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었던 "리스크"란 책을 보면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것이 나온다. 그 책의 설명에 의하면 "평균으로의 회귀란 큰 것은 무한히 커지는 것이 없고, 작은 것은 무한히 작아지는 것이 없다."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경제 동향을 관찰해보면 그런 경향을 관찰 할 수 있다. 흔히 경제 사이클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경제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요즘은 그 사이클이 너무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단순함으로 경제의 사이클을 이해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나 크다. 그러다 보니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라고 단순하게 경제 사이클을 바라봤다가는 불확실성에 숨어 있는 큰 위험에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을 정치적으로 현실로 대입해보면 정권이 바뀌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이 잘 보장 된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그 만큼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정치권력을 수시로 교체 된다. 그래서 장기집권하는 정치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화가 되지 않았던 우리나라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독재 권력에 의해서 무구한 시민들이 유명을 달리했고, 자신의 목소리 조차 쉽게 내지 못했던 그 시대를. 그래서 평균으로의 회귀는 사회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다양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평균이 사회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평균에서 많이 벗어난 것들은 무시되거나 때론 멸시 당한다. 주기가 큰 폭으로 진동하지 않고 작은 폭으로 진동하게 되면서 그 사이에 있는 것들만 사회현상이나 의견으로 인식된다. 정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각 정당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 특별한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은 표본을 차지하는 평균 지점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내놓는 공약이 비슷해진다. 내용의 정도나 표현의 차이만 존재할 뿐 기본적인 정책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머지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들을 끌어 않기 위해서 정당의 정책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약을 추가할 뿐이다. 그래서 정당의 정체성이 서로 겹치거나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들은 평균으로의 회귀가 잘못된 지점이나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그런지 살펴보면. 첫째, 평균으로 회귀의 과정이 너무 느려서 외부의 어떤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둘째, 회귀가 너무 강력해서 평균에 도달했을 때 안정적이지 않고 양쪽으로 요동치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평균 자체가 불안정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평균으로 대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평균으로 회귀 한다고 생각해, 언젠가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져서는 안된다. 프랜시스 골턴은 "평균으로의 회귀를 과거에서 가계적인 추정을 이끌어내는 데 그친다면 그것은 우상숭배보다 나을 게 없다. 현재 내린 가정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의문 없이는 절대로 평균으로의 회귀를 믿지 마라"라고 말한다.
책 "니치"는 평균으로의 회귀를 믿었던 거대 기업들이 어느 날 고객이 이탈하는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평균적 관점을 믿고 트렌드를 분석했는데, 지금은 그런 분석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정형화된 분석이 대중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변화한 대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전략 수립은 물론 새로운 제품들이 기존의 고객들에게 더 이상 환영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기업들이 엄청난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업들은 평균적 고객만을 추구해서 열성적인 고객들이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런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기업의 매출에 점점 타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적 소비자를 겨냥한 대기업들이 서서히 시장의 지배력을 상실하고 있는 반면에, 특정한 소비자를 겨냥한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음을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내용들은 새롭지 않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하는 형태가 앞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형태로 변할 것으로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남들이 소비하면 같이 소비를 했던 소비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찾아 소비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음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한다는 것만으로 이런 소비형태를 설명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 모호하다. 개인을 억압하던 시대에는 개성이 발현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대에서는 왜 각자의 개성이 소비형태에까지 영향을 주지 못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의 핵심에 인터넷이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인터넷이 있었다고 소비자들이 각자 개성이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비슷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정보를 교환하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에 대해서 열렬한 팬이 된다고 말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평균적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자기가 가진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든든한 동료들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소비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없었을 때는 자신에 취향에 대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형태의 집단이나 모임이 탄생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국경을 뛰어 넘어서 하나의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이 거대한 소비자 그룹이 되면서, 평균적 소비자를 쫓던 기업들은 시장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반면, 특정한 계층을 겨냥한 기업들은 무리를 이룬 소비자 그룹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급격하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비주류에 주목하고 그 비주류의 특성을 제품에 반영해 "니치"를 개척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경제학적 관념으로 비주류의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 그 비주류 문화가 기업의 경쟁력을 올려줄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주류 문화라는 것도 평균으로의 회귀가 강력한 사회, 즉 다양성이 상실한 사회에서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다양성이 큰 사회는 다양한 비주류 문화들이 참조 될만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참조할만한 비주류 문화가 없다. 기존의 대기업을 위협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많이 나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보면 인종의 다양성 만큼이나 문화의 다양성이 빛을 발한다. 단순히 기업가 정신이 충만해 혁신적인 기업들이 많은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풍부한 그 나라의 문화를 주목해 봐야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을 보고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을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학업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개성을 억누르는 사회적 현실과 주류 지향성이 너무나 강한 사회적 현실에 문화적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일 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특히 우리나라는 특정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수요에 편승하는 경향이 강한 밴드왜건효과가 크다. 소비 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적인 다른 모든 면에서 획일성이 강하고 이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경향도 강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니치를 찾는 것보다 다양한 비주류 문화들이 숨을 쉴 수 있는 사회적 다양성 확보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야 될 것 같다.
니치 Niche -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더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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