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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남학생들의 허세 그리고 어른으로의 성장 드라마. 영화 "바람"을 보고.

by 은빛연어 2009. 12. 8.

 솔직히 이야기해서 영화는 처음에는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포스터와 간단한 시놉시스를 통해 풍겨진 영화의 느낌은 영화 "친구" 아류 정도였다. 그래서 TV 영화 프로그램에서 영화를 소개할 때도 채널을 돌려가면서 다른 방송을 봤기에 영화의 자세한 내용에도 평가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영화를 선택하게 것은 다른 보고 싶던 영화들은 10 30 대에 시작하는데 영화만 10 정각에 시작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간대가 맞는 영화라서 뿐이다.

 

 그렇게 보게 영화라 그런지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지켜봤다. 세련되지 못한 영상에서 시작해서 신인연기자들을 대거 기용해서 그런지 어색하고 거친 연기는 그런 인식을 강하게 만든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하니 처음에는 영화에 몰입하기는 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세련되지 못한 영상과 연기가 이상하게 점점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투박하기에 그지 없는 영화에서 잔잔한 온기가 넘칠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남학생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의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는 영화에서 점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는 배우 "정우" 학창시절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성장영화이기도 하지만, 속의 다른 이야기는 남자들의 허세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 앞에서 군대 이야기에 구라를 갖다 붙여서 허세를 떠는 남자들의 속성에 관한 이야기. 영화 초반에 김정구(정우 ) 나레이션을 통해서 말하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은 낯선 환경에 직면한 시절 남학생들의 심정을 정말 제대로 표현했다고 할까.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익숙했던 공간과의 이별 그리고 친했던 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낯선 친구들과 환경을 대면했을 때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무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정구가 강한 껄렁 거리면서 허세 부리는 모습은 가소롭기도 하고 우습게 다가온다.

 

 정구나 그의 친구들이 나쁘기보다는 그냥 허세 뿐인 학생들이라는 것은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교사에게 체벌을 받을 , 당당하게 맞는 친구는 1 뿐이고 나머지는 한대 한대에 벌벌 떨면서 아파하는 약한 모습(여기서도 정구의 "나도 멋지게 맞고 싶은데"라는 나레이션과 결합하면서 사실성과 감정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그리고 체벌에 나서 가방을 들고 교실을 뛰어나가지만, 결국에 두려움 때문에 교문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모습 등은  그들의 행동이나 생각이 얼마나 허세로 가득 있는지 보여준다.

 

  당시 내가 같은 교실에 앉아 있는 이름없는 학생이었다면, 물론 정구나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나 짜증나고 같이 학교 생활을 하기 싫다고 생각할 정도였겠지만. 시기를 지나고 성인이 지금에 그들의 모습은 그냥 두려움에 가득 강한 척하려는 허세일 뿐이라는 것에 진심으로 공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강한 척하는 그들의 모습이 측은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허세의 결정판은 불법 서클이다. 사실 정구는 불법 서클까지 가입해가면서 자신의 허세를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행위가 다른 불법 서클에게 좋지 않게 보이면서 그들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서 가입하게 된다. 정구는 다른 두려움으로 안전판이 되어줄 다른 허세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끼리끼리 뭉쳐 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래서 정구의 여자친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다른 학교 불법 서클과의 싸움직전까지의 대치장면은 그들이 강한 , 실제로 쉽게 싸우지 못하는 허세로 가득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불법 서클 친구들 중에 조폭이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정구의 나레이션은 학생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레이션은 시절 허세로 똘똘뭉쳐 방황하는 아이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우회적인 표현한다. 그들을 삐딱하게만 보는 편견 어린 세상의 시선에  나무란다.

 

 정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허세부리면서 살고, 집이라는 곳에서는 현실을 산다. 집에서는 정구의 허세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구는 학교에서 허세부리는 법을 배우고 집에서 현실을 배우며 성장해간다. 학원이 학교가 되어 버리고 학교는 침실이 되어버리고, 가정에서 부모들의 강요에 의해 사회의 냉혹함을 배우는 지금의 현실과 비슷하다고 할까. 어떤 사소한 개기로 현실을 배우는 것이 인간이듯 영화에서 정구가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아버지의 사랑과 죽음이 등장한 것이다. 사건으로 인해서 허세를 부리며 생활하던 정구는 점차 어른이 되어간다.

 

 이렇게 영화는 남자라면 쉽게 공감할 있는 감정과 이야기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투박하고 거친 영상도 배우들의 조금은 어설픈 연기도 학창시절의 기억과 감정들을 조금씩 떠올리게 하면서 때의 향수를 자극한다. 때는 몰랐던 지금은 유치하고 어설퍼 보이는 감정과 행동들에 대해서 때로는 간지럽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솔직한 때의 심정을 대신해서 보여준다. 그렇게 지금은 어른이 되어 버린 정구처럼 영화를 통해서 이제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