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조정환 외 옮김/세종서적 |
토머스 L. 프리드먼은 세계화로 인해 국경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국가간의 장벽 또한 무너지면서,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다. 신자유주의 시각에서 보는 세계는 그의 통찰력대로 국경도 국가간의 장벽도 없다. 수 많은 자본이 이익이 나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옮겨 다닌다. 그러한 현상의 긍정적인 면은 자본이 필요한 국가에는 경제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이제 막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개발도상국들은 그러한 자본의 힘을 이용해서 눈비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라는 것이 착하지 않다. 그 자본들의 근본적인 목적은 이윤추구이기 때문에 이윤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냉정하게 다른 곳으로 움직여 버린다. 그런 현상 때문에 자본들은 돈이 되는 곳에 순식간에 몰리면서 거품을 만들어지고, 자본이 빠져나간 개발도상국들은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을 받게 된다.
자본이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데 큰 힘을 하면서 세계는 지금 하나의 거대한 시장 또는 생활공동체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언어일 뿐이다. 이러한 전 지구적 현상에 대해서 네그리는 '제국'이라고 표현한다. '네트워크 권력'이라는 주권, 즉 초국적 기관들, 주요한 자본주의 기업들 그리고 다른 권력들과 더불어 지배적인 국민국가들의 주권을 가진 '제국'이란 것이다. 이런 제국은 두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통제와 항상적 갈등을 통해서 질서를 유지하면서 위계와 구분의 네트워크를 확산 시킨다. 다른 하나는 서로간의 차이가 존재하면서도 서로 소통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공통성을 발견할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한다.
첫 번째 얼굴의 모습으로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미국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로써 역할과 지위를 차지하며, 지구의 정의와 평화를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통제와 갈등이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상황은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점점 벗어나고 있을 정도로 나빠지고 있다. 결국에는 더 큰 갈등과 전쟁이 난무할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첫 번째 얼굴을 통해서 우리 시대는 전지구적 전쟁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불확정적이고 실체가 없는 적들에 대한 실제적 전쟁들로 나아갔다"라고 한다. 국가간의 전쟁을 넘어서 테러라고 불리는 사소해보지만 충격이 큰 형태의 폭력은 세계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저자의 지적이 정확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네그리는 이러한 전쟁은 '방어'에서 '안보'로 정책을 변동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한다. 방어는 외부의 위협에 대한 보호방벽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면 안보는 어느 곳에서나 항구적인 군사활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안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불법적인 폭력도 예외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관타나모수용소'에서 자행되는 미국의 위선과 폭력과 빨갱이 공산당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지난 시대와 지금을 관통하는 반공주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다른 네트워크 권력들이 가진 폭력과 야만성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나열 되어 있다.
두 번째 얼굴을 통해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이나 기대를 볼 수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이자 핵심적인 내용인 '다중'의 모습이다. 저자는 다중에 대해서 너무 추상적으로 설명을 한다. 한 문장으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다양한 특성들을 설명한다. "다중은 정신적 신체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지배하는 살아 있는 살이다."든지 "만인의 지배라는 법칙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주체이다." 같은. 그 중에서 가장 이해가 쉽게 정의한 저자의 말이 "서로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소통하고 협력하고 공통적으로 행동하는, 셀 수 없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복잡한 개념과 특성을 가진 다중의 힘에 대해서 저자는 환상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다중의 창조, 네트워크들 속에서의 다중의 혁신, 그리고 공동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다중의 능력이 오늘날 최초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한다. 여기서 저자가 현재의 민주주의와 저자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다르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로 다중의 다양성을 다 포함하지 못하고 하나로 수렴된 권력에 지배를 받는 것이고 저자가 말하는 민주주의는 다중의 다양성이 권력으로 표현되는, 즉 "다중이 자기 자신을 지배 할 수 있게 될 때"를 말한다.
사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다중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하나의 힘을 나내는 것, 다중의 힘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인간이라는 이기적인 동물의 특징을 보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을 되는 것이 아니면 다중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그들의 힘을 발휘하려 하지 않는다. 타인이나 차이에 대한 배려나 이해보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것 또한 다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 생각에 읽은 듯 저자는 "다중의 구성적 힘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것이 사랑이다"고 한다. 하지만 제국의 강력한 주권과 지배력이 발휘하는 즉 위계와 구분의 네트워크를 확산하는 세상에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지는 쉽게 납득 가지 않는다. 하지만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듯이 제국의 하나의 얼굴이 너무 강하면 다른 얼굴 또한 반작용이 나타나듯이, 다중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작용에 의한 피해가 더 커질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ps> 다중에 대한 리뷰를 쓰면서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해하려고 많은 시간(2주가 넘게)을 투입했지만,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단지 내가 이해한 것을 최선을 다해서 쓰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책의 내용에 대해서 아리송하다. 기본적으로 내가 인문학적 소양이 많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고, 이런 책과 내용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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