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 안젤레스 에리엔 지음, 김승환 옮김/눈과마음 |
영화 "두 얼굴의 여친"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의 치료하는 모습이 나온다. 의학적으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여주인공은 최면이 걸린 상태에서 가상의 문을 하나 통과할 때 마다 나이를 먹는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마지막 문을 통과하면 내면의 또 다른 인격이 늙어서 소멸한다. 그렇게 자신 안의 다른 인격이 사라지면 본래의 인격만이 남다. 문을 통과하면서 나이를 먹는 것이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있는 이야기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많은 문을 통과하면서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오지 않았을까?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타인과 생활하는 유치원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와 같은 단계를 넘어간다. 각 단계의 처음이 우리가 조금씩 적응해야 되는 세상의 문이 아닐까? 사춘기에 짝사랑을 하기 시작해서 사랑이라는 열병을 알아보고,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면서 조금씩 성숙해 가는 과정도 각자가 성숙해지기 위해 통과해야 되는 문이 아닐까?
인생이라는 길을 시간이라는 강제적인 힘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걸어가기에, 우리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앞을 알 수가 없다. 단지 우리는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며 그 길들을 반추할 뿐이고, 추억할 뿐이다. 저 끝이 어떤지를 알 수 없는 길을 걸을지라도, 두려움 없이 한 걸음씩 걷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인생의 길에서 우리가 통과하는 문을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각자 지금의 나이 대에 맞는 정신과 육체를 가지게 된다. 각자가 걸어가는 길이 다른 만큼 통과하는 문은 같을 수가 없기에 서로가 나이 드는 모습은 같지 않다. 그래서 이미 그 나이 대에 있으신 분들을 보면서 어떤 모습이 자신에게 맞는 모습인지 상상해보고 소망한다. 아름답게 나이가 들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라코타족의 전설 속에 나오는 거짓말에 능한 요술쟁이 이크투미는 어떤 일이든 시작하의 과정에 나타나 참된 본성을 찾는 일을 방해하고 만족하지 못하도록 8가지 거짓말로 유혹을 한다고 한다. 첫 번째 거짓말은 "부자였다면 행복했을 것이다"고, 두 번째는 "유명해졌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좋은 배우자만 찾을 수 있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네 번째는 "더 많은 친구만 있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더 매력적이기만 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여섯 번째는 "몸에 단점이 없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일곱 번째는 "가까운 사람이 죽지만 않았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여덟 번째는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라고 한다. 아름답게 나이를 먹기 위해서 우리가 살아왔고 살아가는 삶들은 저 여덟 가지 거짓말을 위한 것이 아닐까?
저 거짓말에 속아서 자신의 본심을 감추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자신을 자기가 속이기도 하며, 세상이 이런 곳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위선에 찬 자신을 스스로 위안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 보이기 위해서 자신을 숨기는 위선에 찬 가면 뒤에 숨어 자신을 정당화한다고 결코 자신의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어느 순간엔가 우리가 스스로 자신의 가면을 알아채기 전까지, 어쩌면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 조차 모를 수도 있다.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힘에 이끌려 나이를 먹고, 사회가 만들어내는 암묵적인 규칙과 질서 속에서 그것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각자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 명상을 하고 반성을 하기도 하고 가장 쉽게는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닐까? 아름답게 나이를 든다는 것은 진실한 자아를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 수동적으로 찾아오는 시간의 사건을 통해서 자신도 모르게 인생의 문을 하나씩 통과하며, 시간이 만들어주는 나이에만 안주한다면, 그것이 아름답게 나이가 드는 것일까? 어느 순간에 시간의 사건이 통해 마주하는 인생의 문 앞에서 진실된 나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이다. "아름답게 나이를 든다는 것"이라는 이 책은 자신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길잡이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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