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마음산책 |
최근에 좋아하게 된 일본 작가가 있다. 세계적인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 이후에 앞으로 나오게 될 책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다. 앞으로의 신작은 기대할 수 없는 작가이지만, 번역되지 않는 책들이 빨리 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가의 글이 매력적인 첫 번째 이유는 과감한 비판의식이다. 그녀의 펜촉을 피해갈 사람은 없다. 조지 부시를 전쟁광에 망나니고 고이즈미는 부시의 충견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약자에 대해서는 따스한 시선과 다양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대중적 인기를 가진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인 만큼 러시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깊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작가의 글이 매력적인 두 번째 이유는 과감한 비판 속에서도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가 글 곳곳에 넘쳐난다. 진지한 분위기를 전환시켜 쉴 타이밍을 준다. 긴장을 주었다가 풀어주는 글에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유머의 공식"이라는 책을 낼 만큼 웃음에 대한 의미를 아는 작가다.
이 작가의 이름은 요네하라 마리다. 픽션작가가 아니라 논픽션작가로써 대단히 탁월한 식견을 가졌다. 그녀의 이러한 식견은 아마도 폭넓은 독서로부터 나온 것이다. 소설가 장정일이 "자신을 만든 힘의 8할은 독서다"고 말 한 것 처럼. 요네하라 미라는 하루에 3~4권을 읽기도 하고 젊었을 때는 하루에 7권을 읽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독서가다. 하루에 100페이지 읽기도 벅찬 나는 그저 부럽다. 그녀의 독서 기록을 볼 수 있는 책이 "대단한 책"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중에 하나인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을 보면서 책에 대한 세밀한 분석에 놀란다. "대단한 책"을 보면 작가의 방대한 독서목록에 놀란다. 독서일기와 서평으로 나눠져 있는데, 서평은 한 권의 책에 대해서만 적고 있어서 글의 깊이나 매력 재미가 없다. 독서일기는 몇 권의 책과 사회현상을 섞어서 요네하라 마리만의 문체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서평부분은 중간에 읽다가 그만뒀다.
그녀의 독서일기를 읽다보면 박노자가 생각난다. 같은 사회주의자에 러시아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약자에 대한 따뜻함, 그리고 성역없는 비판이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박노자의 글에는 유머가 약하다는 것이다. 교수인 박노자의 글이 딱딱한 것은 당하겠지만. 그녀의 글이 더 인간적인 이유는 독서일기 속에 그녀의 암투병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암 치료에 관한 책들을 하나 둘씩 찾아 읽어가며 자신의 몸에 실험한다. 그 과정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속담 인류학"이라는 책에서도 가끔 자신의 병에 대해서 언급하기는 했지만, 독서일기에서는 더 구체적이다.
Ps> 오랜만에 서점을 찾았다. 그녀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미녀냐 추녀냐"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동시통역사 경험을 이야기한 책이라고 하니, 그녀를 좀 더 알게 해줄 책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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