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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감성이 담긴 휴대폰 백서..... 책 "모바일 오디세이"를 읽고.

by 은빛연어 2008. 11. 19.


 개인적으로 전화라는 기계를 무척 싫어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어렸을 때는 수화기 저편에 들려오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 고역스러운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이야 조금씩 변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있으면 내가 아무리 전화기에 가까워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전화를 때도 잘못 거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웬만해선 전화도 걸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 친구들은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해서, 나의 가족 중에 누군가를 거친 다음에야 나랑 통화를 있었다. 

 

 집전화라는 것이 가족 공동체의 통신수단이었다면, 휴대전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통신도구이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휴대전화에 대한 거부감은 집전화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작다. 그렇다고 통신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에 휴대폰을 가지게 시기도 남들보다 늦은 편일 뿐만 아니라, 매일 날아오는 스팸 문자와 광고전화를 제외하면 휴대폰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소위 캔디폰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주기능인 통신수단은 뒤로 알람과 시계의 역할이 주기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휴대폰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충분히 휴대전화를 버려도 정도의 생활패턴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휴대폰을 언제나 손에 쥐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사실 전화라는 것은 거는 사람 쪽에서 용건이 있기 때문에 통화가 되지 않으면 답답한 쪽은 전화를 사람인데도, 휴대전화를 두고 외출한 날이면 답답하고 허전한 이유는 뭘까? 습관처럼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가 어느 새인가 나의 일부가 되어 버린 상황은 조차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버리는 순간 아마도 세상과 소통하는 마지막 수단마저 버린, 은둔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망상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 휴대전화의 기능 , 내가 유일하게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가장 좋아하는 문자 기능, 그것은 휴대전화를 쉽게 버리지 못하게 만든다. 수줍어 하고 무뚝뚝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문자는 어떤 때는 진지하게, 어떤 때는 장난 삼아, 하지만, 말보다는 쉽게 소통의 세계로 나가게 만든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무뚝뚝함이 상대를 가린다는 정도. 친한 친구들에게는 " 사냐?"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받으면, 응답이나 친구들의 응답은 "그래" 또는 "잘산다." 끝나버리는 냉정함이 넘쳐나고, 성별이 다른 사람에게는 장난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함을 물론이고 내용 또한 길다. 뿐이 아니라 문장의 마지막에는 "^^" "^^;" 같은 이모티콘은 빠지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문자기능은 어느 순간엔가 음성통신을 넘어서 친숙한 소통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문자를 받으면 답장이 문자로 오느냐 음성통화로 오느냐에 따라서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는 척도라고 하니 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문자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수단이 것이다. 이렇듯 집전화를 넘어서 휴대전화. 음성통화를 넘어서 문자 그리고 영상통화까지. 기술의 발달은 소통수단의 다변화까지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소통 수단의 선호까지 세대별로 차이를 만들었음을 물론이고 수단의 차이가 소통의 단절까지도 야기하는 복잡한 형태의 세상이 것이다.

 

 그렇게 전화와 휴대폰으로 인해 변화한 세상과 변화할 세상에 대해서 정리한 책은 무미건조할 있는 기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속에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캔디폰을 들고서 만지작 거리는 나에게 책은 하나의 문화 또는 생활의 필수도구로 자리잡은 휴대전화는 단지 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감성의 도구로 자리잡고 있음 보여준다. 휴대전화의 이용패턴이 너무나 초라해질 정도로(원래 초라했지만).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 생각난 친구들에게 문자를 날려본다. "잘사냐?"

 

모바일 오디세이 (본책 + 다이어리) - 8점
정여울 지음/라이온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