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불린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보통 관계에 미숙한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많이 겪는데, 그 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라는 곳 안에서는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계라는 것은 파편화되고 개인화 되어간다. 사회의 연대의식이 약해지면서, 사회적 자본이 붕괴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제 관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발버둥 친다. 이웃과의 교류도 적어지면서 그 동안에 만들어진 사회적 네트워크도 점차 붕괴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의 붕괴로 가장 먼저 피해를 받은 세대가 "88만원세대"라고 불리는 20대들이다. 정부나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초봉을 삭감해도, 그들은 사회적 자본도, 네트워크도 없어서 연대해서 대항하지 못한다. 그저 스팩경쟁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누군가와의 관계를 포기하고 경쟁상대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그들은 관계가 가져다 주는 사회적 자본과 네트워크를 스스로 포기한 채 고립된 세대가 되어 버렸다. 우석훈 박사와 같은 기성세대가 나서서 그들에게 희망을 노래하고 격려하지만, 결국에 그도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됨을 역설한다. 스스로가 관계를 맺고 연대해서 자신들의 권리를 사회에 당당히 요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20대들의 권리를 위해서 다른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관계라는 것은 한쪽은 받기만 하고 한쪽은 주기만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리 한쪽이 아주 모자라고 해도 관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매워주는 것이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관계에서 꼭 이득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든다면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하지만 관계가 만들어내는 이득은 지금 당장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관계는 지속적으로 주고 받으면서 정서적 이득을 주는 것도 있고, 어떤 관계는 불현듯 나에게 또 다른 이득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인연이라는 관계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라며, 인연을 소중히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영화 "솔로이스트"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대해서 묻는다. 일에만 몰두해 특종만 쫓다가,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멀어지고 삶에서 지친 기자 로페즈와 천재 음악가이지만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노숙자이자 거리의 악사가 되어버린 나다니엘의 이야기다. 로페즈는 나다니엘의 음악을 통해서 지친 삶을 위로 받고, 그런 로페즈는 자신의 직업능력을 통해서 나다니엘의 재능을 다시 찾아주려 한다. 둘은 서로가 관계를 맺으며 자신들에게 부족한 부분이나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채워주려 한다. 기자와 부랑자라는 차이에서 두 사람의 관계 맺음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 어떤 상호보완적 관계를 보여줄지….
관계라고 해서 모든 것이 좋은 것 많은 아니다. 말썽쟁이 아이를 든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 나쁜 친구를 만나서 그렇다는 말에는 나쁜 관계라는 것도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런 부모의 말에 대해서 어떤 교육자는 부모가 나쁘기 때문에 말썽쟁이 아이가 나온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더 나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책임은 모두 부모에게 있다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 부모들은 자식에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바램과 현실은 별개의 문제다. 결국 관계라는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본의 소설 유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백야행"은 나쁜 관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14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과 최근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남자의 죽음을 파헤치던 형사는 이 사건이 14년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과 관계가 있음을 직감하고 요한을 용의선상에 둔다. 사건의 조사를 위해서 14년 전 담당형사 동수(한석규)를 찾아가 도움을 구한다. 한편 미호(손예진)는 재벌총수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그녀를 뒷조사하던 재벌총수의 비서실장 시영(이민정)에 의해서 조금씩 조금씩 숨겨졌던 과거가 벗겨지는데. 그 과정에서 동수와 시영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둘이서 같이 요한과 미호의 과거 그리고 14년 전 살인사건과 지금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빛이지만, 자신은 어둠 속에서만 걸어야 했던 요한(고수)와 어둠에 있는 요한의 도움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채워가는 미호(손예진), 두 사람의 관계의 끝은 어떤 비극인지를 보여준다.
관계 맺음에 있어서 정답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어떤 관계는 의도하지 않게 좋은 결과를 맺을 수도 있고, 또는 나쁜 결과를 맺을 수도 있다. 또 어떤 관계는 의도했던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관계 맺음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관계 맺음을 포기하는 것 그것이 가장 우리사회에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가 고립되면서, 관계의 좋고 나쁨 조차 모름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본과 네트워크를 붕괴시키고 있다. 그래서 두 영화 속에 보여지는 관계의 모습을 통해서 관계의 좋고 나쁨을 말하기보다, 관계 맺음에 대한 가치를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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