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지능 - 저스틴 멘케스 지음, 강유리 옮김/더난출판사 |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인재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서 구성원 개개인들의 맡은 역할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홀로 그런 성과를 낸 것이 아니라 그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 그렇다고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 혼자 살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건희 회장의 인재론은 천재들이 만들어낸 결과에만 집착한 것이다. 1명의 천재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 힘이 되어주는 수 많은 평범한 사람은 무시하는 처사다. GE라는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는 바보라서 학교에서 쫓겨난 에디슨이었다. 에디슨이 만들어낸 결과로 본다면 그가 천재겠지만, 당시 사회적 잣대는 바보였다. 그렇게 본다면 천재만이 혁신적인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위키노믹스"라는 책을 보면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평범한 이들이 만들어낸 집단지성의 놀라운 성과를 볼 수 있다. 오픈소스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리눅스는 위키노믹스 집단지성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지만,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는 집단 프로슈밍의 사례로도 설명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다수의 프로슈머가 세상을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오타쿠라고 놀림받던 광기 찬 매니아들이 대표적인 프로슈머 집단이자, 기업의 주목을 받을 인재들이 될 것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발명에 미쳤던 에디슨도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오타쿠다.
열열한 매니아들이 경제나 사회의 중요한 인재들이 됨은 물론이고, 지금이나 앞으로나 중요한 인재들은 리더다. 리더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있는 매니아들을 이끌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구심점이다. 그래서 MBA라는 과정을 통해서 자질을 갖춘 리더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이론과 현실에서는 많은 괴리가 있어 보인다. 많은 스타급 경영자나 리더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 리더가 될 인재가 부족하다고 한다. 매년 MBA를 통해서 배출되는 인재 수만도 엄청난데도 뛰어난 리더가 아니라 실패한 리더가 되는 사람이 많다. 저스틴 멘케스는 위대한 리더와 실패한 리더를 비교하면서 차이를 발견했다. 그것을 실행지능이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실행지능의 정의는 "업무의 완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혹은 다른 사람들을 통한 업무 수행,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 및 행동의 조정"이다. 이러한 실행 지능은 비판적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판적 사고는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활용하되,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비현실적인 의견을 거부함으로써 최선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실행지능이란 비판적 사고를 하는 개인의 능력이다. 이런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던지는 질문의 질, 주어진 정보를 평가하는 스킬,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예측 능력 등이 스타 인재와 평범한 인재를 구별 짓는다."고 한다.
실행지능을 측정하는 좋은 도구가 IQ라고 한다. 내 아이큐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저 평범한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그런 나에게 IQ가 실행지능을 측정하는 좋은 도구라는 말에 반감이 생긴다. IQ보다는 EQ, SQ, NQ 같이 다른 지능이 주목 받는 지금의 흐름에 완전히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IQ 나쁜 사람은 그냥 평범하게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프랭크 슈미트 교수와 존 헌터 교수는 직원채용에 IQ검사를 평가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최근에 기업 입사면접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역량평가 면접만큼 효과적이다라고 한다. IQ가 효과적인 이유는 IQ문항 유형 중에 논리적 추론을 측정하는 문항이 실행지능과 관련이 많다고 한다.
IQ가 실행지능을 측정하는 도구라는 말에 좌절했지만, 저자는 실행지능을 개발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받아왔던 교육방법 때문에 사고력을 계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고력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지식에 교육을 치중했던 것이다. 딕 파슨스는 사고력 개선방법의 해답으로 법학공부를 뽑는다. 이 책의 저자도 로스쿨 교육과정에 사용되는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 실제 사고력 개선방법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실행지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활동적이고 집중적인 토론 참여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객관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것이 최고의 방법인 줄로만 아는 한국에서 실행지능의 개발을 더욱더 힘들어 보인다. 사고력을 키우기보다는 1점 차이가 인생의 큰 흐름을 좌지우지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고력을 키울까? 단지 시험에 나오는 것을 열심히 암기하는 것이 어린 학생들에게 더 좋은 선택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쟁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더욱 더 강요하는 지금의 사회다. 세상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상실함은 물론이요. 사고력마저도 키우지 못할 테니까.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사고력을 가질 수 있는 교육과 환경이 경쟁주의자들이 말하는 진정한 인재들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객관식과 점수로 인재를 판단하지 말고, 이젠 실행지능과 비판적인 사고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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