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한 모 경영 - 다루미 시게루 지음, 이동희 옮김/전나무숲 |
언젠가 "두부전쟁"이란 기사를 본적이 있다. 웰빙 열풍으로 두부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증가하면서 기존 사업을 가지고 있던 기업은 설비증설이나 공장증축으로 기존의 1위 기업을 추격하려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다른 기업의 식품사업부를 인수한 기업이 진입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알듯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으로 여겨졌던 두부시장에서 마저 치열한 사업확장경쟁을 하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득이겠지만, 규모의 경제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들은 도태되거나 몰락할 수 밖에 없다. 보통 사람은 이런 규모의 경제 앞에서 좌절을 느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많은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점점 시장에서 도태되고 몰락한다. 최근에 할인점과 편의점에 대한 영업시간규제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규모의 경제에서 이탈되어 버린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소위 레드 오션이라고 불리는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도태되고 낙오하는 이들을 위해서 국가는 그들을 위한 보호 정책을 실행한다. 새로이 치열한 경쟁의 시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은 레드 오션이 아닌 블루 오션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찾으려 한다. 최근에는 롱테일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레드 오션인 시장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두부회사 사장이다. 처음부터 대단한 두부기업을 세우겠다는 목표로 기업을 경영한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가업으로 하고 있는 두부장사가 돈벌이에 괜찮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혹해서 두부장사를 시작한다. 두부장사이라는 것도 규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두부업계에 첫 발을 디딘다. 그렇게 시작해서 거래하던 슈퍼마켓에서 두부장수를 깔보는 듯한 대접에 화가 나서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두부시장이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이 좌지우지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소비시장의 규모는 크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자기만의 경쟁력을 차근차근 만들어간다.
음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격이나 양은 부차적인 요소 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저자는 첫 번째로 두부의 맛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개발을 한다. 일반적으로 두부제조에 쓰이던 공업용 간수를 대신해서 천연간수를 이용한 연두부 제조법을 연구한다. 많은 콩을 소비하는 등 적자를 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제품개발에 성공한다. 저자에 말에 의하면 일본 최초의 아니 세계최초의 천연간수로 만든 연두부라고 한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두부시장에서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제품을 만든다.
하지만 소규모의 두부제조업체의 한계는 슈퍼의 납품여부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납품여부에 따라서 기업의 생존이 결정되듯이….. 저자는 증시상장을 목표로 과감한 결심을 한다. 안정적인 거래처였던 슈퍼마켓과의 거래를 모두 끊고 제조도매업에서 제조소매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유통경로와 판매경로에 종속되거나 의존적이지 않은 기업으로 변화를 꾀한다. 이 과정에서 매출의 급격한 하락과 제품유통에 어려움을 겪지만,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판매점을 조금씩 확장하면서 매출을 회복함은 물론이고 자신이 목표로 했던 주식상장에 성공한다.
이 책은 앞에서 얘기한 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적용했던 경영전략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성공의 전략을 요약하자면 포기하지 않는 열정, 과감한 결단, 기본에 충실한 경영, 역발상을 통한 끊임없는 혁신, 실천하는 행동력 이다. 이렇게 줄여서 저자의 경영전략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고객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판매", "주류판매점에서 두부팔기" 등과 같은 기발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있다. 엄청난 실적을 거둔 이름있는 경영인은 아니지만 바닥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변해가는 그의 경영전략은 잭 웰치, 칼리 피오리나, 루 거스너가 말하는 경영전략이나 철학보다 더 가깝고 쉽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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