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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안녕, 요네하라 마리. 책 "문화편력기"를 읽고

by 은빛연어 2009. 12. 22.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책이 요네하라 마리의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얼핏 기사에는 최근에 요네하라 마리가 다시 일본에서 주목 받고 있고, 발표되지 않았던 미공개 원고들이 다시 발견되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같은데. 기억력이 워낙 저질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발표 작품들이 출간된다면야 즐거운 마음으로 그녀의 책들을 찾겠지만, 작품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책이라고 하는 말에 너무 아쉽고 섭섭하다.

 

 처음에 내가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를 알게된 것은 우연히 "마녀의 다스" 읽게 되면서다. 그녀의 문체와 생각에 반해 버려서 당시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들을 하나 찾아서 읽었다. 친구들에게도 추천도 하면서 요네하라 마리의 전도사가 되고자 했지만, 만큼 그녀를 좋아하게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찾아서 읽었고, 어느 내가 읽은 그녀의 책들 중에 읽지 않고 남아 있는 책은 이제 "유머의 공식"이라는 밖에 없다.

 

 사실 이전까지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집요하게 찾아가면서 읽은 적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고 하더라도 다른 작품을 읽다가 실망하는 순간이 있는데, 나는 그런 실망감이 들면 작가의 다음 작품은 조금씩 멀리하게 된다. 그렇다고 완전히 작가를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문득,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작가의 이름이 눈에 띄면, 먼지에 쌓여 있는 추억의 앨범을 발견한 듯한 반가움에 보기는 하지만, 정성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일부러 작가의 책을 찾아서 보지 않는다.

 

  나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실망을 하지 않았던 걸까? 책을 읽는 사람의 눈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체와 곳곳에 넘쳐나는 유머 그리고 솔직함? 책을 읽고 나면 "아하"라는 감탄이 절로 정도로 세상과 사물을 꿰뚫어 보는 그녀의 통찰력? 가끔은 사회나 정치에 대해서 따끔한 비판과 조롱을 날리는 날카로움 때문에? 아니면, 개와 고양이 그리고 다양한 관계에서 뿜어 나오는 그녀의 따스한 온기 때문일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지금 언급한 모든 것을 좋아하는 같다. 거기에 신이 주신다는 미모까지 갖췄다면 나는 아마 그녀를 향한 상사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이 그녀의 미모는 내가 눈에 정도는 아니다.

 

 사실 이런 이유라고 해도 그녀가 내어놓는 작품들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지 못했다면, 그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조금씩 조금씩 식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작품이 계속 새로웠던 것은 소재의 다양함(그녀가 책의 소재를 보면 문화, 통역사, 독서기록, 유머, 음식, 학창시절 추억, 속담, 개와 고양이 비슷한 소재의 책은 없다.) 물론, 에세이라는 자신의 강점분야를 넘어 소설분야 작품까지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지루함이라는 놈은 찾아올 여지는 없고,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언제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녀의 "올가의 반어법" 처음 읽어갈 때는 나는 실망한 적이 있었다. 이때 나의 요네하리 마리에 대한 애정전선에 위기가 왔었다. 초반 이야기의 전개가 "프라하의 소녀시대" 흡사했기 때문에 신선함을 떨어지면서 애정도 점점 식어갔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떨어지고 흥미도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책이 전개되면서 펼쳐지는 러시아의 어두운 역사와 여인의 운명에 관한 광대한 이야기는 그런 실망감을 압도해 버렸고, 잠시 식었던 그녀를 향한 나의 애정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후에 만난 "미식견문록" "문화편력기"까지 나는 그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끝까지 남았다.(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그녀의 유머에 대한 "유머의 공식". 이것도 조만간 읽을 예정이다. 그녀의 유머를 닮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녀의 마지막 책이라는 "문화편력기" 어떻게 보면, "마녀의 다스" 연장선상에 있다고 있다. 그래서 인지 어떤 부분에서는 "마녀의 다스" 같은 신선함이나 독특함을 상당히 줄어든다. 그래도 그녀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통찰력을 곳곳에서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하지만 보다 매력적인 것은 다른 책에서 없었던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글들이다. 다른 책들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는 솔직하게 했어도 부모님에 대한 것은 간략한 사실 정도만 나왔었는데, 책은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그리고 애뜻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을 이야기한 글에서는 "대단한 "에서 보여준 그녀의 암투병 과정을 읽었을 때와 같은 슬픔이 또한 느껴진다.

 

 그런데, 부모님에 대한 이별의 글들로 끝맺는 책이 마치 독자와의 슬픈 이별을 말하는 같다. 언제나 재치 있으며 유쾌하게 사람을 즐겁게 만들었던 그녀가 그렇게 이별을 이야기하며 이제는 슬픔을 남기고 떠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이전과는 다른 아쉬움과 슬픔이 가슴에 남겨진다. 이미 전부터 세상에 없는 그녀인데, 책과 함께 정말 그녀와 이별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안녕 요네하라 마리.

 

문화편력기 - 10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