충 계획을 세우고 생각해보니 "구구는 고양이다"의 경우 우에노 주리가 직접 관객과의 만남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표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우선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서 piff홈의 자유게시판을 훌터보니, 매표소 앞에서 노숙할 사람을 찾는 글이 몇 개 눈에 띄었다. 이전 영화제에서도 표를 구하기 위해서 노숙할 정도로 열정이 많은 사람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3일이 개천절이라 표 구매하는 것이 전쟁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인기 한국영화의 관객과의 대화가 같이 예정되어있었기 때문에, 특히 "놈놈놈"의 출연배우들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현장구매를 쉽게 낙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여러 영화를 또 선택했다. 비슷한 취향이다 보니 별다른 이견은 없이 "먀오먀오"라는 영화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그리고 "먼고 호수"라는 영화를 차례로 선택했다.
3일 새벽 5시에 기상을 해서 세수만 한 채 모자를 눌러쓰고 일찍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는 빨리오지 않았다. 해운대로 가는 버스의 경우 대부분이 기점지를 돌아서 오기 때문인지 5시 50분 쯤에야 버스를 탈수 있었다. 아침 일찍이라 차가 막히지 않아서 6시 20분 쯤에 해운대 메가박스의 임시매표소에 도착했다. 나름 일찍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찌고 바닥에 앉아서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혹시나 해운대 프리머스는 사람이 적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지하철을 타고 프리머스로 움직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프리머스로 올라갔다. 8층에 도착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풍겨오는 열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라운지를 훌터보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비롯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서 잠을 차고 있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메가박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시 메가박스로 발길을 돌렸다. 6시 40분 쯤 도착했는데 20분전보다 20여명의 사람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그냥 그곳에 자리를 잡고 매표시작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처음에 책을 보면서 조용히 있었는데 지루해서인지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어서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제에 온 사람들이라서 열정이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고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8시30분 매표시작 시간이 되면서 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매진소식들……. 역시 예상대로 "구구는 고양이다"는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그리고 계속 매진되는 영화들…...미리 준비해간 목록에서 그 영화이름에 줄을 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과 리스트를 비교해보고 리스트에 없으면 안도하기도 하고 리스트에서 삭제하면서 아쉬움에 한 숨쉬기도 했다. 그 사람들이나 나나 영화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비슷한 취향의 영화들이 많아서 쉽게 공감대를 이뤘다. 내 목록에 있던 영화는 우선순위 순서대로 삭제되어 갔다. "구구"를 시작으로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이미 매진이었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그나마 목록에 살아있는 우선순위 영화 "먀오먀오"를 볼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영화 코드를 말하고 잠시 후 매진이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6시40분부터 기다리기 시작해서 9시40분에 매표소 앞에 섰는데 바로 매진이라니….. 허무함과 안타까움이 크게 밀려온다. 다음 목록에 있던 "먼고호수"를 구매했다. 롯데 센텀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구매사실을 알리고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고 있을 때 줄 앞에 서있던 서울에서 혼자 내려온 대학교 3학년이라는 여학생과 다른 여성분이 나를 보고 인사를 하러왔다. 여학생은 "아델라"라는 영화를 구매했다고 했고 나는 "먼고호수"를 구매했다고 했다.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내성적인에 긴 대화는 힘들었고 다음에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남기고 약속한 친구를 만나러 갔다.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4시30분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해운대 해변으로 움직였다. 그곳에 많은 piff행사들을 하기 때문에 구경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요령이었다. 12시 쯤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출연배우 신민아와 공효진 그리고 감독의 무대인사도 있기에 시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시간도 남아도는 관계로 걸어서 상영관인 롯데 센텀으로 이동했다. 롯데 센텀에 도착했을 때 아침일찍부터 고생한 휴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로가 조금씩 조금씩 엄습한다. 친구가 영화보면서 자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는데 결국 그 농담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먼고호수"가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화라서 그런지 초반부터 지루한 인터뷰 장면들이 잠으로 몰아넣는다. 꾸벅꾸벅 졸면서 영화의 초반부를 놓치고 나지 후반부에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영화를 봐도 영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친구는 나름 괜찮게 본 것 같은데……. 나는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줄거리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랜만에 piff를 다녀왔는데……. 예전에는 미리미리 예매를 해서 편하게 원하는 영화들을 다 볼 수 있었는데, 처음 현장 구매를 경험하면서 표를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영화 관람하는데도 상당한 휴유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숙을 하면서까지 표를 구하고 영화를 졸지 않으면서 보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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