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월 14일이 설날과 겹쳐서 그런지 발렌타인데이 기분이 나지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솔로인 저 같은 인간이 발렌타인데이에 받을 초코렛도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 날은 사랑이 넘친다고 해야할까요, 길거리에 커다란 초코렛 바구니나 선물 상자를 들고 가는 사람들만 보는 것 만으로 사랑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날이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기업의 마케팅에 젊은 사람들이 놀아난다고 개탄하기는 하지만, 1년에 하루 정도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설날과 겹치는 바람에 기분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그나마 묻힐 번한 발렌타인데이의 기분을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발렌타인데이를 겨냥한 시즌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조잡하게 만들어진 영화가 아닙니다. 화려한 출연진의 면목만 보고도 충분히 눈으로 즐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거기에 "귀여운 연인"으로 로멘틱 코메디 장르의 연출에 재능 있는 게리 마셜이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렌타인데이 시즌 영화로 즐기기에 충분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설날과 겹친 발렌타인데이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같이 걸린 다른 영화의 영향력 때문인지,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영화를 살펴보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출연하는 배우들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한 편의 영화에 단독 주연으로 나서도 모자람이 없는 배우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저의 여신인 제시카 알바의 역할은 정말(눈물 밖에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출연하는 배우들이 빵빵한 만큼 영화 속에 담긴 이야기 또한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잡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냥 스크린에 흘러가는 영상을 눈으로 따라가는 것 만으로 충분히 전체적인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각할 것 없이 그냥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보면, 사랑만큼 복잡하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의 사랑 이야기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까요? 이 영화에서 나오는 사랑의 이야기는 대략 세봐도 11가지 정도가 됩니다. 그 이야기의 공통점이라고는 한가지 사랑을 주제로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대도 쉽게 공감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모두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기에 그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듯한 이런 영화에 공감하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결국은 하나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고(동성애 이야기는 조금 낯설기는 합니다만), 쉽게 감정 이입을 시킬 수 있게 만듭니다.
많은 배우들이 나오다 보니 짧은 출연 시간 동안 연기력을 보여줄 한 여유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두 명의 배우가 존재합니다. 망가지는 배역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그런 망가짐 자체가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 정도 입니다.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폰섹스 알바를 하는 앤 해서웨이와 안티 발렌타인데이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제시카 비엘의 연기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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